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ayu.org
부탁해요, 미스 젬!

부탁해요, 미스 젬!

주희서 (지은이)

Fioret(피오렛) :삼양출판사·2017-10-30

  • 384쪽
  • 문학
  • KDC 813.7

로그인하면 내 서재에 추가할 수 있어요.

책 소개

부탁해요, 미스 젬! 2권 목차 2권 11. 사기극(2) 12. 참과 거짓 13. 킨에 대하여 2부. 왕자와 초록 마녀 14. [막간극] 헬로, 미스터 블랙 15. 회색탑의 마법사 16. 달맞이개구리풀 17. 우물에 비친 달빛 18. 듣고 싶은 말 19. [막간극] 마과부 102호 20. 따뜻하고 포근한 것, 향기롭고 풋풋한 것 21. 해골의 눈동자 11. 사기극(2) 왕자는 가벼운 감기 몸살로 며칠째 앓고 있었다. 콜록콜록 기침하고 발그레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수시로 아, 하며 벽을 짚기도 했다. 가련미가 넘쳐흐르는 연기였다. 닥터 유리를 꼬시기 위한 밑밥의 첫 단추였다. “약장수의 약을 먹어도 효험이 없고 골골대니까 코다가 유리의 약을 부탁하는 거지. 그걸 먹고 내가 맛이 가는 거고.” 그에 비하면 코다의 연기 실력은 지지부진했다. 말 더듬기 일쑤에 시선이 한곳에 머무르는 법이 없었다. 누가 봐도 “나 거짓말하는 중입니다” 하고 광고하는 꼴이었다. 둘의 피나는 연기 수업을 몇 번 훔쳐 본 결과, 젬은 코다만큼이나 카피레가 불쌍해졌다. 수업 내내 사제의 얼굴에는 비통함만이 가득했다. 피눈물이 흐를 만치 가혹한 수련 시간 끝에, 카피레는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다. “천만다행히 이 녀석 우는 연기만큼은 괜찮아.” “그렇군요. 울먹이는 중이라면 저 끔찍한 말 더듬기도 좀 덜 어색해 보이겠어요.” 젬은 약에 취해 엉엉 울던 코다를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많단 게 참말이었구나 싶었다. “엉엉엉, 선생님. 카피레가. 왕자님이.” “……한결 낫군.” 카피레는 부러 우는 소리를 내기보다 표정이 중요하다며 시범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젬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찝찝함을 느꼈다. 꿀 묻은 손을 제대로 안 닦은 느낌이었다. 어쨌든 이 짓도 오늘로 마지막이었다. 헛기침 소리와 함께 본이 칸막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올백으로 넘긴 머리에 몸매가 적당히 드러나는 남성 예복이 모델처럼 잘 어울렸다. 본이 보타이를 고쳐 매며 거울 앞에 섰다. 젬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세상에. 너무 멋져요, 본!” “흠흠. 괜찮습니까?” “사진! 우리 사진 찍어요! 제가 찍어 줄 테니까.” 빨간 머리 푸파가 이 사진을 보면 넋이 쏙 빠질 것이다. 젬이 속으로 고소하며 본의 쪽방 문을 열려 할 때였다. “야, 넌 눈이 발바닥에 달렸냐? 저게 뭐가 멋있어?” 왕자가 툴툴대며 본 옆에 섰다. 우주 제일 미남이 길쭉한 팔다리로 모델 포즈를 취했다. 긴 목이며 느슨한 셔츠 사이로 보이는 쇄골 선에 절로 시선이 꽂혔다. 본이 거울에서 슬금슬금 물러났다. “이, 이야. 멋있다. 잘생겼다아.” 젬이 영혼 없는 목소리로 짝짝 메트로놈 박수를 쳤다. 카피레가 콧대를 세우며 몇 가지 포즈를 더 취해 보였다. 평소엔 똑똑해 보이는 양반이 가끔 가다 왜 이러는지 당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옆에서 찰칵찰칵 셔터 음이 연이어 터졌다. 본이 젬 대신 카메라를 가져온 것이었다. “좋아요, 멋지십니다, 뷰티풀!” 하며 손가락을 쉬지 않았다. 왕자 역시 어느새 자기 자랑을 잊고 예술 활동에 심취한 기색이었다. 한마디 던질 줄 알았던 코다는 아직 연기 수업의 여파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촉촉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젬이 한숨 쉬며 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렇게 된 거 같이 한 방 찍는 게 어때요? 제가 찍어 드릴게요.” 왕자가 주인공 자리를 포기할 리 없으니 단체 사진을 찍는 척 본을 클로즈업할 심산이었다. “그럼 너도 찍어.” 왕자가 이마에 땀을 훔치며 다가왔다. 박쥐 같은 검은 후드에 마스크로 얼굴을 반이나 가린 젬이 “예?” 하고 반문했다. 왕자가 입 모양을 요상하게 오물거리며 거울을 살피는 척했다. “다 같이라며. 너도 내 옆에서 찍어.” “아, 아니. 사진 찍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제가 찍겠습니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소리에 젬이 천천히 뒤를 보았다. 눈도 코도 빨개진 코다가 본에게 억지로 카메라를 뺏었다. 본이 얼떨떨한 얼굴로 손만 꿈틀거렸다. 코다가 코를 훌쩍 삼키곤 “얼른 자리 잡아요” 하며 얼굴을 카메라로 가렸다. “짜식. 연기 지도의 성과가 이제 빛을 발하는가 보군. 아직도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니 말이야. 슬픈 얼굴이 제법 실감 나는걸? 실전도 지금처럼만 하라구.” 카피레가 코밑을 쓱 문지르곤 젬을 제 옆으로 이끌었다. 얼결에 끌려간 젬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그의 옆에 섰다. 절대 오징어 영역으로 강제 연행이었다. 엘프 옆에 선 난쟁이 똥자루 꼴이 따로 없겠구나. 코다 이 인간이 이제 지능적으로 나를 골리는구나……! 왼편에 선 본이 작게 속삭였다. “후드랑 마스크 벗어요, 젬.” “같이 죽자 그거죠? 절대 안 돼요.” 코다는 카메라가 익숙지 않은지 몇 번 헛손질을 한 뒤에야 사진 찍는데 성공했다. 젬은 최후의 보루를 끝까지 지켰다. 은근슬쩍 젬에게 달라붙은 왕자가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었다. 사진기를 내려놓는 코다의 얼굴이 영 개운치 않았다. 그 얼굴을 보니 속이 불편해진 젬이 그에게 카메라를 강탈했다. “이제 세 분이 서세요.” “예?” “기왕 이렇게 된 거 코다도 기념사진 찍어야죠. 그쵸?” “코다 고집부리지 말고 이리 와. 특별히 내 왼쪽 자리를 하사하겠노라.” 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던 코다가 결국 왕자의 생떼에 못 이겨 자리에 섰다. 옅게 미소 지은 본, 내일 일은 잊은 듯이 부러 활짝 웃는 카피레, 한없이 어색한 표정의 코다가 나란히 찍혔다. 이기적인 미모답게 몇 번을 찍어도 카피레만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젬은 적당히 포기하고 본에게 카메라를 넘겼다. 본은 사진을 현상하는 대로 나눠 주겠다고 했다. 젬은 왕자와 코다에게 약의 용법 용량과 주의점을 여러 번 당부하며 입에서 침을 튀겼다. 위험한 약이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 카피레는 귓등으로 넘겼으나 코다는 10초에 한 번씩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간이 내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들어 준 적이 있던가. 젬은 아주 조금 감동하기까지 했다. 내일 계획의 성공을 기원하며, 자리는 일찍 파했다. 젬은 두근대는 심장을 안고 침대에서 한참을 뒤척거리다 “앗!” 하고 소리 질렀다. ###요정(a환상)###뭐예요?###끝### “푸파 줄 사진을 까먹었어. 이런…….” 아이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요정###그 옷 한 번 입고 버릴 것도 아니잖아요. 나중에 또 입고 찍으면 되죠. 왕자 없는 곳에서.###끝### “그래. 카메라 독점욕이 장난 아니더라. 얼굴이 그렇게 잘났으면 양보할 줄도 알아야지.” ###요정###왕자님과 본이 같이 나온 사진은 보여 주지 말아요. 환상 깨질라.###끝### 어린 소녀에게 가혹한 현실을 들이밀 필요는 없으리라. 젬은 꼭 본과 단둘이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잠시 창을 흔드는 바람 소리가 지나갔다. 자꾸 헛생각이 났다. 푸른 실험관 남자. 왕자의 계획. 닥터 유리……. 젬이 “있잖아, 아이……” 하며 옆으로 누웠다. “아이는 반쪽을 만나면 뭐부터 하고 싶어?” 한참 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얘가 벌써 잠에 들었나, 할 때쯤 창에 걸린 수면 양말이 꿈틀거렸다. 고치에서 나비가 나오듯 아이가 양말에서 빠져나와 젬의 배게 옆으로 날아왔다. 푸르스름한 밤공기에 핑크색 빛 가루가 꿈결처럼 섞였다. ###요정###모르겠어요.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는데…….###끝### “안아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넌 전투의 요정이 아니라 사랑의 요정이란다. 젬이 충고하자 따가운 요정 꿀밤이 날아왔다. ###요정###모르겠어요…….###끝### 아이가 그렇게 말하며 젬의 얼굴 가까이에 붙었다. 아이의 날갯짓에 빛 가루가 날아 코를 간지럽혔다. 젬이 몇 번 기침하자 아이가 젬의 이마를 찰싹 쳤다. ###요정###조용히 좀 해요.###끝### 젬은 그저 헤헤 웃으며 아이를 보았다. 이제 제 것처럼 익숙해진 아이의 체향에 폭 감싸여 눈을 감았다. 거짓말처럼 겁이 가셨다. 실험관 남자든 유리든 나올 테면 나와 봐라, 하는 심정으로 잠에 들었다. 각오한 보람없이 꿈 한 자락 보이지 않는, 깊고 깊은 잠이었다. * * * 코다가 아침부터 유난히 실수가 잦았다. 홍차가 쌍화탕처럼 진했고, 샐러드드레싱을 바닥에 흘리는가 하면…

목차펼치기

부탁해요, 미스 젬! 2권 목차 2권 11. 사기극(2) 12. 참과 거짓 13. 킨에 대하여 2부. 왕자와 초록 마녀 14. [막간극] 헬로, 미스터 블랙 15. 회색탑의 마법사 16. 달맞이개구리풀 17. 우물에 비친 달빛 18. 듣고 싶은 말 19. [막간극] 마과부 102호 20. 따뜻하고 포근한 것, 향기롭고 풋풋한 것 21. 해골의 눈동자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