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 머 리 에 서정인은 종래의 소설 형식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서사문법을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과는 구별되는 작가라는 평을 들어왔다. 서정인은 새로운 내용의 온전한 전달은 새로운 형식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생각을 유지한 작가이다. 그의 소설에서의 언어는 일반 작가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사용됨으로써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여는 매혹과 힘을 보여준다. 근대 소설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야기꾼이 서사와 청자를 매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쇄술의 발달로 소설 판본이 어렵지 않게 되면서 이야기꾼은 텍스트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이야기’로 기업을 소개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 대세다. 이른바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음식을 스토리로 만들고, 문화를 스토리로 풀어낸다. 소통의 중심을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서정인은 이야기체 소설 쓰기를 지향해 왔다. 여기서 이야기체란 과거 ‘강독사’, ‘강담사’, ‘강창사’와 같은 이야기꾼이 이야기마당을 꽃피운 공통 방식이 ‘리듬’에 있었던 만큼, 구어체를 중심으로 운율을 살려낸 글쓰기를 말한다. 구술로 집단 전승되어온 전통 이야기와 달리 근현대소설은 작가 혼자서 골방에서 쓴다. 그리고 독자는 혼자서 소설을 묵독하는 데 익숙하다. 서정인은 소설에 리듬을 살려냄으로써 과거 전통서사의 ‘청각예술’로서의 면모를 재현하는 새로운 글쓰기를 지향하고 있다. ??달궁??은 4음보 운율을 살려낸 소설이다. 텍스트의 등장인물을 내세워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4음보 사설시조를 패러디하거나 판소리 사설을 자유자재로 구현해낸다. 그가 우리말의 맛깔스러움을 살려내는 소설쓰기를 ??달궁?? 연작소설로 완성한 것은 근대소설의 등장에 자취를 감춘 이야기꾼의 되살림 과정이라 할 만하다.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작가 서정인의 몸부림을 오롯이 담은 ??달궁??을 만난 것은 내게 있어서 행운이다. 한동안 서정인 소설의 형식 실험을 총망라한 ??달궁??의 언어 형식 분석을 통해서 그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을 논하는 연구에 주목하였다. 서사(story, 이야기)의 특징을 추출해내고, 텍스트의 특이성과 개별성에 주목하여 서술(discourse, 담론)을 분석하였다. 여기에 실린 글은 미진했던 학위 논문을 조금 손 본 것이다. 서정인 소설 텍스트에 대한 서사문법적 접근은 서사학(narratology)과 서술론(theory of narration)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어리석고도 힘겹게 공부해왔다. 미흡하고 치밀하지 못한 연구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려니 적잖이 부끄럽다. 늦깎이 연구자로서 경험한 시련이 곧 소설비평의 매혹을 깨닫는 과정이었던 만큼,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새로운 다짐으로 스스로를 다잡아 본다.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희랍신화를 번역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서정인 선생님의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서정인 문학세계와의 진지한 만남을 주선해주신 이미란 교수님, 부족한 제자의 지난한 연구 과정을 지켜봐주신 임환모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4년 11월 김 미 자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