책 소개
짜릿하게 읽고, 쎄게 질문하자! - 십대들과의 상큼발랄 고전 읽기를 위하여 나는 아직 어려. 내게는 없는 게 너무 많아. 아직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지금까지 제가 만난 십대들은 곧잘 이렇게 말하더군요. 실상은 결핍된 상태도 아니고, 심지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제 눈에는 대한민국의 아주 많은 십대들이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고 언제나 굉장한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이 때문에 아니라, 누구에게든 어디에서든 ‘슈퍼 마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아직 미숙해 보여요. 대학 진학과 직장 취업이 이런 문제들을 상쇄시켜줄 수는 없지요. 보다 근원적인 부분에서 자신을 보고 단련시킬 필요성이 여기서 제기됩니다. 이쯤해서 다짜고짜 결론부터 내질러볼까요? 우리, 인문학 공부 합시다! 지금 말하는 공부는 단순 지식 습득도,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도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가 『논어』의 한 구절을 암송하고,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곧 나 자신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고 질문하게끔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에 대해 묻기, 나 이외의 것들을 보기, ‘나’는 곧 ‘우리’의 또 다른 이름임을 알기. 이 책 『십대의 발칙한 책 읽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 『논어』와 『맹자』 등을 소개해주며 진정한 앎의 기쁨을 권유한 최정옥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타인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게 내 책 읽기의 시작이었어요. 잘 살고 싶었는데, 살아보니까 내가 잘 살려면 나만 잘 살아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내 삶은 어찌되었든 다른 사람들, 자연, 사회 등등과 연결되어 있는 거니까. 우리가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책이죠. 책을 통해 나는 비로소 이런 앎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서만 일종의 시야 확대를 경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나의 안경이 아니라 다양한 안경이 구비되었을 때,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한 기술을 얻는 셈 아닐까요? 그러니까, 변신 로봇의 장착 무기 같은 걸 얻는 거죠!” SKY 출신의 문학박사임에도 대학이라는 제도권이 아니라 남산강학원에서 글 쓰고 공부하는 최정옥 선생님은 자신이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네요. “제도권 공부가 재미없어졌거든요. 남들 읽는 대로 읽고 하라는 대로 해석할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다양한 경험과 배움 가진 사람들과 모여 공부하게 되고 나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얻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니까 고전을 내 ‘쪼’대로 읽을 수 있는 데서 오는 기쁨! 이제야 내 틀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얻은 셈이죠.” 흔히 인문학은 대학생이나 지식인의 몫이라고 여기지만 그야말로 천만의 말씀! 지식 및 지성이 일부 사람들에게만 허용되어 다른 이들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책의 필자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대중이 지성인이어야 하고, 지성 자체가 대중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들이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한, 우리에게 인문학은 필수적입니다. 게다가 이제 막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과 질문을 품게 된 십대들에게 인문학만큼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또 있을까요? 저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십대에게 삶은 너무 거대합니다. 너무 막막해서 오히려 뒤로 물러나버리게 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택은 너무 쉽고, 반면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성 관련 문제들이 그렇고, 대학 진학 문제 또한 그랬지요. 큰 고민 없이, 혹은 부모님이나 또래 집단에 떠밀리는 대로 살기 때문에 몸과 사유 그 어느 쪽의 근육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십대에게 필요한 건 마음의 힘이 아닐까요? 착한 마음을 기르자는 건 물론 아니고(^^) 자기와 자기 주변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이게 정말 내게 맞을지, 내가 책임질 수 있을지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니까 사유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십대 인문학의 취지는 여기 있습니다. 십대에게 인문학은 무슨 고담준론을 심어주기 위해 필요한 게 절대 아니란 말씀. 기억 속 저 자신이 그랬듯 십대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잘 하지만, 다행히도 쑥쑥 크는 때이기도 하지요. 습관만 잘 길러지면 주변의 책을 아구아구 씹어 먹을 만큼 왕성한 두뇌 소화력을 가졌습니다. 공부는 이때부터 해야 합니다. 이때 인문학을 시작해야 더 어처구니없는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세계의 희망은 이미 몸도 마음도 굳어버린 중장년층들보다 십대에게 있습니다. 여러분도 믿을 수 없겠지만(^^;) 희망은 당신들에게 있어요. 이 책은 2012년 상반기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칼럼 의 글들을 다시 손 보고 묶은 결과물입니다. 그때 필자들의 다짐은 청소년들에게 좋은 고전을 소개해주자, 하지만 정보나 지식 전달이기보다는 실생활에서 정말 써먹을 수 있는 것을 콕콕 짚어주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지요. 물론 이 책은 논술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자들이 원했던 것은 평소 십대들이 하는 고민이나 질문을 무화시키고, 어떤 기대들을 자꾸 배반하면서, 십대들로 하여금 전혀 다른 지평에서 삶을 들여다보고 전연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낯설게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었답니다. 학교 성적이나 친구 문제, 연애 문제의 스킬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그래서 이 책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은 결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으니까요. 키에르케고르의 『불안의 개념』을 소개하며 불안을 자유의 가능성으로 읽는 최태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요즘 서점에 나와 있는 책 제목들 보면 십대에 모든 게 다 결정 나는 것처럼 보여주고 강조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교양 쌓으라고들 권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고전 혹은 인문학을 권하는 이유는 그냥 쌓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사용하고 활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예요. 예컨대 ‘불안’이나 ‘경쟁’ 같은 개념들. 저는 그런 개념 자체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끔 고전을 통해 보여주고 질문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끔 하고 싶었어요.” 최태람 선생님은 교사가 되기 위해 임용시험을 준비하다 남산강학원에 오게 되었고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여기 눌러 붙은 케이스^^ “교사가 되려는 사람이 작품을 읽을 시간이 없는 거 있죠? 애들 공부하듯이 그냥 주제와 구성 외우고 앉아 있고. 답답했어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교육부가 지정한 것대로 가르치며 산다는 게 의미 없게만 느껴졌죠. 그러다 남산강학원에 와서 공부를 하면서 공부에 슬슬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고 싶다고 느끼면서 안착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제도권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각각의 영역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서로 개입도 안 하는 건 참 협소하고 무식한 전문가를 양산하는 것 같아요.” 이렇듯 공부에 대해 정말로 재미를 붙이고 살게 된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결과물이 이 책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지요. 우리가 이걸 전염시킬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이 책을 읽은 십대들이 조금씩이나마 공부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고전을 꺼내 읽게 된다면, 그리하여 다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그럴 수 있다면. 하여 우리는 제안합니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여기 소개되는 책들을 당신도 직접 읽어보시기를. 난해한 개념들과 복잡다단한 사유들로 처음에는 머리에 쥐가 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눈 딱 감고 이 악물고 읽어보기를.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 누군가가 떠먹여주는 밥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 직접 읽고, 직접 머리를 굴려 이해하고, 질문하고, 멋진 구절은 메모하거나 베껴 써 보세요. 한 줄 한 줄 힘겹게 문장들을 독해하고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힘이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공부는 자신을 객체가 아니라 주체 ― 관찰의 주체, 사유의 주체, 행동의 주체로 거듭나게 합니다. 우리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의 근육을 단련시키면 우리의 앉는 자세나 걸음걸이, 수면 시간 등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몸의 근육을 다른…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