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록되지 않은 어둠의 시간, 그리고 실증의 빛 나는 한때 역사의 파괴자가 될 뻔한 고뇌의 시간을 지나왔다. 30년 전, 젊은 날의 나는 전국 산천의 무덤을 훑으며 지층의 습도와 유물의 위치를 단번에 알아맞히는 '어둠의 기술자'들 곁에 서 있었다. 탐침봉 하나로 땅 밑의 보물을 꿰뚫어 보던 그들의 섬뜩한 감각과, 유물이 장물아비의 손을 거쳐 '세탁'되고 사라지는 비정한 유통의 생리를 나는 산증인으로서 목격했다. 그 유혹은 달콤하고도 치명적이었다. 지식이 곧 돈이 되고, 한 번의 굴착으로 평생의 부를 거머쥘 수 있다는 오만이 나를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 탐침봉을 내려놓고 펜을 잡았다. 그것은 도덕적 결벽증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 정통성'이라는 거대한 설계도 앞에서 한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경외심 때문이었다. 장물아비들은 유물을 쪼개서 팔아치울 '상품'으로 보지만, 역사가인 나는 그것을 문명의 설계도를 복원할 '응축된 데이터'로 보았다. 석가탑의 옥개석이 뒤틀리던 그 탐욕의 밤이 오히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라는 인류의 보물을 깨우는 역설을 만들어냈듯, 나 역시 어둠의 생태계를 꿰뚫어 본 경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과학적 실증'이라는 빛의 도구에 더 매달리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연대를 측정하고 유물을 감정하는 기술서가 아니다. 인간의 눈과 입, 그리고 권위라는 이름의 오만은 얼마든지 가짜를 진품으로 둔갑시키고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 하지만 흙 입자가 기억하는 열기(TL)와, 수십만 년 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빛의 기억(OSL)은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내가 만났던 수많은 '산증인'들의 비화와 장물 시장의 비정한 온도를 뒤로하고, 오직 '에너지의 응축과 비상'이라는 잣대로 인류 문명의 진실을 추적하려 한다. 법의 공소시효는 끝날지 몰라도, 역사의 공소시효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실증의 도구들'을 통해 증명해 보일 것이다. 그것이 탐침봉 대신 펜을 선택한 나의 숙명이자,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나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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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장. 물리적 연대측정학. 46장. 유전체역사학: 생물학적 하드웨어에 각인된 인류의 자서전. 47장. 하늘의 투시경: 항공촬영(라이다)과 인공위성이 찾아낸 에너지의 맥(脈). 48장.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재현하는 문명의 평행우주. 6권 참고문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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