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연 해군 부사관을 전역한 뒤, 아쉬웠던 내 인생에 대한 보답으로 직장을 다니며 야간 대학교에 입학했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광주광역시에 있는 동강대학교 정보통신과를 선택해 공부를 시작했지만, 공학이라는 녀석은 나와 좀처럼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그래, 그냥 즐기자.” 친구들이 모두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았던 것도 컸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조타수’를 만났다. 바로 김재섭 교수님. 그는 서른셋의 나이에 어렵다는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천재였다. 양복의 옷자락이 분필에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알아듣기 힘든 공식을 열심히 써내려 가는 그 신들린 강의에 나는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교수님은 ‘형’, ‘형님’이 되었고, 개인적으로 만나며 술친구가 되어 버렸다. 내가 학점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걸 교수님도 아셨기에, 우리는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는 마음 가는 대로 바다로, 강으로 떠났다. 아무도 없는 자연 속에서 술 한잔 기울이고, 흘러간 옛 노래를 처량하게 부르며, 교수님의 친구분도 자주 자리에 함께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자연을 벗 삼아 자작시를 읊었고, 교수님은 나의 펜(?)이 되어주셨다. 그리고 시에 대해 처음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웅아, 너의 거친 시를 조금만 다듬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순간 느끼고, 꾸밈없는 너의 감정이 나는 참 좋아. 기회가 되면 너의 시를 책으로 내줄게.” 그때부터 가슴이 설렜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보잘것없는 내 글이...? 그러나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했던가. 아픔은 먼저 나를 찾아왔다. 그해, 아버지께서 갑작스레 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고,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교수님은 나의 아픔을 함께하며 진심으로 슬퍼해주셨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교수님께서 네 번의 암 투병 끝에 결국 하늘의 부르심에 응답하셨다. 지금은 시골의 작은 사찰에 모셔져 있다. “교수님, 아니 형님! 함께했던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늦었지만, 형님이 좋아하셨던 제 시집을 완성하여 형님께 바치겠습니다.” 교수님은 끈적한 바다의 별이자, 선선한 강바람의 별이셨습니다. 저에게 뜨거운 삶의 방향을 잡아주신 진정한 저의 돛단배이자 조타수이셨음을, 이제야 고백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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