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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성 사랑나무

가림성 사랑나무

글·사진: 이방주

수필과비평사·2017-10-31

  • 346쪽
  • 150×225mm
  • 문학
  • KDC 8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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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부여 성흥산 가림성 남문지에는 수령 400년쯤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사람들은 이 느티나무를 사랑나무라고 부른다. 사랑나무는 가까이에서 보나 멀리에서 보나 위에서 보나 아래에서 보나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지닌다. 남문지에서 동문지까지 약 700여 평 정도 되는 평지를 지나 동문지로 가다가 사랑나무를 되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이 느티나무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무 전체의 모습은 역으로 하트 모양이고 오른쪽 맨 아래 가지 모양이 남문과 더불어 바른 하트(♡)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성흥산은 해발 260m의 낮은 산인데도 사랑나무 주변에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어서 느티나무만 보인다. 멀리 강경들에는 봄볕에 반짝이는 금강 줄기만이 비단이 되어 ‘검이불누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 하는 백제의 빛깔로 흐르고 있다. 다만 느티나무 곁에 스승을 닮은 크고 작은 젊은 느티나무 세 그루가 착한 제자처럼 서 있다. 산성 보루로 올라가는 길옆에 잘 생긴 소나무 여남은이 주군을 시위侍衛하듯 모여 공수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나무라 했구나. 조금 있으려니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끌고 올라왔다. 쌍쌍이는 아니라도 자전거 동호회에서 봄맞이 라이딩riding을 나온 모양이다. 여성 회원 웃음소리가 크면 남성 회원은 더 큰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쌍쌍이 데이트 코스로 잡은 젊은이들도 두세 쌍 되었다. 손잡고 사진 찍고, 얼굴 맞대고 셀카 찍고, 갖은 포즈를 다 취한다. 사진을 함께 보면서 한동안 행복할 것이다. 사랑나무 밑에 혼자 선 나는 잠시 외로웠다. 그러나 내게는 가림성이라는 사랑이 있으니까 성벽과 사랑을 속삭이면 된다. 성이 옆에 있으니 그와 성생활城生活을 하면 되는 것이다. 외로움도 잠시, 남녀가 노니는 사랑나무를 스마트 폰으로 찍어 딸에게 보냈다. 제발 이렇게 사랑을 만들어 보라는 의미였는데 이 아이는 이미 아이가 아닌지라 “아빠나 젊은이 감성으로 슬쩍 사랑을 만들어 보세요.” 파격적인 충고이다. 정말 그래 볼까? 딸애의 말을 듣고 이 사랑나무 그림을 보면 감탄할 만한 어느 여인에게 사진을 보내 보았다. 답이 없다. 5분쯤 지나 또 열어 보니 아직 답이 없다. 여성들도 쉰 세대가 되면 감성이 무디어지나 보다고 묻어 두었다. 그렇다면 내가 주책이겠지. 다시는 그런 공허한 짓을 하지 않으리. 이 나이에 젊은 날의 사랑을 추억하기만도 바쁘다.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 타령을 하는 것을 보니까 역사적인 의미만 생각하고 가림성에 왔다가 사랑나무에 취해 버렸구나. 가림성은 SBS에서 2005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서동요」의 촬영지였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선화공주가 서동과 평민으로서 살아갈 마음으로 움막을 친 곳이 이곳이며, 사랑나무는 선화공주와 서동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었다. 그 후 젊은이들이 여기서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니, 똑똑한 젊은이들도 속설에 기대어 자신의 사랑을 확정지으려 하는가 보다. 참 복도 많은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백제부흥군을 섬멸하려는 나당연합군은 부흥군의 주요 거점인 주류성을 치기 전에 가림성을 먼저 치기로 했다. 그런데 당의 장수 유인궤가 가림성은 험하고 견고하여 난공불락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그의 주장대로 가림성을 피해 주류성을 공격하여 부흥군을 곤경에 빠뜨렸다고 한다. 성벽 높이는 불신의 정도에 비례한다. 불신이 마음의 성곽을 높이 쌓는다. 신라나 당을 믿지 못한 백제가 가림성이란 난공불락의 성곽을 쌓았듯이 세상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세상과 담을 쌓고 산다. 불신의 가림성이 오늘날은 사랑을 고백하는 믿음의 성지가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가림성 사랑나무의 덕이 아닐까. 이곳에 오면 확신이 가지 않는 사랑도 서로를 받아들이게 된다니 젊은이들이 쌍쌍이 찾을 만하다. 가림성 사랑나무 아래에 서면 성벽 같은 불신이 오히려 따뜻한 인간애로 승화되어 성벽을 넘어서는 견고한 마음의 성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남문지로 도로 나와 2011년, 2015년에 발굴 조사한 동벽을 답사했다. 성벽이 흙무더기를 벗고 천오백 년 동안 감추었던 알몸을 내 앞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사랑나무보다 더 매혹적이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줄자로 성돌의 크기나 성벽의 높이를 재면서 성벽과 사랑을 나누었다. 행여 흙 한 줌이라도 떨어질까, 쐐기돌 하나라도 훼손될까 나의 애무는 애면글면 조심스러웠다. 노년에 하는 익은 사랑, 참사랑은 바로 가림성 사랑이다. 그때 카톡이 왔다. “이제서 봤어요. 느티나무가 하트 모양이네요. 하트가 두 개나 있어요.” 아, 숨어 있는 하트 모양까지 찾았구나. 그분의 감성을 믿었던 내가 기특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미 가림성과 오르가슴에 이르렀어요.’라는 말은 입속으로만 중얼거렸다. 답사를 마치고 동문지로 올라와서 사랑나무를 돌아보았다. 백제부흥군과 나당연합군의 처절했던 백강전투와 슬픈 부흥백제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부터는 사랑이라고 깨우치는 건지, 늘어진 가지가 멀리 금강의 물빛을 받으며 여전히 사랑을 만들고 있었다.

목차펼치기

차 례 권두수필 가림성加林城 사랑나무 ? 03 제1부 부흥백제의 운명 - 아니 오신 듯 다녀가소서 운주산성에 어리는 백제의 얼 ? 14 부흥백제군의 안양安養 고산사 ? 19 시대의 보루 고려산성 ? 24 전의이씨의 전설이 담긴 이성李城 ? 28 이성李城과 금이성 사이의 보루가 된 작성鵲城 ? 31 백제의 철옹성 금이성金伊城 ? 34 운주산 비암사와 백제부흥군 ? 37 비암사 백제영산대재로 승화한 불비상의 염원 ? 46 연화사는 도리원桃李園에 있었네 ? 53 연기지역 불비상佛碑像의 의미 ? 56 공산성에는 오늘도 깃발이 날리네 ? 59 공산성의 호국도량 영은사 ? 67 부소산성과 성왕의 꿈 ? 70 고란사에는 불은佛恩 같은 물맛이 있었네 ? 75 백제부흥운동의 발흥 임존성任存城 ? 79 임존성과 봉수산 대련사 ? 89 수도방어의 요새 홍성 장곡산성長谷山城 ? 94 백제부흥군의 저항선 학성산성鶴城山城 ? 99 태봉산성과 소구니산성은 큰 보루 ? 104 가림성은 난공불락의 요새 ? 109 미륵신앙 도량 성흥산 대조사大鳥寺 ? 120 두릉윤성은 사비도성의 북방요새 ? 124 계봉사 쓸쓸한 오층석탑? 131 토축 산성의 전형 서천 건지산성? 134 아미타의 세계 건지산 봉서사鳳棲寺 ? 141 왕실 기도처인 계룡산 신원사新元寺 ? 144 백제 마지막 왕자의 사연이 깃든 고왕암古王庵 ? 148 부여 은산별신제와 당산토성? 153 제2부 쟁패와 아픔의 현장 - 옥천에서 회인까지 구진벼루여! 성왕이여! 백제의 운명이여! ? 160 삼성산성은 관산성 ? 165 용봉산성은 관산성의 망루 ? 169 고갯길의 파수 동평산성 ? 172 마성산성에는 돌탑이 ? 175 장령산 용암사 ? 179 옥천 삼양리 토성 ? 185 옥천 서산성 ? 189 관산성 전투의 배후 옥천 성티산성 ? 192 옥천 환산성(고리산성)은 백제 전진기지 ? 199 관산성 전투의 종지부 백골산성白骨山城 ? 206 대전의 진산 계족산성 ? 209 계족산성의 자성子城 고봉산성古鳳山城 ? 214 질현성은 옛 모습이 남았네 ? 218 흔적도 미미한 견두산성 ? 222 대청호의 전망대 마산동산성馬山洞山城 ? 226 직동 핏골 노고산성老姑山城 ? 230 직동 성치산성城峙山城의 피 흘림 ? 234 호점산성虎岾山城은 백제와 신라의 전방 기지 ? 238 제3부 금강 지킴이 - 전월산에서 합강을 보다 원수봉산성은 땅에 묻혔네 ? 246 전월산에서 합강을 보다 ? 252 잠자는 복두산성 ? 258 인적 끊어진 독안산성 ? 262 노고할미가 쌓은 노고산성老姑山城 ? 265 봉수대로 쓰인 애기바위성 ? 271 토석혼축겹성 화봉산성華峰山城 ? 274 제4부 청주 나성 - 와우산 토성은 청주 나성 청주 탈환의 요새 부모산성父母山城 ? 280 구룡산성은 돌탑이 되었네 ? 285 구룡산 현암사縣巖寺의 수행 ? 290 팔결들에 남아 있는 정북동 토성 ? 294 진귀한 불교 예술 정하동 마애비로자나불좌상 ? 298 잡목 속에 묻힌 낭비성娘臂城 (낭자곡성) ? 302 전설과 함께 남아 있는 구라산성謳羅山城 (구녀성) ? 307 와우산토성은 청주 나성羅城 ? 312 도심의 수도도량 우암산 관음사 ? 319 청주읍성의 배후, 상당산성 ? 324 부처님 오신 날의 낙가산 보살사 ? 337 발문 따뜻한 눈으로 그려낸 백제 역사의 열린 교과서(이승애) ? 342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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