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國譯儀禮(喪禮篇)》의 출간을 목전에 두게 되니 뿌듯함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2013년 3월에 《의례》 喪禮 윤독을 시작한 때로부터 벌써 2년이 넘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지금 왜 《의례》 번역을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얼마나 던졌는지 모른다. 때로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경학의 무게가 이정도로 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무지를 탓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례》 번역을 시작하기 전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喪禮가 희미하게나마 윤곽이 보이는 기쁨에 가슴이 뛰기도 하였다. 당초 《의례》 윤독의 계획은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수년째 논문을 준비하고 있던 내게 喪禮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은 곳곳에서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었다. 논문의 주요 주제는 조선시대 후기의 吉祭였지만, 喪祭에 대한 이해 없이는 길제 역시 불완전한 이해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喪祭의 이해는 또 《의례》의 喪禮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수년 전부터 강독해오던 《禮記》와 《家禮》 역시 모래성 쌓기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던 터였다. 마침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교재로 함께 윤독을 해왔던 동학들이 고맙게도 나의 논문을 도와주고 싶다는 제안을 먼저 해왔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 같았다. 《의례》, 그중에서도 상례 부분 윤독을 먼저 시작하고 싶다는 나의 말에 동학들은 애초에 관심 밖의 주제였을 터인데도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급선무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효과적으로 《의례》를 파악할 수 있는 윤독 교재를 찾는 것이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韓ㆍ中ㆍ日의 각종 《의례》 주석서와 번역서들을 검토한 결과 중국의 저명한 三禮學 전문가 楊天宇의 《儀禮譯注》가 윤독 교재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례역주》는 각 편마다 편명 바로 다음에 해당 편에 대한 해제를 먼저 제시하여 해당 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또한 경문을 내용에 따라 몇 개의 층차로 구분한 뒤 매 층차마다 다시 여러 개의 소단락으로 구분하고 핵심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鄭玄과 賈公彦의 古注를 비롯하여 淸代와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반영한 상세한 주석과 그림, 이러한 주석을 바탕으로 보충역이 풍부하게 들어간 백화 번역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초학자들로 하여금 생략이 많아 알기 어려웠던 《의례》 경문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단순히 윤독만 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읽고 넘기기에는 아쉬우니 번역을 하여 자료를 축적해 두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이게 되었다. 번역서 출간으로 윤독의 방향이 바뀌면서 처음에는 매주 1회, 매회 4~5시간씩 하던 윤독이 점점 늘어나 나중에는 매주 3회, 매회 7~8시간 까지도 하게 되었다. 초고 작업이 끝난 뒤 張惠言과 黃以周의 儀禮圖를 하나하나 대조 검토하다보니 옛 선현들이 왜 그토록 左圖右書를 강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거의 재번역 수준으로 면밀한 윤독 작업이 시작되었다. 처음 초고를 작성할 때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각종 《의례》 주석서와 禮說들을 검토하고 수정하면서 두려움과 기쁨이 교차되는 날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막상 출간을 염두에 두고 보니 용어 색인과 도표 정리, 범례 보충 등 독자의 시각에서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어 시작한 작업들 역시 별도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학자들은 조선시대 후기를 禮學의 전성시대라고도 부른다. 당대 최고라 할 수 있는 학자들이 거의 모두 예설을 언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禮書가 쏟아져 나온 시대이니 이와 같은 규정도 과언은 아니다. 성리학과 더불어 조선 시대 유학을 특징지을 수 있는 두 개의 큰 물줄기 중 하나인 예학의 출발점은 《의례》ㆍ《예기》ㆍ《주례》로 대표되는 三禮이며, 이 삼례 중에서도 《의례》는 가장 근본이 되는 經이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중요한 전적임에도 아직까지 1종의 완역서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연구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得失이 공존하는 법이니 단순히 열정으로 시작한 우리의 작업 역시 분명 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비판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듦으로써 우리나라의 학술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매우 기쁜 일이다. 《의례》 번역서를 내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신 寒松 成百曉 선생님께 어떤 말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선생님께 처음 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2001년 국역연수원에 입학할 때부터였으니 벌써 15년이 되었다. 末學이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외람스러우나 그동안 선생님께 배우면서 彌高之歎을 발한 것이 또한 얼마였는지 모른다. 늘 百之千之의 다짐을 할 뿐이다. 그리고 멀리서 후학들에게 선뜻 지원해주신 호서문화연구소의 林東喆 소장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뻔히 적자가 예상됨에도 기꺼이 출간을 맡아주신 한국인문고전연구소 출판사 사장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5년 7월 남산이 보이는 연구실에서 이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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