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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서정시학·2014-01-20

  • 문학
  • KDC 8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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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독자들께 무한한 감사와 경의로 몇 년 전부터 우리 중·고등학교 교과서 9권에 “지란지교를 꿈꾸며” “사투리사전을 만들자” 등 산문 4편과 “세한도 가는 길”의 시가 게재되었다고 게재료를 보내와서, 받을 때마다 낯이 뜨뜻해지면서도 기분은 썩 좋아지곤 했다. 중학생 아들이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열어보니 내가 쓴 글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전문이 인쇄되어 있었다. 교생실습 나오셨던 교생 선생님들이 실습을 끝내고 돌아가시면서 전교생에게 편지 한 통씩을 주시며 꼭 외우라고 했는데, ‘엄마가 쓴 글이냐 동명이인 다른 분의 글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아들이 30대 중반이 되었으니 세월이 한참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시아버님 되실 분이 너무 좋아하시는 글인데, 붓글씨로 써서 받고 싶다는 예비신부들이 있어 놀라기도 한다. 어쩌다 만나는 분들은 타자학원에서 타자를 배울 때 교본 글로 사용하여 외우게 되었다는 군인들이나 직장인들도 있고, 재수할 때 학원에서 아침마다 묵상시간에 저의 수필 한 편씩을 방송으로 읽어 주었는데, 왠지 위로와 힘이 되었다는 학생들이 있었다. 진즉 알았더라면 그 학원에 감사전화라도 했을 텐데, 왜 이제 알려 주느냐고 했던 적도 몇 번 있었다. 신부님들이 신학교 철학시간에 숙제 교재를 읽고 감동했다고 하고 심지어는 강론시간에 읽어주시기도 했다. 몇 주 전 특강 뒤 질문시간에 젊은 여성 한 분이 알려줬다. 자기 아들이 내 글을 외우느라고 너무 힘들어 한다고. 엄마가 하도 젊어 보여서 몇 학년이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그 어린아이가 마흔 넘어 쓴 내 글에 어떻게 공감할 수 있느냐고 하자, 담임 선생님이 너무 좋아해서 강제로 암송하게 한다고, 그 덕에 그 엄마도 읽게 되었다고 했다. 서예전에서 내 글의 전문을 쓴 병풍을 보았다거나, 족자로 걸려 있기도 했다고 들었고, 하와이 대학에서 영문으로 번역하여 교재로 삼는다고 저자 승인을 요청했으며, 주한 일본문화원에 근무하시는 일본외교관 한 분이 일어로 번역해 보내주시는 등등… 참으로 황송했다. 가끔씩 마주치곤 한다. 동행들이 옆구리를 찔러 내다보게도 된다. “찻집 지란지교” “연구까페 지란지교” “지란지교 싸이트” “주소록 지란지교” “우리사이 지란지교를 위하여” 등등 이다. 전화로 허락을 청하는 이들, 동창회 주소록 한 권을 보내신 분, 인터넷 사이트에 꼭 들러달라는 분, 찻집이나 경양식집, 한정식집에서 보았다는 분들, 책받침, 노트의 뒷표지, 연필에 새겨진 몇 구절이 새삼 좋았다는 분들, 지금이야말로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왜 쓰지 않느냐는 분들… 근 30년 가까이 변변치 못한 글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세월은 사람도 변하게 하여, 詩 외에는 거의 쓰지 않으니 쓰는 부담에서 자유로워 너무 좋은데, 몇몇 분의 독자께서는 쓰지 않으려면 기존의 글을 모아 선집으로 묶어주면, 안부인사나 입학이나 졸업선물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으나, 젊을 때 겁없이 쓴 글이라 적지 아니 부끄럽기도 하여 망설였다. 그러는 중에 독자 몇 분이 각자가 좋아하는 글을 기꺼이 뽑아주시는 수고를 해 주셨으나 분량이 너무 많아, 딱 한 권으로 줄여서 이 책이 묶여진다. 읽어 주신 독자들 모두께 넘치는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2011년 눈부신 가을날 시인 유안진 삼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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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제1부 오직 한 사람 부끄러운 연서 ● 15 선물을 안고 ● 18 슬프고도 아름다운 혈연 ● 22 젖은 몸을 맞아 줄 가정이 있다 ● 27 오직 한사람 ● 29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 ● 34 최초의 페미니스트는 김수로왕과 왕비 허황옥 ● 38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 ● 41 계약 결혼의 선구자 황진이 ● 49 부부! 가장 엄숙한 종교 ● 55 한 지붕 밑에 두 여자는 ● 60 규희 양에게 ● 63 스승 목월님께 ● 68 버나드 쇼들의 오만과 편견, 여자는 남자의 기형? ● 71 사랑은 눈으로 ● 73 제2부 미루나무 잎새만한 엽서 가을 초목의 겸손으로 ● 77 미루나무 잎새만한 엽서 ● 80 가을에 열린 귀 ● 83 용감하게 거역하라 ● 88 겨울나무, 나의 자세 ● 92 사월에 피는 꽃은 ● 95 쇠붙이와 강철시대의 봄을 맞으면서 ● 99 호박꽃에 어린 순수 ● 103 봄비 오시는 오후는 ● 108 묵은 그루터기에서만이 새싹이 돋는 이치를 ● 115 꽃에도 등급이 있었네 ● 118 제3부 사유와 고뇌의 계절 사유와 고뇌의 계절 ● 123 지나간 날은 아름다워라 ● 126 내가 나의 주인일 때 ● 131 뉘우치며 아파해야 할 때 ● 137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 140 소설처럼 아름다운 사랑은 없다 ● 145 정승되긴 쉬워도 명기되긴 어렵다 ● 150 이상을 잃었을 때 비로소 늙는다 ● 163 목숨보다 예술을 ● 167 장의존적 충동적 원인은 ● 170 더욱 다채로워져라, 우리 시대의 현대시 ● 173 사랑, 다시 희망으로 달려갈 힘을 키우자 ● 176 제4부 아낌없는 사랑 포장마차와 과일 가게 ● 183 시와 스포츠 ● 186 새해 아침의 작은 꿈 ● 190 도깨비가 보이도록 눈 맑은 마음으로 ● 193 처녀 귀신 손각시의 해코지 ● 194 외가댁의 숟가락 ● 205 발견하는 매력 ● 208 아낌없는 사랑 ● 211 이름과 얼굴, 바뀔 수도 변할 수도 ● 215 머리 좋고 게으른 리더와 일하는 행복 ● 220 명절 차례 이대로 좋은가? ● 223 명사들의 기언 또는 기행 ● 226 창조적 상징으로, 아라비아 숫자 몇 개 ● 229 표4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한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론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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