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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냐, 인정이냐?

분배냐, 인정이냐?

낸시 프레이저, 악셀 호네트

사월의책·2014-03-25

  • 철학
  • KDC 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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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문: 분배냐, 인정이냐? - 낸시 프레이저, 악셀 호네트 “인정”은 우리 시대의 핵심어가 되었다. 최근 정치이론가들에 의해 부활된 헤겔 철학의 유서 깊은 범주인 인정 개념이 동일성과 차이를 둘러싼 오늘날의 투쟁들을 분석하는 데 핵심적 개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이 원주민의 토지권이든, 여성의 돌봄 노동이든, 동성애 결혼이든, 아니면 이슬람교도의 히잡이든 점점 더 많은 도덕철학자들이 이런 정치적 요구의 규범적 토대를 밝혀내기 위해 인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상호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주체의 자율성 형성 조건인 인정 범주가 오늘날 수많은 갈등의 도덕적 핵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급속히 지구화하는 자본주의가 기존의 해석 도식들을 파괴하고, 가치 지평들을 다원화하고, 동일성과 차이를 정치화하면서 문화들 사이의 접촉을 가속화하는 이 시기에 “인정투쟁”이라는 헤겔의 오래된 도식이 새롭게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인정”이 핵심 개념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이 “분배”와 가지는 관계는 이론적으로 거의 해명되지 않았다. “분배”라는 용어는 포드주의 시대의 정치철학과 사회적 투쟁에서 중심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라는 위대한 철학적 기획들에서 명확하게 표현된 바와 같이 분배 정의의 패러다임은 당시 노동자들과 하층 계급의 요구를 분석하는 데 적합한 것처럼 보였다. 의심의 여지없이 국민국가에 토대를 둔 민주주의적 복지국가에서는 제반 갈등들이 주로 자원 분배와 관련되면서 이러한 갈등들은 보편주의적 원칙 하에서 분배 범주를 통해 해결될 수 있었다. 따라서 흔히 차이의 문제는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되었고, 평등주의적 분배 요구만이 정의의 의미를 예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당시에는 분배 요구와 인정 요구의 관계를 검토할 필요성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분배와 인정의 관계에 대한 검토가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비록 고통스런 방식이지만 9.11 테러가 명백하게 만들어주었듯이, 종교, 민족, 젠더를 둘러싼 투쟁들이 상호 중첩되면서 더 이상 인정의 문제는 무시될 수 없게 되었다. 차이라는 횡단 축이 매우 강력하게 정치화되고 있기 때문에 인정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분배적 불의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세력들이 기업 위주의 지구화를 촉진하고, 개별 국가 내에서 모종의 분배를 가능하게 했던 협치 구조를 뒤흔들면서 경제적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분배 정의의 문제가 무시될 수는 없다. 결국 결론은 인정도 분배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간과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철학자들은 이 두 문제를 모두 다룰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건들에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양자의 관계를 검토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이런 점에서 분배와 인정의 관계 문제를 다루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과제가 되었다. 북미의 철학자와 유럽의 철학자 사이의 논쟁을 담은 이 책은 분배와 인정 사이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우리 두 저자들이 공유하는 기본 전제는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부류의 정치적 관심들, 즉 포드주의 시기의 분배투쟁과 오늘날의 인정투쟁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이 양자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설명 중 다음과 같은 관점은 적절치 못하다는 데 동의한다. 즉 우리 모두는 인정투쟁을 분배투쟁의 단순한 부수 현상으로 환원시키는 경제주의적 관점을 거부한다. 그러나 우리의 동의는 여기서 끝난다. 우리 둘 중 한 사람, 즉 악셀 호네트는 분배를 파생적인 것으로 다루면서 인정을 모든 것에 우선하는 근본적 도덕 범주로 간주한다. 따라서 그는 분배라는 사회주의적 이념을 인정투쟁의 하위 변종으로 재해석하게 된다. 다른 한 사람, 즉 낸시 프레이저는 분배가 인정에 포섭될 수 있다는 주장을 부정한다. 따라서 그녀는 분석적 차원에서 두 범주를 동등하게 근원적이며 상호 환원이 불가능한 정의의 차원들로 보는 “관점적 이원론”을 제안한다. 우리들은 각자의 입장을 장을 바꾸어가며 서술하면서 도덕철학, 사회이론 그리고 정치적 분석의 핵심적 주제들에 대해 논쟁한다. 이 책의 첫 장은 낸시 프레이저의 글로 시작된다. 이는 그녀가 1996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행한 태너 강연(Tanner Lectures)을 확장한 것이다. 프레이저는 최근 인정 요구가 분배 요구로부터 분리되고 있다는 그녀의 진단을 재개념화하기 위해 “이차원적” 정의 개념을 제안한다. 이러한 정의 개념은 두 유형의 요구들을 서로에게 환원시키지 않으면서 양자 모두를 포괄한다. 프레이저는 이러한 정의 개념을 자본주의에 관한 이론과 연결시키면서 분석적 차원에서 구별되는 분배와 인정이라는 두 관점을 통합하는 개념적 틀만이 현대 사회에서 점차 확대되어가는 계급 불평등과 위계적 신분관계의 중첩 현상을 파악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통합 시도의 결론은 불평등한 분배가 무시(無視)와 뒤얽혀 있지만 이것이 무시의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장에서 악셀 호네트는 대안적 접근법을 개진한다. 호네트는 분배와 인정에 관한 프레이저의 “관점적 이원론”과 대조적으로 인정 개념을 통한 “규범적 일원론”을 제안한다. 여기서 호네트는 “사랑”의 요구뿐 아니라 “권리 존중”과 “사회적 가치부여”까지 포괄하는 분화된 인정 개념에서 출발하여 분배의 문제를 인정 개념으로 포섭하고자 한다. 이러한 확장의 결론은, 올바로 이해된 “인정” 개념은 낸시 프레이저 역시 1장에서 염두에 두었던 변형된 형태의 마르크스주의적 경제 분배 패러다임을 통합할 수 있다는 테제이다. 나머지 두 장에서 우리의 논쟁은 한 걸음 더 진척된다. 우리는 서로의 비판에 응답하면서 세 가지 이론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서로 다른 문제들을 다룬다. 도덕철학의 차원에서 우리는 규범적 일원론과 규범적 이원론의 상대적 장점, “좋은 것”에 대한 “옳은 것”의 우선성, 그리고 이런 논란들이 가지는 함의들에 대해 논쟁한다. 사회이론의 차원에서 우리는 경제와 문화의 관계, 그리고 이들 사이의 구별이 가지는 지위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에 대해 논쟁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분석의 차원에서 우리는 평등과 차이의 관계, 경제적 투쟁과 정체성 정치의 관계, 사회민주주의와 다문화주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논쟁한다. 이 각각의 단계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논증에 응답하면서 각자의 입장을 심화시키고 정확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각자의 이론적 지향점들은 단정적 형태를 띠게 된다. 우리들 사이에서 진행된 기나긴 논쟁의 결과가 우리들 사이의 몇 가지 차이점들을 첨예하게 만든 것이었다면, 또 다른 성과는 우리가 서로 공유하는 점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는 흔히 서로 분리된 것이라고 여겨지는 도덕철학, 사회이론, 정치적 분석의 차원들을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론을 통해 결합시키려는 노력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비판이론 전통에 속한다고 생각되는 우리의 많은 친구나 동료들과는 의견을 달리한다. 오늘날 그들 중 다수는 도덕이론은 철학자에게, 사회이론은 사회학자에게, 정치적 분석은 정치학자에게 할당하는 학문 영역 간의 분업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함으로써 사실상 각각의 학문 영역을 마치 독자적인 영역처럼 취급한다. 이에 반해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를 하나의 “총체성”으로 이론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날 흔히 “거대 이론”을 위한 기획을 인식론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으로 보거나 정치적으로 진부한 것으로 보는 견해를 거부한다. 오히려 우리 두 사람 모두가 믿고 있는 것은, 사회 비판이 이론적 타당성과 정치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투쟁들을 진단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각인된 규범적 개념들을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우리 모두는 이러한 이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근본 범주가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적절한 개념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분배와 인정의 관계에 대한 토론은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또 다른 문제로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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