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개정판 머리말 필자가 1965년 석사학위논문으로 을 써서 서양사학회에서 발표했을 때, 서울의 한 유명대학의 교수님이 그런 것을 연구해서 무엇 하느냐고 물었다. 해서 나는 “인생을 왜 사느냐?” 고 되물었다. 그처럼 당시 한국 사학계의 형편은 역사 이론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진실한 역사는 현재사이며, 역사학은 철학과 동일하다”는 주제를 들고 학계에 진출한다는 것은 만용에 가까웠다. 그러나 필자는 ‘독불장군’이라는 아름답지 못한 별명을 얻어가며, 온갖 외로움을 극복해야 하는 외길을 걸어 오늘까지 왔다. 그 길을 걸으며 컬링우드를 붙잡고 씨름도 해보았고 비코에게로 달려가서 호소도 해보았다. 그러면서 데카르트나 칸트, 헤겔, 그리고 랑케 등의 유명 사상가들의 발자취도 더듬어 보았다. 그 결과 《자유-투쟁의 역사》, 《역사 철학과 그 역사》라는 저서들을 내는 만용을 부렸고…. 그러면서 나의 정신세계를 다져왔다. 그 결과 1985년에는 이러한 공부들의 종합으로 논문 을 써서 박사학위를 얻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책은 이 논문을 단행본으로 출판한 것이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사학계에서 비코나 크로체 컬링우드라는 역사철학자들의 이름은 생소하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방면의 연구자들이 속출하여, 혹자는 비코를 연구하여 그와 헤르더를 연결시킨 저서의 번역본을 내어 놓았고, 혹자는 컬링우드의 본고장인 옥스퍼드에서 컬링우드로 박사학위를 받아 온 학자도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이 기간에 한국 서양사학계에는 역사사상사의 훈풍이 불었다. 이런 분들의 활동과 이러한 연구 분위기를 보면서, 본 필자는 보람도 느꼈고, 한국 인문학분야의 발전에 대한 희망도 가져 보았다. 그런데 본 필자의 나태와 과문의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뒤의 이 분야의 연구 활동에 대해서는 특별한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아니 차라리 한국 인문학의 쇠락이라는 어휘들이 더 날카롭게 귓전을 울려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이들은 몇몇 인기강사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이름을 떠 올리고 있지 않으냐? 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대중 인기몰이를 위한 달변가들의 연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진지한 연구자의 진실을 읽기는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물론 인기강사들의 경향성이나 지식의 전문성에도 있겠으나, 대중 매체의 속성이라는 커다란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이다. 이들이 아무리 훌륭한 지식을 가지고 임한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재미가 없으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인기에 영합하려다 보면, 일종의 연예활동이라는 범주를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칸트나 헤겔이 그들의 철학을 강의하던 시절, 그 강의를 듣기 위해 전 독일은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까지 청중이 몰려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곳은 대중 강론장이 아니라 대학 강단이었다. 대학 강당에 모여든 이들은 대중심리나 파한(破閑)의 수단을 찾는 이들이 아니라, 진지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진리와 진실을 찾아 나선 이들이었다. 물론 당시 대학이란 곳은 시청률을 계산해야 할 이유도 없었고, 수강생들의 호주머니를 들여다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때문에 이 당시 강사들은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는 의도를 가질 수도 없었다. 한마디로 서양에서 정신세계에 근대화가 이루어지고, 현대의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게 된 17~18~19세기는 대중들이 진리에 목말라 하는 풍조가 있었고, 이에 대응한 위대한 정신을 지닌 문(文)?사(史)?철(哲)의 인문학 학자들이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매스미디어가 인간의 영혼을 앗아가고 있다. 심지 오늘의 인간 군상을 지칭하여 스마트 폰에 영혼을 빼앗긴 스몸비족(Smombie 族), 스마트폰 때문에 머리를 숙이고 사는 저두족(低頭族), 컴퓨터에 머리가 끌려들어가 목이 앞으로 늘어난 거북목의 군상들이 현대인의 모습이다. 이러한 시대에 골치 아픈 역사철학이야기를 글로 써 낸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학문의 전당이어야 하고 상아탑으로서 진리를 연구하여 창의적이고 고급 지식정보를 생산해내야 할 대학마저도 매스미디어를 따라서, 신자유주의의 첨병으로서, 돈을 벌기 위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는 괴물로 변모하여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철학을 논의한다는 사실자체가 망상적인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티(IT)의 세계지배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결국에는 인공지능의 인조인간이 그것을 만들어놓은 본래인간을 능가하는 지경에까지 이를 것인가? 하기야, 지난번에 한국 바둑계의 천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전에서, 이세돌이 패배하였다는 사건은 곧 인조인간의 세계지배를 점칠 수도 있게 했다. 해서 사람들은 귀납법적 방법론에 입각한 인간의 지배권은 인조인간에게 넘겨야 된다는 가상세계를 생각하지 않으면 아니 되게 되었다. 아니! 생각 정도가 아니라, 우리는 현재 그들에 의해서 생존권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각종 기계설비 공장으로부터 로봇에 의한 노동자들의 퇴출은 이미 일상사가 되었고, 한 때, 신이 내린 직업이라 호황을 누리던 은행원들의 수효가 급감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사이버 강의를 해서 교수들이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정보지식과 의료기계를 활용하여 치료를 하는 의사들, 육법전서의 지식과 과거에 시행된 재판 사례들에 대한 지식을 근거로 판단하는 검사 판사 변호사 등 법조계의 일들, 통계학적인 확률에 근거한 일체의 사회과학적 정보지식? 쉽게 말해서 인공지능에 입력될 수 있는 일체의 지식을 근거로 하는 인간의 고급 직업들은 모두가 알파고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가상이 인간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확대된다면, 본래의 인간들은 거의 모든 일자리를 인조인간 알파고에게 빼앗겨야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출산율이 줄어들고 본래인구는 줄어들 것이다. 수요공급 원칙에 또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지구는 수없는 알파고를 소유한 몇몇 대자본가들과 그들과 결탁한 몇몇 정치? 권력자들이 복지정책이라는 듣기 좋은 이름으로 베풀어 주는 동냥으로 연명하고 살아가는 실업자의 수용소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인조인간에게는 아직 영혼이나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에 의해서 이미 창출된 사항들에 대한 정보의 수합과 종합판별 능력, 즉 귀납법적 사고력은 있어도, 연역적 방법론에 속한 사고력을 지닐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체적인 느낌이나 사색을 통한 새로운 지식정보를 창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예술가나 시인의 직관적이고 창조적인 감각이나 철학자의 창조적인 추리력까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알파고의 세계에서 알파고를 능가할 수 있는 분야는 예술가나 시인 철학자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F.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까지 이를 영어의 ‘knowledge’로 이해하여 ‘Knowledge is power’라고 외웠는데, 이는 다시 생각해야 하는 문자해석이다. 논리학에서 귀납법을 근거로 하여 수합한 지식은 ‘Knowledge’가 아니라, ‘lnformation’, 즉 정보지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귀납법적 정보지식은 이미 창조된 사실사건들에 대한 소식일 뿐이다. 쉽게 말하면, 컴퓨터에 입력되어 있거나 입력되어야 할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정보에 있어서는 인간 개인이 컴퓨터를 능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세돌 9단이라는 인간개인이 지금까지 있어 본적이 없는 새로운 바둑을 연구하여 알파고에게 도전한다면 몰라도, 기왕의 기보(棋譜)들을 통틀어서 익히는 수준으로는 승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것은 Information, 즉 지식정보가 아니라, Knowledge, 즉 컬링우드가 말하는 “역사적 인식(認識)”이다. 이 책은 역사적 인식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풀어간 책이다.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서양 근대사상의 출발점에서 비롯된 사물, 사건사실들에 대한 절대주의적 인식론과 이에 대항한 비코의 상대주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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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제1장 서론 제1절 물질만능사상에 대항하여 제2절 역사이론에 대한 철학적 연구의 한계 제3절 역사이론의 변증법적 결과로써의 크로체-컬링우드 제4절 문제의 맥락을 따라서 제5절 본 논문의 특징과 한계 제2장 G. 비코에 의한 역사적 인식의 출발 제1절 R. 데카르트와 G. 비코 제2절 진리는 창조되는 것과 동일하다(Verum ipsum factum) 제3절 신화?형이상학 그리고 경험과학 제3장 인간정신의 표현과정으로써의 역사 제1절 이상을 향한 영구적 발전의 역사(Ideal Eternal History) 제2절 변증법적 발전이론의 모순 제3절 신의 섭리 제4절 비코적 역사사상의 전개: 비코와 헤겔 제4장 실증주의와 크로체의 역사이론 제1절 실증주의와 실증주의적 역사학 제2절 실증주의적 역사학에 대한 크로체의 비판 제3절 현재의 역사 제4절 역사학과 철학의 일치 제5장 크로체의 역사발전론 제1절 역사발전의 형태 제2절 크로체의 정신변증법 제6장 컬링우드의 반(反)실증주의와 사상사의 개념 제1절 반실증주의 제2절 역사학과 역사철학 절3절 사상사로써의 역사과정 제7장 현재사의 개념과 그 인식방법 제1절 모든 역사는 현재사 제2절 사건?사실의 재현(Re-enactment) 제3절 역사적 상상 제4절 탐정으로써의 역사가 제5절 역사적 인식 제8장 요약과 문제점들 제1절 자연과학적 진리에서 역사적 진리로 제2절 비코, 크로체, 컬링우드의 사상적 연계성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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