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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해요, 미스 젬!

부탁해요, 미스 젬!

주희서 (지은이)

Fioret(피오렛) :삼양출판사·2017-10-30

  • 400쪽
  • 문학
  • KDC 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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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부탁해요, 미스 젬! 1권 목차 1부. 중매 선생과 두 명의 왕자 프롤로그 1. 플라스크의 요정님 2. 중매 선생 3. 이중 계약 4. [막간극] 기사 본에 대하여 5. 닥터 유리 6. 무도회의 밤 7. 피 8. [막간극] 시종 코다에 대하여 9. 미끼 10. 사기극 1부. 중매 선생과 두 명의 왕자 프롤로그 흐흐흐. 젬이 숨죽여 웃으며 주머니 무게를 가늠했다. 한쪽 어깨가 기울 정도로 묵직한 주머니에 다시금 몸을 부르르 떨다가 입구를 열어 안을 확인했다. 꽉 찬 금화가 젬을 보고 반짝였다. 젬의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질 듯 올라갔다. ###요정(a환상)###어차피 남 줄 돈인데 뭐가 그렇게 좋아요?###끝### “지금은 내 손에 있거든! 내 행복을 방해하지 마!” 젬은 주머니에 코를 가까이 댔다. 적어도 식비 걱정 없이 빚 갚을 형편으로까지 승격한 상황이었다. 이대로만 가면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 없어도 첩 신세는 피할 수 있어 보였다. 아이가 자기 몫으로 받은 금화 하나를 품에 안고 턱을 괴었다. ###요정###이제 적당히 손님 가려 받아요. 제가 말했잖아요. 치정 싸움만큼 더러운 건 없으니까 몸 사려 가며 일하라구.###끝### “운명의 상대라며? 치정에 휘말릴 일이 어딨겠어?” 적어도 이 1년간 치정 싸움이라 할 만큼 곤란할 일은 없었다. ###요정###몇 번이고 말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간단한 시스템이 아니거든요.###끝### 아이가 볼을 부풀리며 심통을 부렸으나, 젬은 주머니 입구에 코를 대고 킁킁대느라 보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엔 황금빛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골목 안쪽으로 절컥절컥하는 쇳소리가 가까워졌다. 꼭 기사들이 행진할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외진 마법 골목까지 기사가 올 리는 없을 텐데? 젬이 주머니를 쥐고 웅크린 자세 그대로 입구 쪽을 보았다. 점차 가까워지던 쇳소리가 천막 바로 앞에 멈췄다. ‘뭐지?’ 큼큼, 헛기침 소리와 함께 입구를 막은 천이 바람에 흔들렸다. 살짝 벌어진 천 사이로 은색 갑주가 보였다. 아이가 후다닥 젬의 후드 속으로 숨었다. 젬 역시 부리나케 돈주머니를 숨겼다. 우렁찬 목소리가 천막을 왕왕 진동시켰다. “중매 선생은 들으시오!” * * * 창밖으로 풍경이 빠르게 스쳐 갔다.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사자가 허리를 빳빳이 세운 자세 그대로 정면을 보고 있었다. 마주 앉은 젬은 무릎 꿇고 혼나는 기분이었다. 침이 말라 자꾸 헛기침이 나왔다. 후줄근한 연금술사 코트가 손자국을 따라 구겨졌다. 마주 앉은 사자의 정복에는 사람을 쪼그라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 대체 자신이 무슨 일로 왕궁에 불려 가는가. 짐작 가는 구석이 너무 많았다. 불법 사랑의 묘약 유통, 가짜 마법약 사기죄, 금서 무단 절도와 신체의 일부가 들어가는 금지된 실험. 그럴 듯한 죄명이 줄줄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자가 팔걸이 근처를 눌렀다.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이 열리며 하얀 김을 뿜었다. 크리스털 잔과 함께 생수통이 등장했다. 곧이어 땡그랑 소리와 함께 둥근 얼음이 쏟아졌다. 사자가 익숙한 동작으로 앙증맞은 레몬 조각까지 곁들였다. 젬은 그 과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폐하께선 좋은 분이십니다.” “예에에.” 젬은 두 손으로 얼음물을 받다가 저도 모르게 울먹였다. 생전 처음으로 냉장고 딸린 자동차를 탔는데 즐겁지 않았다. 저 멀리 돌아가신 부모님이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았다. 좋은 분? 선량한 시민한테나 그렇겠지! 나는 범죄자라구! 젬은 사약을 삼키듯 잔을 한입에 비웠다. 차가운 물방울이 손가락을 사이를 타고 흘렀다. 유라레 왕성은 왕도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기도 했다. 고대 마법의 힘으로 유지되는 우윳빛 성벽은 왕도의 자랑이었다. 성을 둘러싼 해자 위로 다리가 놓여 있었다. 자동차가 매끄럽게 성문을 지나쳤다. 무슨 정신으로 알현실에 도착했는지 기억이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젬은 붉은 양탄자가 길게 깔린 커다란 방에 서 있었다. 젬이 빛을 향해 위를 바라보았다. 높디높은 천장 가득히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신과 천사, 정령과 인간이 구름과 땅, 낮과 밤을 사는 모습을 묘사한 대작이었다. “마음에 드는가?” 콘트라베이스처럼 울림이 풍부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정신이 번쩍 든 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허허, 하는 웃음이 실내를 낮게 울렸다. 가장 안쪽, 유라레 왕국을 상징하는 문양 아래 한 남자가 황금 옥좌에 앉아 있었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자가 젬을 보고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붉은 보석이 박힌 황금 지팡이가 그의 손에서 빛나고 있었다. 지성의 나라 유라레를 다스리는 왕, 레스페 바리우스 2세였다. ‘실제로 보니 더 잘생기셨네.’ 젬이 엉거주춤 예를 차렸다. 뉴스며 행사 때마다 심심찮게 방송에서 보던 얼굴이었다. 막상 실제로 눈앞에 있으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왕 곁에 선 늙은 시종이 젬을 보고 손짓했다. 젬이 찔끔하여 다가갔다. 양탄자가 어찌나 보드랍고 폭신한지 걸음마다 쿠션을 밟는 듯했다. “내 자네 명성은 익히 들었네. 어떤 사람이든 딱 맞는 짝을 찾아 준다지?” “예, 아니, 예에에.” 젬이 우물우물 답하다 바닥을 보았다. 아이가 “정신 차려요!” 하며 후드 안쪽에서 꼼지락거렸다. “내 자네에게 긴히 부탁할 일이 있다네.” 국왕은 소문난 애처가에 로맨티스트였다. 국왕 부부는 왕도에서 가장 유명한 잉꼬부부였었다. 왕비가 이승을 떠난 지 한참이지만 왕은 흔한 애인 한 번 만든 적 없었다. 왕비가 아꼈던 정원은 지금도 유라레 왕성의 가장 화려한 볼거리로 남아 있었다. 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런 왕이 부탁할 만한 일이라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국왕 부부의 첫째 아들 왕세자 보르누는 삼십 대 초반의 노총각이었다. “콘 백작 부인의 재혼 소식을 듣고 자넬 믿어 봐도 되겠다 싶었지. 참으로 신통방통한 재주야.” “과, 찬이십니다.” 젬이 “하하” 하고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콘 백작 부인은 젬에게도 인상적인 의뢰인이었다. 지난 1년, 중매 선생의 명성은 빠른 속도로 왕도를 뒤덮었다. 의뢰인을 한 번 본 것만으로 운명의 상대를 찾아 준다는 눈썰미, 거기에 부적처럼 딸려 오는 ‘사랑의 묘약’에 힘입어 90% 가 넘는 중매성공률을 보장한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오가던 이름이 마법 골목을 넘어 중앙 광장으로, 급기야 사교계에까지 퍼지기 시작한 것은 금방이었다. 애초 사랑의 묘약을 비롯한 마법약을 어린애 장난으로 치부하던 사교계였기에 초반, 중매 선생은 사기꾼의 다른 이름처럼 취급되었다. 그런 여론이 뒤바뀐 데는 콘 백작 부인의 재혼이 큰 역할을 했다. 콘 백작 부인은 30살을 막 넘긴 과부였다. 상속된 재산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 구혼자를 개미 떼처럼 몰고 다니는 여인이기도 했다. 정작 부인은 무미건조했던 정략결혼 생활과 돈만 보고 접근한 놈팡이에게 호되게 데인 경험으로 남자 불신에 시달리고 있었다. 친구를 따라 마지못해 놀러온 부인의 새끼손가락에서 아이는 인연의 실을 발견했다. “마음에 두신 분이 정녕 없으신지요?” 하는 질문에 정색하며 고개를 가로젓던 콘 부인이었다. 그게 불과 몇 달 전 얘기였다. 그리고 현재, 부인은 얼마 뒤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상대는 나이 지긋하신 원로 기사단장님. 나이 차가 삼십에 가까운 커플이었다. 사교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다. 이후, 사교계에 이름난 중매쟁이 마담들도 중매 선생의 행보에 촉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사교계에 어두운 젬은 미처 몰랐던 부분이었다. 젬의 침묵에 아랑곳 않고 왕이 말을 이었다. “내 부탁하고 싶은 사람은, 다름 아니라 내 아들일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인연을 읽는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찾은 상대는 접시 닦이 하녀일수도, 길에서 구걸하는 거지일 수도 있단 뜻입니다.” 젬은 한 나라의 중대사에 걸맞은 중매쟁이는 아니었다. 괜히 끼어들었다 불똥 맞으면 곤란했다. 사람은 모름지기 제 주제를 알아야 했다. 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기만 하면 상관없네.” “예?” “이대로 가다간 놈은 평생 혼자 살다 죽을 게 뻔해.” 젬은 귀를 의심했다. 왕세자의 약혼녀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사교계 기싸움은 모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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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해요, 미스 젬! 1권 목차 1부. 중매 선생과 두 명의 왕자 프롤로그 1. 플라스크의 요정님 2. 중매 선생 3. 이중 계약 4. [막간극] 기사 본에 대하여 5. 닥터 유리 6. 무도회의 밤 7. 피 8. [막간극] 시종 코다에 대하여 9. 미끼 10. 사기극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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