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리말 21세기 한국형 개벽 사상의 출현을 기대하며 2009년 6월 9일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관한 제2회 에서 김지하 시인이 ‘화엄개벽의 모심’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화엄사상, 동학, 정역, 신약성서, 현대 과학 이론 등 동서양 사상들을 시인의 예민한 감수성과 창조적 상상력 안에 녹여내 방대하고 심원한 21세기 한국형 개벽 사상을 펼쳐 놓았다. 김 시인은 2008년도 서울 시청 앞 광장 촛불 사건을 후천개벽의 한 모습으로 보고서, 이제 자각적으로 촛불을 들자며 문화 혁명을 제안하기도 했다. “촛불은 그 자체로서 후천개벽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과 과정과 효과는 다름 아닌 화엄이다. 지도자도 조직도 강제도 없었고 끊임없는 토론에 의해 도달한 그때그때의 합의에 의해 도리어 그들은 단 한 오리의 오류도 폭력 사태도 과장도 없는 기이한 ‘대화엄(大華嚴)의 월인천강(月印千江)’, 이른바 ‘집단지성’에 도달하곤 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하였을까? 그들 하나하나의 마음마다의 천지공심의 씨앗들이었다. 나는 수없이 많은 개별적인 사례들 속에서 큰 전율과 함께 그것을 확인했다. 내가 스스로 확인한 이상 이것은 이론이 아닌 사실, 즉 엄격한 개념으로서 ‘팩텀’(Factum)일 뿐이다.” 천지공심의 씨앗들이 스스로를 깨닫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화엄적 모심’의 세계가 우주적인 차원에서 희망의 언어로 묘사되었다. 이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논평하고 또 토론했다. 논평자로 나섰던 한국의 대표적 신학자 김경재 교수는 발제문의 요지를 다음과 같이 추린 바 있다. “위대한 종교가 말하는 은유적 상징 체계 담론들, 즉 새 하늘과 새 땅의 강림에 대한 종말론적 비전, 한 티끌 안에 우주가 살아 춤추는 대방광불화엄의 세계, 하늘로서 하늘을 먹고 내유신령 외유기화하면서 향아설위하는 동학의 비전, 위 세 가지는 새 문명의 프리즘의 삼면이고 삼정(三鼎)이요, 원리이면서 방편이다. 진리(veritas)이자 현사실(factum)이다. 그 진리가 밝히는 생명의 도리에 따라 살면 인류 문명은 보다 영적 차원으로 꽃필 것이지만, 그 도리를 배반하거나 등을 돌리면 생명계는 쇠퇴하고 갈등하고 마침내 지속 가능성을 상실하고 멸망한다.” 이 외에도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최현민 수녀(서강대 대우교수), 최일범 교수(성균관대)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날카롭고 비판적이면서도 유익한 토론으로 시인의 감성에 저마다의 학문적 옷을 입혔다. 당시 여해포럼은 한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여 개벽에 대해 논했던 알찬 시간이었다. 포럼 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는 발제문에 융합되어 있는 동서양 사상 중에서 불교와 기독교적 세계관의 접점을 이론적으로 심화시키려 “화엄세계와 하느님 나라 비교 연구” 프로그램을 꾸렸다. 최근 들어 두 종교 간 실천적 차원의 대화 분위기가 커져 가고 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이론적 연구는 시작 단계에 불과한 형편이다. 특히 대승불교의 꽃인 ‘화엄’과 기독교적 정체성의 근거인 ‘하느님 나라’는 동서양 사상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혀 줄 수 있을 적절한 소재였다. 두 사상 체계 간 대화의 수준을 이론적 차원에서 심화시키고 그 접점을 확장시키기 위한 비교 연구 작업은 시대적 요청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모임에는 조성택(불교철학, 고려대 교수), 석길암(화엄학, 금강대 연구교수), 임상희(화엄학, 중앙승가대 외래교수), 장진영(화엄학, 원광대 연구교수), 송성진(조직신학, 감신대 교수), 류장현(조직신학, 한신대 교수), 김은규(구약학, 성공회대 교수), 김판임(신약학, 세종대 교수), 박경미(신약학, 이화여대 교수), 이찬수(종교학, 강남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 모두 자기 전문 분야에 어울리게 화엄경, 하느님 나라, 혹은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하는 논문들을 한 편씩 발제하고, 서로의 발제문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을 다섯 차례 이상 가졌다. 불교와 기독교의 핵심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들 사상 체계의 전거인 경전의 내용을 서로 잘 알지 못한다는 자성에 따라, 연구 모임 종료 후에는 화엄경과 신약성서 원전 강독 모임으로 이어 나갔다. 그렇게 2010년부터 일 년 반 정도 실속 있는 연구의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에서 발표되었던 김지하 시인의 글을 포함해 화엄세계와 하느님 나라 비교 연구 모임에서 발표되었던 논문들과 이후 추가된 비교 연구물을 한데 모은 것이다. 석길암 박사는 기독교의 하느님 나라에 대응할 불교의 미타정토신앙에 대해 정리했고, 임상희 박사는 두 세계의 주체라 할 수 있을 비로자나불과 하느님에 대해 전체적 비교를 시도했으며, 류장현 박사는 미륵상생 및 하생 신앙을 예수 재림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종말론과 비교했다. 류제동 박사는 두 종교의 궁극적 실재를 원효의 유심 사상을 근간으로 비교 정리했고, 이찬수 박사는 교토학파의 개조인 니시다 기타로의 입장을 중심으로 불교적 ‘자각’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신학적 구조와 비교하며 소개했으며, 김은규 박사는 구약 예언자들의 불의에 대한 이원론적 대립과 원효의 일원론적 통합의 자세를 상관적 관계성 속에서 고찰했다. 그리고 김판임 박사는 ‘하느님 나라의 백성’을 중심으로 하느님 나라 개념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살을 입혔고, 박경미 박사는 예수 시대 전후로 나타나는 묵시문학적 종말론을 집중 기술함으로써 세상의 종말 혹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인도적 전통과 비교할 수 있는 성서적 전거를 마련해 주었다.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양 전통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시도한 알찬 글들이었다. 이 글들이 하나의 단행본으로 나오게 되어 기쁘다. 당초 연구 모임에는 함께 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몇 분 연구자의 글이 이번 단행본에 포함되지 못해 아쉬웠다. 대신 류제동 박사(비교종교학, 가톨릭대 강사)가 새로운 글을 써 보내와 다소 위로가 되었다. 글들을 한데 묶고 나니 두 전통을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가 놓인 느낌이다. 주지하다시피 불교와 기독교는 넓게는 동서양, 좁게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상 체계이다. 그러나 현실 종교계와 학계에서는 상호 이해보다는 이질성 혹은 오해가 더 부각되어 있을 뿐, 이들 간의 만남과 융합의 측면은 본격적으로 조명되고 있지 못하다. 화엄과 성서를 ‘모심’이라는 동학적 세계관과 연결지으려는 김지하 시인의 웅대한 비전과, 두 사상 체계의 조화와 접점의 확대를 함께 꿈꿔 온 연구자들의 학문적 희망이 우리 사회에 구체화되어 인류 정신문명의 대안적 사유가 한국 사회에서 솟아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12년 5월 “화엄 세계와 하느님 나라 비교 연구” 실무 담당자 이찬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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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머리말 화엄개벽의 모심│김 지 하 15 미타정토신앙의 발생 배경과 성격│석 길 암 65 1. 문제의 소재 65 2. 말법의식과 정토신앙의 기원 66 3. 미타정토신앙의 구원론 75 4. 동아시아에서 미타정토신앙의 확산 배경 79 5. 결론 83 비로자나불과 하느님│임 상 희 87 1. 불교와 그리스도교 간의 대화 87 2. 붓다와 예수 그리스도 88 3. 화엄교학에서의 비로자나불 93 4. 비로자나불의 세계와 하느님 나라 96 5. 나가며 99 기독교와 불교의 종말신앙에 관한 유형학적 연구│류 장 현 103 1. 연구 목적과 방법 103 2. 두 종말신앙의 내용 104 3. 공중재림과 상생신앙 110 4. 지상재림과 하생신앙 114 5. 구세주 신앙의 혁명적 성격 118 6. 요약과 과제 124 유심(唯心)에서 만나는 원효의 화엄세계와 하느님 나라│류 제 동 129 1. 우리나라의 불교와 그리스도교에서 지향하는 이상 세계로서 화엄세계와 하느님 나라 129 2. 원효가 그리는 화엄세계에서의 유심(唯心) 130 3. 초월적 차원에서의 유심(唯心) 132 4. 유심(唯心)의 구체적인 맥락과 원효의 화엄세계를 향한 여정 135 5. 궁극적 실재에 기반한 화엄세계와 하느님 나라 148 니시다의 철학과 기독교적 세계관│이 찬 수 153 1. 들어가는 말 153 2. 순수경험 155 3. 유일 실재로서의 의식 현상 156 4. 직관, 반성, 자각 158 5. 자각, 통일적 의식 159 6. 판단 이론과 장소 161 7. 장소의 논리 163 8. 절대모순적 자기동일 166 9. 신학적 인간학의 구조 168 10. 행위적 직관과 자각 170 11. 신과 인간, 역대응의 관계 172 12. ‘평상저’와 ‘임마누엘’ 175 13. 자각은 가능한가 178 구약성서 예언자의 ‘대립’과 원효의 ‘통합’ 사이의 변증법│김 은 규 185 1. 시작하는 말 185 2. 예언자들의 대립 190 3. 원효, 화엄의 통합 204 4. 맺는 말 215 하나님 나라 백성의 특권과 의무│김 판 임 221 1. 도입 : 예수와 하나님 나라, 그리고 우리 221 2. 하나님 나라에 관한 오해와 진실 222 3. 하나님 나라 백성의 특권과 의무 225 4. 결어 : 하나님 나라 백성은 하나님의 생명살림 운동에 함께 해야 한다 237 종말론과 민중 경험 │박 경 미 243 1. 들어가는 말 243 2. 예언자적 종말론의 특징과 묵시문학적 종말론의 형성 246 3. 묵시문학적 종말론의 기원과 기본 성격 252 4. 예수의 종말론적 선포 266 5. 나가는 말 270 참고문헌 275 주석 282 찾아보기 303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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