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이 맛있어지기 시작했다 권영희 가을이 시작될 때 쯤 드디어 서평을 만났다. 늘 마음속엔 품고 있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했었기에 첫 만남은 떨림 그 자체였다. 더구나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미약한 나의 끈질기지 못한 엉덩이가 걱정이 되긴 했다. 강의실을 카리스마로 잔뜩 채운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마다 나의 무책임한 독서에 수없는 반성을 했다. 순전히 ‘주관적 선택’에만 의존한 나의 독서 습관은 하루하루 서평 수업이 이어지면서 책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내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발전이었다. 한정된 독서에 벗어나서 다양한 책을 읽게 됨으로써 사고의 폭도 한층 넓어진 것 같았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것을 맛나게 먹고 마시는 것이다. 그것을 음미하며 맛있게 소화시켜 내뱉는 것이 서평이란 생각이 든다. 서평이란 단어는 참으로 경직된 단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갈수록 서평은 내 독서를 더욱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내가 읽고, 느끼고, 행복했고, 감동적이었고, 웃고, 울었던 그 많은 책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주무를 수 있는 독자들의 놀이터였다. 서평 수업을 시작하고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고 책을 읽기 시작하자 내겐 아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우선 펜을 잡고 줄을 긋기 시작했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글자를 지워가는 독서였다면 이제는 글자의 의미를 생각하는 독서가 되어가고 있었다. 다 읽고 나서도 뚜렷하지 않았던 글들은 또렷이 내 기억 속에 남았고, 작가의 생각에 동조할 수도 또한 반박할 수도 있게 되었다. 책이 맛있어지기 시작했다. 아주 소소한 책을 읽으면서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고민했다. 서평을 쓰면서 의미있는 책읽기가 드디어 내게 다가왔다. 시작은 창대했고 끝도 그런대로 잘 마무리 한 것 같아 한껏 기분이 좋다. 수업하는 동안 들었던 선생님의 열정적인 목소리를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함께 했던 4기 생들이 목소리 높여 함께 토론했던 학이사 2층의 그 회의실도 그리울 것이다. 또한 우리와 저녁마다 함께 했던 김밥과 귤 향도. 누군가 서평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맛있게 마시고, 충분히 음미하며, 한껏 농축된 삶을 익힌 최고급 1947년산 슈발 블랑 와인과 같다고….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다시 읽고 서평을 써본다. 불안정하고 실패한 수재 한스를 바라보며 먹먹해진다. 서평을 알기 이전과 다르게 첫 장부터 난 한스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내게 어떠한 의미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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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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