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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신부 작곡&편곡 성가모음집

이종철신부 작곡&편곡 성가모음집

이종철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하상출판사·2014-12-03

  • 종교
  • KDC 6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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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을 펴내면서 성가는 참으로 훌륭한 기도입니다. 가톨릭의 수많은 기도 중에서도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고 우리 삶에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며 사랑과 은총과 풍요의 주님 곁으로 이끌어 주는 데에 이만한 기도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기에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도 ‘성가 기도는 기도를 두 번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만큼 은혜로운 기도라는 뜻입니다. 구약시대 다윗왕도 시편 150편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습니다. 이 가운데는 인간의 모든 희비애노(喜悲愛怒)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매번 미사 때마다 그 시편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제가 서너 살 장난꾸러기 시절이었습니다. 저희 선친께서 프랑스 선교사인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오르간을 배워 미사성가 반주를 하셨는데, 제가 미사의 중요함과 엄숙함을 모르던 때라 한창 반주에 열중하고 계시는 아버지 곁에서 장난치기를 신나게 하다가 수없이 얻어맞고 벌서기를 밥 먹듯 했습니다. 그러면서 커가는 동안 제 두 눈은 악보를, 두 손은 건반을, 두 귀는 선율과 화음을, 제 입에는 노래가, 제 가슴에는 성스러운 음악이 저를 통째로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더니, 성가와 성음악이 저의 전부가 되어 버렸고 지금까지도,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도 더 이상 변질될 수 없는 종신형 선고를 받고 말았습니다. 저의 성가 작곡은 산모가 해산을 하는 경우와 똑같습니다. 먼저 아름답고 훌륭한 주제를 만나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이에 임신을 하고, 온갖 상념의 나래를 펴 그 주제의 의미와 뜻을 찾아 헤매며 영양을 퍼주어 며칠, 몇 달 혹은 몇 년을 키워 나간 뒤 해산 때가 되면 엄청난 진통으로 머리와 가슴이 찢어질 듯 고통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피를 토하며 아이를 탄생시키듯 작곡을 완성합니다. 젊은 여인일수록 순산하고 아이도 여럿 낳듯이 젊은 시절에는 겁없이 많은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심한 진통으로 혼쭐이 난 산모가 임신과 해산을 두려워하듯 작곡의 진통으로 모진 고생을 여러 차례 하고 나서부터는 점점 겁이 나서 나이든 산모처럼 임신을 아예 피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은퇴사제관에서 미사 중에 하늘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겁이 나서 작곡을 피하다니 그럼 이제 무얼 할 거예요? 그럼 인생길을 끝낼까요? 선택하세요.” “날더러 죽으라는 말씀입니까? 아이고 살려주세요, 죽을 때까지 겁없이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주님과 약속을 하였고 저는 마지막 남은 숨까지 잉태와 해산을 반복하고 말 것입니다. 제 고향 성당(부산교구 언양성당)에는 천주교 신앙 유물 전시관이 있습니다. “영남의 알프스”라 이름 지어진 이곳에는 천 미터가 넘는 높고 험한 산들이 9개가 줄지어 있어 많은 등산객들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만 일찍이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무서운 야수들이 들끓었다는 이 험난한 산속으로 도망쳐와 풀죽으로 연명하며 신앙을 지킨 덕분에 그분들의 신앙 유물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되어 전시관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저의 성가 스승이신 선친(이사만 미카엘)께서 본당 회장, 유치원 원장을 역임하며 찍은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 고향 성당을 방문했더니, 저의 성가곡들과 음반들, 교회음악 활동사진들을 전시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성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전시관을 찾아온 순례자들에게 아주 작은 신앙적 도움이라도 된다면 기꺼이 수락하겠노라 대답하였습니다. 이 책은 바로 저의 유품이자 유물입니다. 평생을 몸 바쳐 만든 저의 성가곡들이 찾아온 순례자들에게 희미한 호롱불이 되어 그들의 인생길을 다소나마 밝혀준다면 생명을 주신 창조주께는 영광과 찬양을,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께는 효도를, 저 자신에게는 분에 넘치는 보람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로서 저는 유물입니다. 죽어 남긴 유물처럼 살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내려놓고 가는 유물이 되고 싶습니다. 2014년 봄 이종철 베난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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