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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상파울루에서 고향가는 길을 묻다

불현듯 상파울루에서 고향가는 길을 묻다

박춘우

생각너머·2014-03-25

  • 역사
  • KDC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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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프롤로그 나는 참을성이 부족하다. 오죽하면 가훈이 ‘백인필덕百忍必德’일까? 어느 곳이든 한군데 눌러앉으면 진득하니 터를 잡고 뿌리를 깊숙이 내리는 지인들과는 달리 야전 군인처럼 이삿짐을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이곳저곳 이사 다니느라 바빴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에도 타고난 역마살 때문인지, 어쩌다 대한민국과 정 반대에 자리 잡은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가서 3년을 살았다. 처음에는 교육원 창문 밖으로 미풍에 살랑대는 루스공원의 야자수 잎이 나를 이국의 정취에 흠씬 빠져들게 하였다. 11월 이비라쁘에라 공원 호숫가를 따라 보라색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있는 아름드리 자카란다 나무가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사시사철 푸름 속에 살면서 여름의 삼복더위와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했었다. 그러나 봄이면 진달래 붉게 물들고 겨울이면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고향의 뒷동산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휘영청 밝은 보름 달빛이 내 방에 쏟아져 들어오는 밤이면, 봄 내내 울어대던 소쩍새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떠날 줄을 몰랐다. 나는 인삼으로 유명한 충청남도 금산의 시골 마을 비모골에서 한국전쟁이 막 끝나가는 해에 태어났다. 그 후 1968년 공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고향을 떠나기까지 유년기와 소년기 16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산으로 빙 둘러싸인 우리 동네는 30여 호밖에 되지 않는 농촌 마을이었지만, 동네 사람들은 오순도순 한집안 식구처럼 정겹게 살았다. 지금 젊은이는 돈 벌러 도시로 떠나고 머리 허연 어른들이 지키는 시골 마을은 아기 울음소리 듣기가 정말 어렵다. 그러나 그때는 산아제한을 할 줄 모르는 시절이라 낳는 대로 다 낳다 보니 집집이 칠팔 명의 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마을 공터나 뒷동산은 항상 아이들 노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우리는 학교에 갔다 오면 책가방을 마루에 휙 던져놓고 봄부터 겨울까지 철따라 비석치기나 구슬치기 등 수없이 많은 전통놀이에 빠져 해지는 줄 몰랐었다. 오늘날 한시도 쉴 틈이 없이 뼈 빠지게 공부하는 도시 아이들을 보면, 공부보다도 집안일을 돕거나 노느게 더 중요했던 그 시절이 정말 즐겁고 행복했었던 같다. 상파울루에 살면서 나는 어릴 적 그 행복했던 순간들이 머리에 새록새록 떠오를 때마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영영 기억에서 사라질까 봐, 붓 가는 대로 고향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 날 몰아쳐 쓰던 방학일기처럼. 이 이야기들은 나에게 너무 소중한 추억들이다. 사진첩 속 빛바랜 어린 시절 사진처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나 자신의 역사歷史다. 이제 정년퇴직을 하면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 대나무 숲이 우거진 시골 토담집에 살면서 봄이 되면 꽃밭에 봉선화, 접시꽃, 노랑꽃 등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감이 넘치는 우리네 꽃들을 심고 싶다. 담장에 호박 넝쿨도 올리고 텃밭에 상치나 가지나무도 가꾸며. 마당 한쪽에는 앵두나무, 감나무, 살구나무를 뒷동산에는 밤나무를 심고 싶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에는 동네 입구에 있는 연못에 나가 도랭이를 쓰고 붕어 낚시를 하고 싶다. 한여름 찌는 듯 더운 날에 봉황천에 나가 미역도 감고 다슬기도 잡고 싶다. 저녁 무렵 개울가 주변에서 깜박거리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잡아 유리병에 넣고 무협지도 읽고 싶다. 밤에는 매캐한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에 누워 은하수와 지붕 위 하얀 박꽃이 소곤대는 비밀이야기를 듣고 싶다. 가을에는 지붕에 빨간 고추를 널고 감나무에 올라 잘 익은 홍시를 따먹고 싶다. 들판에 나가 누렇게 익은 벼를 헤쳐 가며 메뚜기를 잡고 콩 서리도 해보고 싶다. 온산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면 날을 잡아 초등학교 때 소풍가던 길을 따라 금산의 명산 진악산에 오르고.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되면, 잘 마른 나무를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패어 장작을 만들고 싶다. 뽀얀 흰 살이 드러난 장작을 양지바른 곳에 가지런히 쌓아놓고 흰 눈이 펄펄 내리는 겨울밤 아궁이에 넣고 군불을 때고 싶다. 온돌 방안에 술을 담가놓고 멀리서 옛 친구가 찾아오면 밤새도록 추억을 안주 삼아 마시며 한껏 취해보고 싶다. 사람은, 특히 정이 많은 우리 민족은 항상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을 그리워하며 산다. 추석이다 설이다 명절이 오면, 아무리 사는 게 고달프고 교통이 불편해도 조상님과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을 찾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많은 부를 갖거나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태어난 고향에 살면서 고향의 발전을 위해 일하다 정든 고향 땅에 묻히는 사람이 아닐까? 책 표지에 비모골 고향마을을 정감 있게 그려주신 구영란 선생님,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애써주신 관계자 분 그리고 이 책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13년 가을날 박 춘 우 차례 프롤로그 .............................................................. 27 고향故鄕 밤꽃 핀 밤 ........................................................... 27 귀향 ...................................................................... 27 누나 ...................................................................... 27 두꺼비 바위 ........................................................ 27 개 .......................................................................... 27 소 .......................................................................... 27 미꾸라지 .............................................................. 27 구렁이 .................................................................. 27 벼 .......................................................................... 27 인삼 ...................................................................... 27 감자 ...................................................................... 27 고구마 .................................................................. 27 콩 .......................................................................... 27 호박 ...................................................................... 27 산야山野 연못 ....................................................................... 27 봉황천 ................................................................... 27 진악산 ................................................................... 27 마이산 ................................................................... 27 감나무 ................................................................... 27 미루나무 ............................................................... 27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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