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Chapter 1. 남자는 놀랍도록 호화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전령이 그 가문의 격을 나타내기는 한다. 그 때문에 다들 장식줄이 달린 깔끔한 정복을 입고 다니니까. 하지만 그래도 전령에게 입히는 옷이란 한계가 존재하지 않은가? 남자의 차림은 그보다 더 위였다. 단추에는 보석 장식이 달려 있고, 망토에는 금색 호피를 덧댔다. 벨트와 검 역시 금은보화로 화려하게 장식이 된 거였다. 만약 내가 이렇게 정식으로 차려입지 않았다면, 그는 그걸 굉장한 모욕으로 받아들였을 만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에스텔 카스티엘로입니다.” 손을 내밀며 말하자 전령은 커다랗고 춤추는 듯한 동작으로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내 반지에 키스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인은 레이몬드 후작님의 이야기를 들고 온 미천한 전령입니다.” 대사마저도 연극적. 날 놀리는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빤히 바라보니 전령은 잘 가다듬은 콧수염을 만지고 말했다. “레이몬드 후작가와 카스티엘로 공작가 사이에는 약간의 문제가 항상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후작님께서는 공작 영애께서 겪으신 일에 먼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하셨습니다.” 그가 그러며 작은 상자를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유색 보석이 줄줄이 연결된 팔찌가 들어 있었다. “후작님의 마음은 감사합니다.” 어차피 보석이야 넘쳐날 정도로 있지만, 그렇다고 거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 난 시종에게 손짓해서 상자를 받게 했다. “또한, 깜짝 놀랄 만큼 멋진 선물을 하나 더 준비하셨습니다.” 전령은 말을 끊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러나 그 선물은 오직 후작가의 성에서만 공개가 가능합니다.” 흐음. 미심쩍음이 한가득이지만, 그 대신 호기심이 담긴 미소를 싱긋 보내며 되물었다. “그런가요?” “네. 정말로, 꼭 마음에 드실 선물이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선물인지 궁금하군요.” “부디 가까운 시일 내에 레이몬드 후작가를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놓치게 되면 후회하실 겁니다.” “지금 겁박이라도 하는 건가?” 에멜이 뒤에서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령은 에멜을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그만큼 중요한 선물이라는 말이지요.”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의아함을 숨기고, 나는 여전히 매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작님은 참으로 장난스러운 분이시군요.” “신중하신 분이시죠.” 난 가볍게 부채를 펴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선물로 초대하시기에 제가 사탕을 따라갈 나이인가 잠시 고민했답니다.” 시종들이 작게 웃었고 전령의 얼굴이 굳었다. 농담과 무례의 경계선. 너무 순하게만 보여도 안 되겠지. “저도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바쁘니 일정을 확인하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령이 다시 인사해 보였다. 그가 한 발 물러섰다가 고개를 갸웃하고 말했다. “잠시만 은밀히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에요.” “그럼.” 전령이 가까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뭔가 힌트라도 주는 걸까 하고 난 귀를 쫑긋 세웠다. “당신의 호위를, 너무 믿지 마십시오.” “―!” 고개를 휙 들어 전령을 보니 전령은 씩 웃어 보였다. “그럼 이만, 미천한 소인은 물러가겠습니다.” 부츠 뒷굽을 맞추며-뒷굽에는 은으로 만득 박차가 달려있었다- 다시 우아하게 인사하고 전령은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난 응접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실 거 아무거나. 차갑게.” 근처의 시종에게 명령하고서 구두를 벗었다. 이놈의 힐은 정말로 엿 같아! “마지막에 뭐라고 한 겁니까?” 에멜의 물음에 내가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호위를 믿지 마라. 에멜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진? 엘런? 로이? 그것도 아니면 그냥 블러핑? “아가씨?” “에멜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 내 말에 에멜의 얼굴이 굳었다. 그가 이어 물었다.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응. 그렇게 긴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잖아.” 곧 켈슨이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건지 그는 이미 나와 전령이 나눈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이거, 응접실 어딘가에 구멍이 있어서 엿보고 들을 수 있는 거 아냐? “어떻게 생각하세요?” 켈슨의 물음에 난 어깨를 으쓱했다. 어떻게고 뭐고, 갑자기 웬 선물인가 싶다. “전혀 모르겠어. 선물이라니? 게다가 보려면 후작가로 오라니?” 켈슨이 아까 그 상자를 가지고 왔다. 그는 팔찌를 살펴보고 나에게 건네주며 물었다. “뭔가 팔찌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가? 하지만 이런 보석 팔찌는 나도 많이 가지고 있고…….” 나는 팔찌를 들어서 살폈다. 문스톤, 오팔, 토파즈, 음 이건 뭔지 모르겠다, 에메랄드, 루비. 거기에다가 금으로 줄을 이어 넣은, 사치스럽다면 사치스러운 물건이었다. “어?” 내가 이상한 소리를 내자 켈슨이 재빠르게 물었다. “왜요? 뭔가 기억나셨습니까?” “아니, 이거 보석 색이 변한 것 같아서.” 아까는 분홍색이었는데, 지금 보니 흰색이다. 내 말에 켈슨이 팔찌를 가져다 보더니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조달석이라는 겁니다. 햇빛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거지요. 원래 푸른색이었죠?” “아니, 분홍색.” 원래 분홍색이었는데 빛을 받으니 흰색으로 변했다. 그 말에 켈슨이 눈을 깜박이더니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분홍색이면 정말로 진귀한 물건인데요. 단순히 호의라고 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네요. 이 팔찌는 제가 가지고 있어도 될까요?” “분해해서 살펴봐도 괜찮아.” 내 말에 켈슨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후작이 준 선물을 가지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오지 않으면 후회한다……. 그렇게 대단한 선물이 뭘까…….” 켈슨이 말을 받았다. “선물은 호의에서 주는 건데, 결코 호의가 아닐 것 같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으으― 그냥 가 볼까? 후작가에?” “말도 안 됩니다!” 에멜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난 에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그런 말 따위는 듣지 않은 걸로 생각하고 무시하면 됩니다.” 에멜은 단호했다. 나는 눈을 깜박이고 에멜을 보았다가, 그의 극단적인 말을 무시하고 다시 켈슨을 보며 말했다. “어쨌든 일단 생각을 좀 해 봐요. 오늘은 나도 너무 지쳤고요.” “알겠습니다.” 켈슨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이 빳빳한 옷과 장식을 던져 버리고 싶었다. 이거 참, 너무 야생의 말괄량이 생활에 길들여진 게 아닐까? 이러다 드레스를 입고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될까 두렵다. ‘좀 더 이 차림으로 있어 볼까?’ 입혀준 게 아깝기도 하고……. ‘구두는 낮은 걸 신겠지만.’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시종이 차가운 과일 주스를 가지고 돌아왔다. 얼음을 함께 갈아 넣은 시원하고 달콤새콤한 주스를 마시니 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당분이 돌자 기분도 좋아지고, 머리도 돌아갔다. “에멜.” 난 에멜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기 앉아 봐요.” 내가 내 옆자리를 탁탁 두들기자 켈슨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켈슨.” “별말씀을요. 아, 그리고 공작님께 이야기하는 것 잊지 마세요.” “알았어요.” 하긴. 가문과 가문 사이에 일이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직접 보고(?)를 해야겠군. 난 다른 시종들도 물리고 다시 에멜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았다. 평소와 달리 웃는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에멜.” “네.” “전령이 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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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집 아이 2권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Chapter 6.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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