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보부상 또는 그 조직에 관해서는 식민지기의 조선총독부 조사자료 등에 초 보적인 수준으로 언급되어 왔으며, 이러한 경향은 해방 직후 발간된 유자후(柳 子厚)의 『조선보부상고(朝鮮褓負商攷)』(1948)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이 때까지의 연구는 전설(傳說)이나 구전(口傳)에 의존하는 등 객관적 엄밀성을 결여한 자의적 해석이 많았고, 행상·보부상·보부상단·상무사 등의 용어가 무 비판적으로 혼용되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현존 문헌을 기반으로 한 보부상(단)에 대한 실증 연구가 본 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연구 결과와 더불어 자료 원문도 부록의 형태 로 보급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박원선(朴元善)의 『부보상(負褓商)』(1965)은 전국에 산재한 보부상과 그 조직에 관련된 문서를 적극적으로 수집·활용하여 보부상의 조직과 역사에 관한 체계적 연구를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 다. 1990년대에 들어, 보부상과 그 조직에 관한 연구는 양적·질적으로 일대 전기를 맞이하였다. 특히 조재곤(趙宰坤)은 『한국 근대사회와 보부상』 (2001) 을 비롯한 다수의 연구 성과에서 중앙 조직을 중심으로 한 보부상 조직의 활약 을 정치 상황의 변동과 연계하여 특정 시기별로 분석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여러 지역의 현존 문서 중 대표적인 것 일부를 발 췌하여 소개하는 방식에 치중하였고, 특정 지역의 전체 문서를 일괄 소개하려는 시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민속원에서 출간된 영인본 『보부상자료 집』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지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대부분의 내용이 초서(草書)로 작성되어 있어 전체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결합하는 수준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둘째, 흑백으로 출판되 어 도장이 찍힌 부분이나 겹쳐 쓴 부분 등에 대한 판독이 어려웠다. 최근 수많 은 역사 자료가 컬러로 웹상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셋째, 원본 문서를 영인?편집하는 과정에서 순서가 뒤바뀐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는 자료집 편집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그 결 과 영인본만을 보아서는 원본의 순서대로 재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넷째, 문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출판되면서, 각 문서의 제목(표제)을 임의로 부여한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간지(干支)로 만 표기된 자료의 연대 비정에 오류가 확인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는 문서의 작성 시기에 대해 앞뒤 60년이라는 막대한 편차가 발생되어 자료 분석의 기초 를 확보할 수 없게 하였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문제를 일거에 극복하기 위해 『보부상자료집』 제1책(天) 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보부상 조직이 남긴 자료가 현존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인 충청남도 예산·덕산·면천·당진(현재의 행정구역상 예산·당 진)의 몫에 해당한다. 전체 내용을 탈초하여 원본에 가깝게 재편집한 후, 각 자 료를 번역·해설하고, 전체 자료의 해제까지 곁들였다. 이 책의 발간에는 연구자와 일반인의 영인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 이 상의 의의가 있다. 첫째는 절목(節目)이나 입의(立議) 위주의 일반적인 고문 서뿐 아니라 인원 명단까지 모두 정리하였다는 점이다. 그간의 연구에서는 해 당 지역 문서의 내용에만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인원 명단에 대해서는 거의 주 목하지 않았다. 인원 명단 정리는 눈에 보이는(직관적으로 파악되는) 정보 외의 눈에 보이지 않는(가공 및 유형화를 통해서만 파악되는) 정보에까지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발간을 통해 수량 분석 또는 실증 분석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같은 충청남도이자 인근 지역인 홍주 일대의 조 직에 대해 ?19~20세기 보부상 조직에 대한 재평가―元洪州六郡商務右社를 중심으로?(『경제사학』 47호, 2009)라는 실증 연구가 이미 제출되어 있는 것에 비 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둘째는 영인본에 수록된 문서가 총 36건인데 비해, 이 책에서는 2건을 추가 하여 수록했다는 점이다. 현재 ‘예덕상무사 보부상유품전시관’에 소장된 문헌 은 약 100여 건에 달한다. 그중 시기가 오래되고 자료의 역사성이 높은 것이 영인본에 수록되어 있는 36건이다. 보부상유품전시관 소장 문헌을 전수조사하 여 기존의 36건에 준하는 중요도를 가진 2건의 문헌을 추가함으로써 연구 자 료로서의 완비도를 제고하였다. 셋째는 영인본의 자료 배열에 구애받지 않고 순서를 변경하여 편집함으로써 자료의 상호 관계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기 쉽도록 구성하였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편집이 가능했던 이유는 각 자료가 작성된 정확한 연대를 확정할 수 있었 기 때문이다. 영인본 및 기존 연구에서는 각 자료의 연대를 제대로 비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에서는 자료 상호간의 면밀한 대조와 고증을 통해 그러한 문제를 모두 해소하였다. 이러한 성과를 담아 역해본을 발간할 수 있게 된 것은 ‘2014년도 한국학중 앙연구원 한국문화심층연구 지정과제’로서의 공동연구 ‘『보부상자료집』 탈초· 역해―예덕상무사 편’의 덕분이다. 연구자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었기 에, 경제학·한국사·인류학·고문헌 등의 전문가가 의기투합하여 집중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이 작업의 기획에서 출판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바 있다. 우선 2002년 여름에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몇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보부 상자료집』 강독회를 들 수 있다. 당시 강독회를 기획?추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서울대학교 이영훈 교수님, 초서 판독 및 강독을 지도해 주신 문숙자 박사님, 두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보부상 관련 연구에 대한 장기적인 관심을 형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으로, 2013년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의 ‘보부상 난전놀이 연구용역’ 의 수행 과정에서 충청남도역사박물관으로부터 보부상유품전시관의 원본 문 헌 전체에 대한 촬영분을 협조받을 수 있었다. 당시 사업 추진에 참여할 수 있 도록 도와주신 정승모·오석민 선생님과 직접 촬영을 맡아 주신 유병덕 선생님 께 큰 빚을 졌는데, 이 책의 발간으로 해당 문헌의 내용이 보다 정확하게 밝혀 지고 지역 문화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의 원고 초안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개선하는 데에 귀중 한 시간을 희생하여 주신 분들이 있다. 박경수 박사님은 전체 탈초분에 대한 오류를 잡아내는 데 수고해 주셨고, 김동석 선생님은 번역문의 개선 및 특정 어구의 원전 확인 등을 훌륭히 수행해 주셨다. 두 분이 윤문·교열을 성실히 수 행해 주신 덕분에 조금 더 나은 책이 되었다고 믿는다. 또한 충청도 서해안 일 대의 지역적 특성을 포구 및 장시의 위치와 관련하여 자문해 주신 오석민 관장 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기존의 연구가 영인본의 일부 내용만을 발췌하여 다른 지역의 자료와 결합 하여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 책의 발간으로 영인본의 전체 내용 을 통해 특정 지역의 보부상 조직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 고 자부한다. 예산·덕산·면천·당진의 자료에 대한 역해에 머무르지 않고, 앞 으로 다른 지역에 대해서까지 확장하여 후속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기약해보고 싶다. 2015년 12월 조 영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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