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어느 시장 안 굽이진 골목을 오르면 그럴싸한 간판도 없고, 바람이 이끄는 대로 ‘MoMo’라는 주물 간판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작은 가게가 있다. 이곳은 원래 과일 가게가 있던 자리였다. 커다란 마트들이 들어오면서 가게는 문을 닫았고, 아무도 찾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는 폐허로 변해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 베이커리를 열었다. 나에게 장소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내가 머무를 수 있고, 맛있는 빵과 쿠키를 구워낼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동네 사람들은 ‘모모’에 호기심어린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모모는 뭐하는 가게지?” 직접 만든 테이블을 놓고, 중고 상점에서 데려온 오븐을 들이면서 여러 장식품을 진열하면서 가게는 제법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가게를 열었다. ‘모모’에서 처음으로 구워낸 빵과 쿠키를 맛보려는 순간, 나는 유리창 너머 발그레한 얼굴과 마주했다. 아이를 등에 업은 한 엄마였다. 엄마는 머뭇거리다 결심이라도 한 듯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렇게 찾아온 첫 손님에게 방긋 웃으며 알록달록한 핑크색 접시에 쿠키를 가득 담아 내밀었다. 아이 엄마는 손바닥만 한 쿠키를 한입 베어 물며, 입을 열었다. “아이 간식을 집에서 만들어주고 싶어요.” 가슴 속이 ‘쿵쾅 쿵쾅’ 울렸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기꺼이 도와드리겠다고 굳게 약속을 했다. 마침 구운 따끈한 빵과 쿠키를 종이봉투 안에 담아드리며,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갖다 주라고 했다. 마음이 붕 떴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밤잠을 설치며, 레시피를 적어보고, 다시 만날 그 아이의 엄마를 생각했다. 등에 업혀있던 그 작은 아이가 엄마 품에서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쿠키를 상상하며 나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가게 문을 활짝 여니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먼저 마중을 했다. 유기농 밀가루와 버터, 유정란을 준비하고 믹서기와 오븐 예열까지 끝낸 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았다. 약속시간이 되자 창문 밖으로 보이는 유모차 한 대가 조심스레 이곳으로 들어왔다. 어제 등에 업혀 있던 아이는 곤히 그 유모차에서 잠이 들어있었다.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아이 엄마와 나는 똑같은 레이스 앞치마를 하고 작업대에 나란히 섰다. 먼저 믹서기에 유기농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작업대에 올린 후 나무 밀대로 밀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곰돌이 쿠키커터와 하트 쿠키커터로 모양을 냈다. 오븐 팬 한가득 반죽 쿠키를 올리고 타이머를 10분 맞추었다. 쿠키가 바삭하게 구워질 때까지 나는 아이 엄마에게 집에서 쿠키를 구울 때 필요한 여러 가지 노하우들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어느새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친근하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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