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ayu.org
우리의 시가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시가 무기가 될 수 있을까?

김영철 (지은이), 배순덕, 전상순, 조선남, 박상화, 조성웅, 신경현, 이규동, 차헌호, 박영수

푸른사상 :푸른사상사·2020-05-15

  • 183쪽
  • 128×210mm
  • 문학
  • KDC 811.7

로그인하면 내 서재에 추가할 수 있어요.

책 소개

경자년은 전국노동자글쓰기모임, 해방글터가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해방글터 20년을 돌아본다는 건 쉽지 않았다. 바닥에서 바닥으로 기면서 외쳤던 목소리들이 들리고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던 동지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 나 아팠다. 해방글터의 시작은 어쩌면 시대착오였을지도 모른다. “노동 해방 문학은 끝났다. 운동으로서 노동문학도 끝났다”고 선언되고 깃발도 내려졌다. 사랑을 잃고 혁명의 전망조차 잃고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아린 것이었다. 이데올로기는 순식간에 낡았으나 삶은 언제나 구체적이었다. 노동자계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단되고 여성과 남성으로 분단되고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로 분단되어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고통스럽게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해방글터 동인들은 노점상이었고 일용직 건설노동자였고 대공장 사내 하청 노동자였고 자동차 부품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해방글터는 이 땅의 ‘하층민’들로 구성된 바닥이었고 계급투쟁을 조직하는 사람들이었다. 행동하는 몸이 깃발이었던 사람들, 현실과 시와 정치와 시대가 분리되지 않은 한 몸의 사람들이었다. 21세기 초입의 열사 투쟁과 비정규직 투쟁의 주체들이었다. 해방글터 동인들은 생을 걸어 질문해야 했다. “우리의 시가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었다. 해방글터 동인들의 시는 때로 투쟁 보고서이기도 했고 정치적 선동문이었으며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 한계상황이기도 했고 오직 울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서정이기도 했다. 외롭고 고립된 투쟁 현장을 직접 찾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으고 합평을 통해 시를 써 낭송했다. 열사투쟁과 비정규직 투쟁은 언제나 절박했고 절박한 만큼 노래는 터져 나왔다. 투쟁과 시가 밀착됐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서 해방글터의 시가 “마치 내 속에 들어온 것 같다”는 평가를 들을 때마다 위로받았다.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하고 분노와 절망을 넘어 또다시 투쟁을 조직하는 시, 이것이 해방글터가 생각하는 문학이었다. 소외된 계급투쟁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것, 체념과 절망을 단결과 투쟁의 전망으로 번역해내는 일, 투쟁하는 노동자 곁에서 함께 울고 함께 투쟁함으로써 서로를 격려하는 치유의 문학, 해방글터의 시가 무기가 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투쟁한 만큼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단결은 하나의 기득권이 됐다. 민주노총 밖, 한 번도 단결을 경험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서로 경쟁하며 빈곤해졌다. 서로 경쟁하면서 아팠고 서로 경쟁하면서 죽어갔다. 해방글터 동인들은 그동안 패배를 견뎌야 했고 상처를 견뎌야 했고 절망을 견뎌야 했다. 가슴속 돌멩이 같은 응어리를 지니고 살았다. 20대, 30대 젊은 노동자들이었던 해방글터 동인들도 이제 지천명에 도착하고 환갑을 넘기도 했다. 빛바래고 낡아가는 것을 견디며 해방글터 동인들이 했던 일은 서로를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먼저 가지도 않았고 따라오라 타박하지도 않았다. 함께 보폭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해방글터가 출발했던 변방, 그 바닥을 성찰하는 것이 해방글터를 제안하고 조직했던 김이수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김이수 시인의 삶과 문학을 기억한다는 건 해방글터 동인 스스로 투쟁하며 시를 쓰는 삶을 통해 단결은 존엄이라는 것을, 투쟁은 치유라는 것을, 연대는 가장 아름다운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었다. 뱃속의 아이를 안고 최루탄 터지는 거리에서 짱돌을 날랐던 청춘을 배반하지 않는 것, 혹독한 사춘기를 견뎌내고 이미 청년이 된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것, 여전히 차별 받고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삶을 폄하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을 토론하는 것이었다.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며 이중 삼중의 억압과 빈곤에 시달렸지만 마침내 이름 없이 피어난 들꽃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동차 부품공장 여성 노동자들과 숨 쉬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쫓겨난 공장에서 5년 가까이 투쟁하면서 희망은 단지 선언이 아니라 하루하루 연대와 실천을 통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 코로나 19, 사회적 재난 앞에서도 공포와 혐오를 넘어 배제된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나눔이 곧 존엄이라는 걸, 시라는 것을 다시 배워나가는 것이었다. 땅을 돌보고 가꾸며 미생물의 협력을 배우는 것, 자립의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발언하고 직접 행동하는 단결투쟁이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해 보고하는 삶이었다. 학생들의 꿈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의 삶이었다. 해방글터 동인들은 서로 다른 조건, 다른 세대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 기다려주면서 보폭을 맞춰나갈 것이다. 해방글터 동인들은 자본주의와 다르게 살기 위해 더 큰 몸살을 앓겠지만 삶에 뭉친 응어리를 풀어내어 더욱 부드러워질 것이다. 적을 닮지 않는 급진적인 삶의 온기를 함께 채워나갈 것이다. 모든 것이 허물어져 내리고 갈 길을 찾지 못하는 삶의 아픈 곳부터 손을 내밀 것이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면서 공감을 만들어갈 것이다. 존엄을 지켜낼 것이다. 존엄을 지켜냄으로써 단결을 새롭게 하고 투쟁을 새롭게 하고 연대를 새롭게 하고 민주주의를 새롭게 할 것이다. 이것이 김이수 시인이 해방글터에게 남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15년 만에 발간하는 해방글터 동인지가 지금도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들, 사회로부터 배제된 곳에서 고통스럽게 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이들에게 닿아 눈물처럼 맑고 투명하고 둥그런 위로와 격려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목차펼치기

■ 화보■ 발간사제1부 우리의 시가 무기가 될 수 있을까[김이수]우리의 시가 무기가 될 수 있을까 / 해방역― 민주철노 공투본과 전국의 철도노동자들에게 바치는 글 / 십이월의 강가에서 / 우리 사랑이란 이름으로 동지가 되자 / 바다의 램프 ― 일출 / 김 반장 / 동료에게 / 한반도 / 노동 해방 선언 / 침묵의 바다 / 사북에서 / 연가 / 산하 / 자유로운 방 ― 음모의 장 / 자유로운 방 / 가을이 오기 전에 / 아낌없이 주는 나무 3제2부 전노협의 꿈[김영철]저 하분에 꼿이 내 손지 들이다 / 행정이 / 봄, 누더기 옷 한 벌 깁습니다 / 내가 참말로 바부 천치다[배순덕]휴식시간 / 전노협의 꿈 / 어머니 / 언니[조선남]꽃들아, 꽃들아 / 그녀를 보고 있으면 봄이라 느낀다 / 봄의 기억 /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박상화]고구마 / 완벽한 의지 / 꽃 ― 아사히 비정규직 투쟁 4주년에 부쳐 / 기도문 ―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고공농성에 부쳐[조성웅]대설 / 지금 여성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 백만 촛불 마이너― 2017년 광화문 고공삭발단식 농성을 지지하며 / 젖은 몸[신경현]정경애 / 불편한 말 ―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 대구시청 앞 농성을 생각하며 / 집 / 나무 ― 마을 목수[이규동]상추잠 / 곁 / 손 / 교과서 볶음[박영수]하늘로 오르는 모순 / 섯알오름에서 밀감을 먹으며제3부 노동자들의 눈빛이 달라질 때 가장 행복하다[전상순]거두는 계절 / 작신작신 / 각다귀 새끼들[차헌호]노동조합, 내 삶의 전부 / 가족에게 상처뿐인 노동조합 / 노동자들의 눈빛이 달라질 때 가장 행복하다제4부 김이수의 시 세계[이금지] 그해 딸아이의 생일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권형우] 그는 그랬다 ― 이수를 생각하며[박상화] 김이수 시인의 시세계와 초혼[조선남] 노동자 김이수 시인의 삶과 문학
■시인들 소개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