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개정판 서문│ 이 한자리에서 25년이다. 모든 인연이 달라이 라마의 은덕으로 시작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1987년 5월 인도 순례를 떠나왔다. 달라이 라마 성하의 한 달 안거가 끝나기를 고집스럽게 기다리다 마침내 안거가 끝난 다음 날인 8월 1일 친견할 수 있었다. 그날의 인연이 지금까지 한 한국 비구의 수행 길로 이렇게 이어질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많은 질문과 함께 귀한 답을 주시며 나에게 주신 몇 권의 책 가운데 한 권이 바로 이 『입보리행론入菩提行論』이었다. 영어로 번역된 책이었는데 당시 나는 한국적인 수행 풍토에만 젖어 있었기에 책 속에 있는 ‘보리심’이라든가 ‘보살행’이란 말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었다. 이곳 한자리에서 줄곧 25년 동안을 달라이 라마 곁에서 수행해 오면서 당신의 수많은 법회에 참석하여 법문을 들어 왔고 많은 통역도 해 왔다. 그러던 중에 티베트 불교와 부처님 법 안의 핵심인 보리심과 공성에 대한 폭넓은 의미와 사상을 바르게 새길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티베트 불교에서 유독 수행의 터전으로 왜 보리심을 강조하는지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2003년 겨울, 고맙고도 감사하게 달라이 라마께서 한국인을 위한 법회를 결정하셨는데 그 교재가 바로 『입보리행론』이었다. 당연히 한국의 불자들은 환희로움을 느꼈는데 나는 한편 누구나가 쉽게 지니고 읽을 이 논서를 번역해야 할 의무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누구도 티베트 원전에서 우리말로 번역한 어떤 경론서가 없었다. 급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역자는 번역을 할 수 있었고, 이 책과 함께 2003년 겨울에 첫 한국인을 위한 달라이 라마의 법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3년에 걸쳐 이 논서로 법문을 해 주셨다. 번역을 하면서 원전에 충실해야 함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그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티베트 고유의 시적인 정서도 살리려고 애를 썼다. 원본은 이곳 티베트 망명정부 소속인 ‘세릭 빠르캉’에서 출간된 1990년도 판을 그대로 사용했다. 여기서 한 가지 밝혀 두어야 할 것은 제9장의 난해함이다. 의미도 문제지만 게송 하나하나에 대한 질문, 답변, 반론의 흐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가 힘들다. 이곳에서 함께 공부해 오던 명중당明中堂 최연철 박사의 도움 아래 겨우겨우 번역해 낼 수 있었다. 역자는 불교학이나 인도철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지식엔 한계가 있고 부족하다. 최 박사는 동국대학교나 인도에 와서 이 분야를 계속해서 공부해 오신 분이다. 티베트어의 모태인 산스크리트본 대조에까지도 도움을 주었다. 최 박사의 도움을 받으며 이 논서에 어떤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고치고 고쳐 이 정도의 우리글로 완성했다. 이 숭고한 논서의 깊은 뜻을 본인의 부족한 티베트어 실력으로 완전하게 풀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훗날 더 좋은 번역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러나 역자로서는 이 논서의 번역으로 근 10년에 걸친 티베트 최고의 논서 『람림 첸모』를 전부 번역하는 계기를 얻기도 했다. 이번에 책을 다듬고 보완하여 새로운 출판사에서 내기로 했다. 처음 책을 펴낸 때로부터 근 10년이 지났고, 그 안에 역자 나름대로 교정을 많이 했기에 이번 새로운 출판은 더욱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특히 이 논서를 읽을 때 한 가지를 유념할 것은, 아래 한 부분은 머리로 읽지 말고 꼭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 보기를 권한다. 즉, 논서 2장 1절부터 3장 22절까지이다. 2004년으로 기억되는데 법문 중 달라이 라마께서 한국의 전통 목탁을 치며 이 부분을 읽어 나가도록 했다. 마지막엔 어느 누구도 그 감응과 감동으로 제대로 읽어 나가지 못하고 울면서 독경을 마친 적이 있다. 그만큼 이 구절을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예불이나 부처님 찬탄과 자기 발원 참회 등등이 아우러지는 깊은 감동을 경험하리라 본다. 지금까지도 부족한 한국인 비구 제자를 늘 자비로 섭수해 주신 달라이 라마 어른스님께 감사 올리며, 이 책을 다시 손질하여 펴내는 담앤북스출판사 제위께 감사한다. 모든 생명 가진 이 마음 편하고 기쁨 속에 사시기를 기원 드리면서 2013년 히말라야 봄 입구에, 비구 청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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