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리글 1968년쯤인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서울에 올라와 대학 입시를 위해 재수를 하고 있었다. 서울에 친구라곤 없는 촌놈이 혼자서 명동 구경을 갔다가, 우연히 당시 국립극장(현 명동 예술극장)에 들어가서, 국립극단이 공연하고 있는 로버트 볼트(Robert Bolt, 1924-1995)의 를 보게 되었다. 그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연극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내 용돈의 대부분을 털어서 연극 구경을 다녔다. 이듬해 간신히 대학생이 되어, ‘프라이에 뷔네’란 독문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극단에 들어가서 주로 번역 또는 연출로 꾀 많은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계속 독일희곡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하여 나는 희곡의 문장(대사)이 소설이나 다른 산문의 문장과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늘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은 독일 희곡을 번역하면서 항상 고민하야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이다. 어떤 어휘를 택하고, 어떤 문장(어투)을 사용해야 할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고민은 희곡이 정말 그 자체로 완성된 예술 작품인가, 아니면 연극을 통하여 재현되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문학인가 하는 매우 엉뚱한 의문이다. 물론 희곡이 문학의 3 장르 중의 하나라는 것을, 독립되고 완성된 예술(문학)의 한 장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시나 소설에 비해 희곡의 독자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한국의 독서 현실에서, 희곡은 연극을 통하여 비로소 독자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희곡을 읽을 때는 항상 무대의 상황을 상상하며 읽게 된다. 사실상 희곡을 읽으면서 무대의 상황이 상상되지 않으면 재미는 반감할 것이다. 문학적으로는 아무리 의미 있는 대사와 사건도 무대 위에서의 전달이 어려우면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 있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독일 학자들의 희곡에 관한을 읽으면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연극 현실에서 간단히 삭제 당할 수도 있는 단어 혹은 대사 한마디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 하여 설명할 때 그러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에게 큰 깨달음 을 준다.) 이와는 반대로 이따금 공연에 참가하면서 그 희곡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무참하게 변형 또는 삭제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아야 할 때도 있었다. 이 책에 모아놓은 나의 글은 희곡과 연극 현실에 대한 이와 같은 나의 인식을 기본으로 하여 쓴 것들이다. 독일 희곡의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을 기꺼이 출판해 주신 의 최진연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