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ayu.org

책 소개

머리말 한문소설은 상층 남성 식자층을 중심으로 한자를 이용해 창작하고 향유해 온 근대 이전 소설 작품을 일컫는다. 한문소설은 당시 경전이나 역사서보다 격이 떨어지는 신변잡기류의 이야기이자 역사 기록이 아닌 허구적 이야기이면서 의도와 구상 하에 한문으로 창작된 글말 이야기를 두루 포괄하는 서사로서, 당대에 ‘자질구레하고 잡다한 이야기’ 정도로 인식되었다. 전통적 글쓰기 양식을 차용해 창작한 작품들이 적지 않은 까닭에 유형성이 강하고 공통적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다. 이 책에서는 전기(傳奇)소설, 전계(傳系) 소설, 몽유록계(夢遊錄系) 소설, 의인체 소설, 몽자류(夢字類) 소설, 야담계(野談系) 소설 등 하위 장르로 나눠 작품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나말여초(10세기 경)에 나타난 전기(傳奇) 작품부터 19세기 말에 등장한 한문장편소설에 이르기까지 약 천 년의 역사를 지닌 한문소설은 한시, 전(傳), 설화 등과의 부단한 교섭과 영향 하에서 식자층 남성들의 서사 욕망과 인간 제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담아내고자 했다. 17세기에 한글소설이 출현한 이후로는 한문소설과 한글소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갔다. 한문소설은 한글소설(국문소설)과 달리, 중세 지배 이념에서 벗어나 시대와 사회를 달리 보거나 불온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작품들이 많다. 선편(先便)을 차지하는 전기소설은 대체로 남녀 간 애정 서사를 근간으로 하되 한 쪽의 죽음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초현실적인 방법으로 극복하려는 욕망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에 엄선된 작품 33편 중 14편이 전기소설의 가치를 방증한다. 전계 소설은 현실에 대한 각성이 커지면서 환상성보다는 사실성에 주목하고자 했다. 인물의 일생을 기록하던 ‘전(傳)’의 서사 양식을 적극 차용하여 허구적인 작품 형식으로 사용한 전계 소설은 실존 인물의 행적을 위주로 실기적 성격과 허구적 성격을 적절히 가미한 ‘가짜 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한문소설에서는 현실과의 갈등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서사 장치로 ‘꿈’이 적극 활용되었는데, 16세기경부터 나타나 17세기에 성행하고 20세기 초까지 나타난 몽유록계 소설이 그 좋은 예다. 꿈속 세계에서 사회적 약자가 현실 세계를 비판하는, 일종의 목적성이 강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꿈을 소재로 하면서도 현실과 인생의 제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김만중의 소설 이 17세기 후반에 나타난 이후로, 의 서사 틀과 주제 의식을 모방한 일련의 작품군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이 작품들을 흔히 ‘몽자류 소설’로 부른다. 이들 작품은 서사 분량이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상층 남성들의 서사 욕망을 잘 보여준 작품들에 해당한다. 한편, 18세기 이후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 세계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민간전승의 다양한 설화를 기록자가 의도를 갖고 한문으로 기록한 야담(문헌 설화)이 대거 나타났다. 17세기 초 유몽인의 《어우야담》부터 18~19세기에 편찬된 《삽교만록》, 《청구야담》, 《계서야담》, 《동야휘집》 등 많은 야담집 수록 야담 중에서 소설적 성향이 강한 작품들이 다수 나타났다. 시정 경제생활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면면과 모순적 현실 세계를 비판하는 ‘야담계 소설(한문단편)’이 다수 등장하여 한문소설 세계의 편폭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놓았다. 한문소설은 단순히 상층 남성들의 고리타분한 사유의 전유물이 아니라, 주어진 시대와 사회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며 인간의 문제를 치열하게 그려내고자 한, 불온과 도전의 서사에 가깝다. 소설사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한문소설의 다양한 생명력과 이야기를 개별 작품론을 통해 오롯이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10월 기획위원 이민희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