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시인의 말 | 한때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한 시대를 조롱하며 살고 싶었다. 나를 조롱하고 세상을 비웃으며 희희락락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용기가 없어서 밥 빌어먹는 일터를 버리지 못했다. 나와 가족들의 목줄이 달린 달랑거리는 그 끈을 끊어버릴 용기가 없었다.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가 아른거렸다. 또한 나는 한 시대를 조롱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세상을 읽어낼 만한 눈을 갖추지 못했다. 세상을 놀려먹기에는 두루 알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고 두루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갖추지 못했다. 때로는 어설픈 방관자로 희희락락까지는 못 가고 적당히 희·락거리다가 옆 눈치나 보기도 하고 때로는 만용을 내어 어설픈 시대의 검객인 양 칼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그것도 부끄러우면 세상에서 발을 빼고 한 발쯤 물러나려 했다. 세상과 단절되어 신문도 없고 라디오나 텔레지전도 없는 곳에 있어도 보았다.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만 살 수 없는 것이 또한 삶이더라. 나는 조그만 텃밭이 하나 있다. 그곳에 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삽으로 땅을 파며 땀을 흘리고 있으면 나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가 있다. 나물 몇 포기가 자라는 것을 한 참 동안 바라보기만 하다가 집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일상에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으면 밭으로 간다. 3부의 시편들은 부모님들에 관한 것이다. 두 분 모두 이제 만날 수가 없다. 특히 어머니와 은밀한 대화는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글을 쓴지 10년이 넘었지만 남들에게 보이지 아니한 것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것들도 하나의 집착에 불과하다.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 2016년 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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