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2014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장서각 소장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된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연구는 장서각에 소장 된 왕실 한글자료를 대상으로, 일차적으로는 판독 및 역해 작업을 통하여 관련 학계에 조선시대의 왕실 문화를 연구하는 토대 자료로 제공하는 한편, 이차적 으로는 융합적 시각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이야기 만들기) 작업을 통하여 일반 사회에 왕실 자료의 문화사적 가치를 환기하고 소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목적 아래 수행된 연구 중 장서각에 소장된 왕실 천자문을 대 상으로 번역과 해설을 제공한 역해서(譯解書)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 역해 대상으로 삼은 문헌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유일본으 로 전하는 필사본이다. 이 문헌은 장정(裝幀)이나 종이, 글씨 등이 호사(豪奢) 를 다한 까닭에 일찍부터 왕실과 관련된 문헌으로 추정되어 왔다. 장서각에 소 장된 명품의 하나로 그동안 각종 전시에 자주 등장하였으나 구체적인 연구가 없어 책의 내용과 특징을 제대로 소개하는 데 이르지는 못하였다. 이번 역해를 통해 왕실과 관련된 천자문이 학계와 일반에 보다 자세하고 흥미롭게 알려질 기회를 갖게 된 데 이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역해는 천자문이 갖는 문헌 성격을 고려하여 두 가지 층위에서 이루어졌다. 첫째는 천자문에서 한자(漢字) 대자(大字)로 적힌 부분에 대한 역해이다. 이 역해는 천자문의 대자가 사언고시(四言古詩) 형식으로 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곧 천자문의 대자는 단순히 낱자를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4자가 먼저 구(句)를 이루고 앞뒤 2구가 서로 대구(對句)를 이루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천자문의 구성을 감안하여 대체로 8자 2구의 단위를 기본으로 한 역해를 제공하였다. 대구의 내용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한편, 가능한 한 대구를 이루는 글자나 구(句)의 전고(典故)를 찾을 수 있으면 이를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이를 위해 역주 경험이 풍부한 본원의 한문학 전공 교수들(김건곤, 신익철, 조융희)이 참여하여 역해 작업을 분담하였다. 둘째는 천자문에서 소자(小字)로 적힌 한글 부분에 대한 역해이다. 이 역해는 장서각본의 독자적 성격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장서각본을 기존 천자문 이본(異本)과 비교할 때 수록 한자에는 거의 차이가 없더라도 각 글자의 음훈(音訓) 부분에 있어서는 크고 작은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 이러한 차이는 곧 장서각본의 독자적 성격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차이를 효과적으로 포착, 설명하기 위하여 이 책에서는 현존하는 이본 가운데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이본 6종을 선택하여 음훈을 비교하고 그를 토대로 역해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책에서는 역해 작업을 통하여 장서각본이 보여 주는 국어사적 특징을 표기, 음운, 형태, 의미 등 여러 측면에서 상세히 설명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본원의 장서각 한글 자료에 밝은 국어사 전공자들(박부자, 이현주, 황문환)이 참여하여 역해 작업을 분담하였다. 본원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역해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6개월밖에 되지 않는 연구 기간이 가장 큰 제약으로 작용하였다. 역해가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엄밀한 집필 지침 아래 원고를 작성하고 집필된 원고는 충분한 교차 검토 기회를 가져야 했지만 연구 여건상 그러한 여유를 충실히 갖기 어려웠다. 이로 인하여 역해 내용에 역해자 상호간 크고 작은 편차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출판 과정에서 그러한 편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여러 사정상 용어나 체재의 일관성을 보완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러 모로 미흡하지만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여러 분의 도움이 있었다. 우선 이소지(한국학대학원 석사과정) 학생은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하면서 원고 수합과 편집을 비롯하여 연구 진행과 관련한 제반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여러 가지 수고를 기꺼이 감당해 주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연구행정실과 출판실에서는 연구과제 수행과 출판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써 도와 주었다. 특히 출판실은 전반적인 책의 체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물론 집필 원고를 꼼꼼히 검토하여 용어나 체재의 일관성을 갖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6년 10월 연구책임자 황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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