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배비장전』을 읽기 전에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며, 어느 정도의 자부심은 꼭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감이 없어 남들 앞에서 주눅이 들거나, 그저 남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 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자부심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교만한 마음에 다른 사람들을 얕보려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 너무 모자라거나 너무 지나치면 안 되는 법이지요. 여기 조선 시대 후기를 살아가던 한 사내가 있습니다. 모처럼 작은 벼슬자리를 얻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더구나 경치 좋기로 소문난 제주도로 벼슬살이를 하러 떠나게 되니, 마음이 절로 설레기도 했을 겁니다. 자, 앞으로 이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궁금증을 안고 책을 읽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배비장이 제주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마주친 인물은 애랑이라는 기생입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배비장과 애랑이 엮어 가는 사랑 이야기일까요? 하지만 배비장은 조상 대대로 여자를 멀리했으며, 자신도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그래? 그럼 네가 얼마나 잘났는지 한번 시험해 볼까?’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배비장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 계략을 짭니다. 잘난 체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곯려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과연 배비장은 다른 사람들이 파 놓은 함정을 피해 갈 수 있을까요? 결국 애랑에게 홀딱 반한 배비장은 여러 사람 앞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그런 배비장의 모습을 보며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고, 불쌍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소설을 지어 낸 사람은 배비장을 왜 그렇게 우스갯거리로 만들었을까요? 망신살이 뻗친 배비장의 모습을 보며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요? 무슨 일이든지 함부로 큰소리부터 치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과 함께 겉 다르고 속 다른 당시 양반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편 이 소설에는 풍자와 해학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풍자는 상대방을 비꼬고 야유함으로써 상대방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방법입니다. 애랑과 방자가 양반인 배비장을 조롱하는 모습을 통해 그 당시의 양반들에 대한 백성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해학은 익살스러운 말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주는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보면 엉뚱하고 재치 있는 표현들이 많이 나옵니다. 배비장이 한라산 꽃놀이를 갔다가 애랑이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려고 동료들에게 거짓으로 배 아픈 시늉을 하는 장면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런 표현을 마주칠 때마다 마음껏 웃어 가며 읽는 것도 『배비장전』을 읽는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자, 그럼 이제 배비장과 애랑이 펼치는 흥미진진하고 유쾌한 이야기속으로 즐거운 여행을 떠나 볼까요? 2013년 3월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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