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고백이며, 기억이며, 반성인 나의 선교사 이야기… ‘저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선교사제입니다…’ 남수단에서 한국으로 잠시 휴가를 나온 저에게 사람들은 수없이 물었습니다. “거기 사람들은 뭐먹고 살아요?” “거긴 덥지요? 얼마나 더워요?”“그곳 사람들은 순수하지요?” “옥수수나 수수가 주식입니다. 그곳도 사람들이 먹는 것을 먹고 삽니다. 네 아주 덥지만 비가오고 난 다음엔 시원하기도 해요… 순수하기도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지요…”라는 대답을 수십번 반복하며 저는 막막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사람들의 막연하고 피상적인 질문들과, 체험할 수 없기에 이해할 수 없는 남수단의 현실을 ‘이야기’해서 이해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남수단은 ‘달나라’가 아니었고 저는 ‘걸리버’가 아니었습니다. 남수단은 새로운 체험의 ‘현실 세계’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계약은 만료되고, 파견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아프리카 남수단의 선교사제였습니다……’남수단을 떠난 그리움에 사무쳐 있는 저에게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수단에 얼마나 계셨어요?” “4년 4개월 있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남수단의 하늘과 구름과 들판이 보이며 뜨거운 햇살 속에서 얼굴과 팔을 스치는 수 수밭을 헤치며 오토바이를 타고 가고 있는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그곳의 시간이요, 하루가 한 달 같았습니다.’ ‘남수단에서는 하루하루가 목숨을 내 던지며 살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고국의 사람들은 선교사들의 삶을 시간이라는 길이와 무게로 재는 것 같아 슬펐습니다. “오래계셨군요. 하지만 십년은 있어야 그 문화와 하나 되는 진정한 선교사가 되는 것이겠지요.”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뼈를 묻어야 진정한 선교사지요.” 저는 더 이상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선교지에서 오래 살면 진정한 선교사이고, 시간이 짧으면 그렇지 않은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남수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지만, 남수단을 이야기하고 그곳의 체험을 이야기 하는 것은 즐겁고 재밌었던 ‘꿈’이나 ‘여행’을 말하듯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건드리면 다시금 상처가 열리며 피가 쏟아질 것 같은 아픈 사랑을 기억 하는 것과도 같은 ‘아픔’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나라의 선교사들은 현장에서 겪는 많은 ‘상처’와 ‘현실’을 말하고 싶어 하지만,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상’을 이야기하고 ‘생각’을 말합니다. 그렇게 경험을 이해할 수 없는 막연한 생각은 상처 입은 현실을 ‘공감’해 줄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남수단의 가난과 어려운 삶을 이야기 해주면,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굶주린 이들의 사진을 찍고, 통계를 내고, 수치를 적고, 책을 내고, 재단을 설립하고, 기금을 모으고, 모금 활동을 해서라도 돈을 먼저 모아서 그들을 어떻게든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들을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사랑인지는 좀 더 깊고 성숙한 고민과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먼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도와주는 것은 선한 일이니, 무엇을 하든 선한 ‘목적’으로 하기만 하면 결과도 선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은 달랐고, 남수단은 더더욱 그렇지 않았습니다. 선한 의지로 ‘무엇을’도와주느냐가 먼저가 아니라 ‘어떻게’ 도와주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남수단에 선교사로 그들을 ‘도와주러’ 간 것이 아니라, 선교사로서 이들을 ‘사랑하기 위해’ 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들을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선 더 많은 아픔을 허락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짧은 시간 남수단에서 살았던 경험의 기록들이며 선교사제로서 남수단에 가기까지,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고백이고, 아픈 기억이며 성찰이고 반성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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