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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아프지 말라. 세상이 좀 더 인간답고 아름다워지려면 노동자 민중이 아프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아팠던 그들은 현재도 아프다.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아플 것이다. 그들이 아파하는 한 어쭙잖은 내 시 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시를 써온 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그간 묶어낸 시집들의 시 중에서 시화에 어울릴 만한 시 53편을 골라 시화집으로 묶는다. 박일환 시인과 이설야 시인이 시편들을 고르는 수고를 해주었다. 그 시편들과 내 스스로 고른 몇 편을 함께 묶는다. 여기엔 소규모 공장에서 노동하며 틈틈이 포장지 파지 위에, 혹은 야근 후 단칸방에 엎드려 원고지에 꾹꾹 눌러 새긴 초기 시편들이 마모되어 폐기처분 당한 기계처럼, 해고당해 스러진 노동(자)처럼 누워 있다. 또한 엄혹한 투병기에 외로이 홀로 남모르게 가슴에 새긴 시편들이 직업병처럼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재생된 몸으로 해고 노동자 복직 투쟁 현장과 광화문 촛불혁명 현장 등에서 노동자 민중과 연대하며 몸에 새긴 시편들이 동구 밖 이름 없는 돌멩이처럼 박혀 있다. 2016년 10월 18일 오전,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 규명과 관련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첫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2016년 11월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예술인 100여 명과 함께 적폐 ‘박근혜 정권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토요 촛불시위를 위한 캠핑촌 텐트를 설치했다. 이후 2017년 9월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명박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상응한 사법 처리를 촉구하기까지 촛불혁명에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한국민예총 이사장 권한대행을 맡게 되었고 박근혜 정권의 적폐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온 사무총장의 열악한 삶을 알게 되었다. 단체를 위해 희생하며 헌신봉사하고 있는 그에게 미안했다. 그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그리하여 그를 돕기 위한 기금 마련 시화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기금 마련이란 목적이 없었다면, 그간 이룬 시업을 감안할 때 내게 시화전은 가당치 않으며 합당치도 않다. 이러한 내 시화전에 화가, 판화가, 전각가, 서예가, 사진작가 등 52명의 시각예술가 벗님, 선생님들께서 동지애로 흔쾌히 동참해주었다. 멋지고 아름답고 훌륭한 56편의 시화 작업을 해주신 벗님, 선생님들과 시화집으로 묶어주신 한봉숙 푸른사상사 대표님께 무한한 고마움을 전한다. 벗님, 선생님들도 아프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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