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서문 분주한 생활 속에서 늘 아쉬운 무언가가 마음을 덮고 있었다. 매일처럼 오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을 익숙함으로 인식하면서도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 풍광이 주는 청아한 신선함에 목말라 했던 것이다. 청순한 자연이 제공하는 짧은 편린들을 번번이 망각 속에 던져 놓고 바쁜 척하며 살면서도 자연은 언제나 푸근함을 주는 존재라는 믿음과 감사만큼은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자연을 유난히 좋아하는 필자에게 한국의 강산은 포근한 어머님과 같았고, 중국의 산수는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새 벗과도 같았으며, 미국과 캐나다의 우람한 자연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일깨우는 인도자와도 같았다. 자연에 대하여 지금보다 더 큰 순화 의식을 갖고 자연 속에서 살아갔던 옛 시인들은 훨씬 더 크고 순수한 정과 감흥을 느끼며 살아갔으리라. 문득 자연을 느끼고 깨달았던 정도의 차이가 순수한 인품의 깊이를 나타내는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해보게 된다. 정경을 마주하며 출렁이는 감동을 안고 있다가 어느새 옛 시인이 자연을 노래한 구절을 마음속에서 떠올리게 되는 연유이다. 중국의 고전시인들은 자연에서 느낀 감동을 문학으로 표현해내는 데 있어 실로 최고의 실력을 지닌 자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단편적으로 느껴지는 심상(이미지)을 다채로운 기법을 통해 종합적인 의경으로 재현해내는 뛰어난 재주꾼이었고, 아름다운 형태미와 천연의 신비감, 그리고 정중동 속에서도 역동적인 변화를 간직한 자연의 다중 미감을 한정된 편폭의 시구 속에 농축하여 이입하는 신기를 선보인 마술사였으며, 율시의 2, 3연 부분같이 대장과 평측을 공교히 하는 작업 중에서도 자연 정경과 자신의 의식을 교묘히 융합하는 재주를 창출한 기술자였고, 景 속에 일렁이는 情을 따듯하고 순박한 향기로 풀어놓아 사람들의 정신에 무한한 공감과 활력을 제공했던 피스메이커였던 것이다. 중국의 자연시는 晋宋 시대를 살았던 陶淵明과 謝靈運에 의해 구체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는데, 王孟韋柳를 위시한 唐代 시인들은 그들이 발견한 자연 속 미감을 진실한 창작과 연계하여 가치 있고 생명력 있는 작품으로 탄생시키며 자연시 창작의 극성기를 이루어냈다. 자연시 발전의 극점에 있는 唐代와 唐代 자연시인들에 대한 주목과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본서는 중국 唐代 고전시가의 주제 중 ‘자연’, 즉 시인이 가장 순수하고도 진솔하게 마음을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이었던 ‘자연’을 매개로 창작된 시가에 대한 고찰의 의도에서 집필되었다. 그간 국내 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수많은 중국 고전문학 연구서들이 출간되어 풍요로운 학문의 혜택을 누리게 되었으나 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중국 자연시 분야에 대한 전문서의 출간은 부족한 상황에 있었다. 특히 자연시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취를 이루었던 唐代 자연시에 대한 연구는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해 연구의 결과가 많이 늦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간 국내에서는 葛曉音, 小尾郊一, 馬華ㆍ陳正宏 등이 집필한 자연시 관련 서적의 번역서가 출간되어 좋은 참고자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들 저서는 중국 산수전원시의 발생으로부터 魏晋南北朝 혹은 盛唐代까지의 흐름을 주로 기술하고 있어 唐代 전반을 아우르는 자연시 연구와 관련하여서는 한계성을 지니고 있었다. 국내 학자에 의해 전문적으로 정리된 唐代 자연시 연구서의 아쉬움과 필요성이 컸던 상황이었다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중국 자연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관련 논문을 작성해왔다. 내용상으로는 일천함을 면할 수 없었으나 한 분야에 천착한 연구를 담당하리라는 나름대로의 소명 의식에 따른 연구 수행의 결과였던 것이다. 이제 미흡하지만 그간의 연구를 집적하여 본서를 출간하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본서에서는 唐代 自然詩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먼저 중국 고전시와 연관된 ‘자연’ 개념, 중국 자연시의 창작 심리, ‘自然詩’의 의미와 발전 과정 등의 문제를 살펴본 후, 唐代 詩歌史에 나타난 자연시인의 작품을 初唐, 盛唐, 中唐, 晩唐 각 시대별로 기술하여 唐代 自然詩史書의 내용에 부합된 기술을 하고자 하였으며, 唐代 자연시에 대한 역대의 평가와 영향 문제를 언급하는 것으로 내용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부족한 부분이 많은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자료적 가치를 담당했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보게 된다. 먼저, 본서를 통해서 唐代 자연시에 대한 통시적인 관찰이 좀 더 용이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그간 국내 학자에 의해 우리 시각에 익숙하게 정리된 唐代 자연시 관련 연구서가 필요하였다는 점과 연관하여 본서가 미흡하나마 기본서 역할을 담당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또한, 본서에서는 ‘자연시’라는 공통의 주제를 중심으로 하여 唐代 각 시인들의 작품을 전반적으로 조망하며 ‘自然詩史’를 정리하고자 하였다. 이에 본서를 통해 그간 王孟韋柳를 중심으로 盛唐과 中唐의 성취에 주로 관심이 집중되었던 唐代 자연시에 대한 시각이 唐代 전반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가져본다. 아울러, 본서를 통해 그간 국내에서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된 ‘唐詩史’ 집필의 한 계기를 이룰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숨길 수 없다. 唐詩史의 집필이라는 방대한 작업에 앞서 본서의 내용이 방향성을 가늠하는 한 축이 되기를 감히 기대해 보는 것이다. 인문정신의 위기가 화두가 된 현재를 살면서 전통적 산수미학이나 자연미감과 연관된 연구에 관심을 갖는 이들과 자연에 대한 심미안과 생태학적 정서를 기르기 희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연관과 생태학, 전통 미학의 현재적 교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적 정서를 추구하는 사회 속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한 편의 자연시가 제공하는 소박한 정서를 참으로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난세에는 고전을 읽는다.”라는 교훈은 어려울 때일수록 선인의 지혜를 통해 정신을 참되게 하고자 하는 노력이 우리의 심신에 평안함을 제공해준다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자연을 노래한 작품을 통해 맑은 정신과 심신의 평안을 얻기를 도모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구해볼 만한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기에 자연을 벗하며 맑은 의식을 펼쳐낸 唐代 시인의 작품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필자는 보람을 느낀다. 지난 5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주말까지 반납하고 도서관에서 집필에 매진한 노력에 대해 스스로 보상을 받는 느낌인 것이다. 본서를 집필함에 있어 노둔한 필자에게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먼저 깊은 감사를 올린다. 집필을 위해 후원해주신 한국연구재단에 감사를 표하며, 唐詩 연구의 대가로서 항상 크나큰 가르침을 베풀어주시는 필자의 스승 류성준 선생님께도 마음 모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본서가 출간되도록 큰 도움을 주신 푸른사상사의 한봉숙 사장님과 따듯한 마음으로 수고를 담당해준 편집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누구보다도 필자에게 큰 힘을 주는 사랑하는 아내 김준미와 의현, 서현 두 자녀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이 저서를 집필함에 있어 가족들의 사랑이 큰 힘이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이 책의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는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의 질정을 기다리는 바이다. 본서를 읽는 이가 필자가 작품을 통해 느꼈던 허정하고 푸근한 마음을 한가지로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실로 크나큰 기쁨이며 영광이라 할 것이다. 2015년 봄 말통골 서재에서 배다니엘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