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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지렁이

은빛 지렁이

김설원

(도서출판)푸른사상사·2015-06-20

  • 문학
  • KDC 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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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머리말 도도하면서도 살가운 ‘소설’과 인연을 맺은 게 2002년 1월이다. 마치 혼인신고를 한 것처럼 그해 1월 1일자 신문에 실린 나의 신춘문예 당선작을 보면서 뭉클했던 기억이 새롭다. 간절히 원했음에도 뜻밖이라 여겨진 행운 앞에서 나는 소설과 함께라면 어떤 절망적인 상황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등단의 꿈을 이룸과 동시에 문운을 떨치리라는 순진한 생각은 애당초 품지 않았으나 황망하게도 어느새 나는 홀로 공백기 속을 거닐고 있었다. 몇 해가 지나 이번에는 장편소설로 신문과 잡지에 내 이름 석 자를 올려 주목받았지만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나에게는 오로지 소설뿐이라는 ‘일편단심’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묘한 기분으로 나의 첫 소설집에 실릴 작품들을 한 편 한 편 살펴보면서 수시로 부끄러웠다. 특히 등단 초기에 쓴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랬다. ‘소설쓰기’의 내공이 웬만큼 쌓인 지금의 눈으로 초기 작품들을 보면 얼마나 어설플까 싶어, 그 퇴고 작업이 만만치 않으리란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다 펼쳐본 소설들 앞에서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문장이 빼어나거나 어떤 문제의식이 돋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때’의 소설에는 ‘지금’의 소설에 쑥 빠져 있는 무엇이 흥건했다. 그건 바로 소설을 향한 ‘순수와 열정’이었다. 컴퓨터 속에서 곤히 잠자고 있던 소설들이 신인 시절의 나를 되찾아줬으니 이번 소설집 출간은 내게 있어 전환기나 다름없다. ‘소설은 곧 인간학’이라는 누군가의 지당한 말씀을 되새기며 나만의 눈과 머리로 재해석한 세상과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인물들을 하얀 도화지에 차곡차곡 그려 넣자는 다짐도 되살아난다. 나는 작년 9월에 지금까지 살던 땅과는 사뭇 다른 풍토의 공간에 뿌리를 내렸다. ‘신인’으로서 말이다. 분야가 다른 일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순수와 열정으로 들떠 있던 신인 작가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론 흐뭇하다. 책이 나오기까지 마음 써준 여러분들의 노고가 고맙고, 아울러 나의 오랜 문학적 비행을 한결같이 부추겨주는 그와 그녀들에게 뜨거운 마음을 전한다. 2015년 여름의 들머리에서 김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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