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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 (지은이), 이세진 (옮긴이)

사월의책·2012-11-05

  • 철학
  • KDC 33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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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추천의 글 라투르는 누구이며 왜 중요한가? 김환석(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이 책을 쓴 브뤼노 라투르는 현재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학대학교인 시앙스포(Sciences Po.)의 조직사회학센터 교수이자 연구부총장을 맡고 있는 학자이다. 그는 1947년에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한 포도주 농장(‘루이 라투르’가 상표)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1960년대 말 부르고뉴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고 1975년 투르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렇게 그가 프랑스의 엘리트 양성기관인 에콜노르말이 아닌 지방의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것은, 그로 하여금 당시 프랑스의 지배적인 사상의 조류(특히 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독특한 사상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고 라투르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술회한 바 있다. 그가 인류학을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에서가 아니라 1970년대 초에 군복무를 위해서 갔던 서아프리카의 아이보리 코스트에 머물 때였다. 그가 복무했던 ORSTROM(개발과 협력을 위한 프랑스과학연구소)은 과학기술의 교육과 이전을 통해 개도국의 경제발전을 돕는 기구였는데, 당시 이 기구의 아이보리 코스트 사무소장이 인류학자였던 마르크 오제(Marc Auge)였던 것이다. 거기서 라투르는 인류학과 민족지 방법론에 대해 배웠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1970년대 중반부터 그는 과학기술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되었는데, 그가 민족지 연구의 현장으로 택한 곳은 아프리카가 아니라 생물학연구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크연구소였다. 라투르와 동향 출신이었던 과학자인 로저 기유맹(Roger Guillemin)의 실험실에서 거의 2년 동안(1975~76년) 그는 세밀한 참여관찰 연구를 수행하였던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는 나중에 영국의 과학사회학자 스티브 울가(Steve Woolgar)와의 공저로서 1979년 『실험실 생활: 과학적 사실의 사회적 구성』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 프랑스로 돌아온 후 라투르는 엔지니어 양성기관으로 유명한 파리의 국립고등광산대학교에 속해 있는 혁신사회학센터(CSI)의 교수가 되었다. 여기서 그는 과학사회학을 연구하고 있던 미셸 칼롱(Michel Callon)을 만나 긴밀하게 협력을 하게 되었고, 이 둘 사이의 지적 교류를 통해 마침내 1980년대 초부터 ‘행위자-연결망이론’(Actor-Network Theory, 약칭 ANT)은 기본틀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영국에서 원래 과학지식사회학을 연구하고 있던 존 로(John Law)가 조금 뒤에 여기에 동참하여 ANT 정립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결국 이 세 사람이 함께 오늘날 ANT의 선구자로 불리게 된 것이다. ANT의 핵심적 개념은 ‘번역’(translation)인데, 이것은 우리의 일상 용법처럼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의 번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과 기술이 만들어지는 것은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소수의 강력한 대표들(대개 과학자와 엔지니어)에 의해 긴밀한 연결망으로 서로 결합되는 과정을 통해서인데 ANT는 이를 ‘번역’이라 부르는 것이다. ANT의 특징은 이 ‘번역’의 과정에서 과학자나 엔지니어 같은 인간 행위자 못지않게 세균, 동물, 실험기구, 기계 등 비인간 사물도 실험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행위자의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서 라투르는 파스퇴르의 탄저병 백신개발을 분석한 바 있다. 1990년대가 되자 라투르는 ANT의 철학적 측면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는 『우리는 결코 근대였던 적이 없다』(불어판 1991년, 영어판 1993년)란 책으로 나타났다. 이 책에서 그는 서구의 근대주의가 지닌 모순을 폭로하고 그것이 과학기술적 산물(‘하이브리드’로 지칭)의 무한증식을 낳아서 결국 오늘날의 생태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대주의에서처럼 머리로는 사물/인간, 자연/사회의 이분법적 존재론을 믿으면서 실제로는 하이브리드를 무한정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이분법 대신에 하이브리드들을 온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존재론과 행위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이를 ‘비근대주의’라고 불렀다. 아울러 그는 탈근대주의는 이분법적 존재론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실망한 근대주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면서, 자신의 비근대주의가 탈근대주의와 혼동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라투르의 이러한 철학적 작업은 그의 후속 연구들에도 계속되었다. 『판도라의 희망』(1999년)은 그의 과학철학을 집약해서 제시한 책이고, 『자연의 정치학』(불어판 1999년, 영어판 2004년)은 생태 위기에 대한 그의 정치철학을 더욱 발전시킨 책이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와 그는 철학적 탐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ANT가 경험적 학문인 사회학의 새로운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사회적인 것의 재조립』(2005년)에서 그는 기존의 사회학이 인간들의 관계만을 연구하는 ‘사회적인 것의 사회학’(sociology of the social)으로서 이미 그 근대주의적 한계가 명백해졌다고 주장한다. 그 대신에 ANT가 제시하는 것은 인간-비인간의 결합들로 이루어지는 이 세계의 진정한 현실을 추적하여 분석하는 ‘결합의 사회학’(sociology of associations)이며, 여기에 기존 사회학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활로가 있다고 주장한다. 라투르는 그간 25년 동안을 몸담고 있던 국립고등광산대학교의 혁신사회학센터를 떠나 2006년에 시앙스포의 교수로 옮겨 갔다. 이것은 그가 사회과학이 보조적 역할에 머물던 엔지니어 교육기관으로부터 프랑스에서 사회과학의 핵심 센터 중 하나로 여겨지는 기관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단지 라투르가 그 동안 쌓은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 높은 명예를 누리게 되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의 주장이 주류 사회과학계로부터도 점점 주목을 받고 또 크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생겼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보인다. 라투르의 학문적 출발점과 본령은 그 자신이 강조하다시피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약칭 STS)?과학기술에 대해 철학적, 역사학적, 사회학적, 인류학적 접근들을 통해 연구하는 학제적 분야?으로서, 그동안 라투르의 업적은 주류 사회과학계와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라투르의 연구와 ANT는 과학기술학 분야뿐 아니라 점점 더 사회학, 인류학, 지리학, 경영학, 사회의학, 심리학 등에까지 널리 확산되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 라투르가 주류 사회과학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아직 초기이므로 앞으로 얼마나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해야 하며, 또 이 면에서 그의 업적과 사상이 지닌 복합적인 성격이 올바로 소개되고 평가될 필요가 있다. 라투르의 연구가 과학, 기술, 예술, 법, 종교, 정치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어 사실 그의 사상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쉬운 요약이나 안내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최근에 그의 사상을 비교적 쉽게 정리한 소개서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내가 먼저 접한 소개서는 덴마크의 두 연구자가 공저한 책 『브뤼노 라투르: 하이브리드 세계에서의 하이브리드 사상』(Anders Blok & Torben Elgaard Jensen, Bruno Latour: Hybrid Thoughts in a Hybrid World, Routledge, 2011)이다. 이 책은 라투르의 업적을 ‘과학의 인류학’, ‘근대성의 철학’, ‘정치생태학’, ‘결합의 사회학’의 네 가지로 분류하면서 각각의 주요 내용을 잘 요약해서 소개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있지 않다. 내가 다음으로 접한 소개서는 라투르 자신이 쓴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Cogitamus: Six lettres sur les humanites scientifiques, La Decouverte, 2010)이다. 자신의 강의를 듣지 못한 독일의 학생에게 여섯 편의 편지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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