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리말 스릴러보다 더 재미있는 ‘수’ 이야기 수(數)보다 더 차가운 것은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차갑다’는 것은 수가 무감각하고 냉혹하며 비인칭적이라는 뜻이다. 논쟁이 달아오를 때, 누군가 “수치를 놓고 말하자”라고 하는 순간, 상대방은 할 말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는 흔들림이 없는 궁극적인 가치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치로 마무리된 것은 쉽게 뒤집을 수 없는 최종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klit)가 “세계의 변화는 불과 뜨거운 불꽃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한 데 비해, 파르메니데스(Parmenides)는 냉정하고 투명한 논리를 전파했다. 그는 생성과 소멸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무(無)에서 무언가가가 나올 수 있으며,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갑자기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그는 반문했다. 변화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파르메니데스는 생각했다. 그의 메시지는 존속과 안정에 대한 확신이다. 0은 영원히 0이고 하나는 영원히 하나이며 이 둘은 언제까지나 다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엘레아학파(Eleatische Schule)의 영향을 받은 플라톤이 자신의 아카데미에 드나드는 모든 사람에게, 또 미래의 세계 지배자 및 철학의 우두머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수학적 지식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정적인 수를 알고 그 수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모든 것을 규정하는 최종적인 판단을 할 줄 안다. 그 판단에서 나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다른 모든 사람의 눈에 ‘가치가 있는 것’으로 비친다. 그것은 권능을 지닌 자의 말인 동시에 냉정한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파르메니데스의 생각은 틀렸다. 수라는 것은 단순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는 질서와 이해를 위해 발견된 것이다. 또한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수는 인간의 정신적 토대가 아니다. 인간은 그토록 ‘차갑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특징을 잘 이해하는 데 수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10여 년 전부터 빈 미술관 구역(Museumsquartier)에 소재한 ‘Math.space’에서는 보통 사람들에게 수를 쉽게 알리고 수학을 실생활에 응용하며 수학을 문화적인 중요한 성과로 널리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 교육과학기술부 및 재무부의 지원을 받고 있고 있으며 아내인 비앙카의 관리 하에 수백 가지 사업 분야에서 해마다 현실과 수학적인 수의 세계와 관련된 자료를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이야기 중에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상당 부분은 ‘Math.space’에 부분적으로나마 알려진 것이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그 프로젝트 책임자인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내 딸인 로라는 질문을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불가피하면서도 분명한 설명을 하도록 나를 자극했고 아들 알렉산더는 원고를 꼼꼼히 읽어보면서 큰 실수를 지적하고 격려와 비판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 한저(Hanser) 출판사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특히 저자인 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냉정한 수라는 주제에 대하여 선뜻 손을 내밀지 않을 독자들을 생각해 책을 예쁘게 장정하며 협조를 아끼지 않은 크리스티안 코트(Christian Koth)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사실 수를 둘러싼 이야기는 그 냉기를 잊을 만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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