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jayu.org
사천한시

사천한시

신현권 (지은이), 정백림, 최규경, 박완수, 박기대, 최용준, 최무경, 최명숙, 사천향교 구암한시동호회

지식과감성#·2018-02-06

  • 214쪽
  • 188×257mm
  • 문학
  • KDC 811.9

로그인하면 내 서재에 추가할 수 있어요.

책 소개

본서는 사천의 고전문화를 발전에 뜻을 둔 지역인사들이 우리지역의 자연과 문 화를 널리 알리고자 그러한 생각을 모은 그윽한 정취의 집약체이다. 아울러 선비 들의 필수교양이었던 찬란한 문화유산인 한시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북돋아, 한시 창작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창작을 통한 미풍양속과 고급문화창달의 보전과 발전 에 그 뜻을 두었다. 뜻깊은 본서의 발간에 즈음하여, 한시라는 문학체재의 특성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한문문학의 역사 속에서 가장 찬란한 꽃을 피운 분야는 율시(律詩)의 창작일 것이다. 오언율시(五言律詩)와 칠언율시(七言律詩)로 대변되는 율시의 창작은 한 자라는 고립어를 이용한 정제미와 리듬감의 극치를 보여주는 문학형식이다. 율시의 절반 형태로 나타나는 절구(絶句)의 형식 또한 4행 20자 또는 4행28자 의 짧은 형식 속에 최소한의 엄격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 (唐)나라 시대의 문인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오언절구인「문류십구(問劉十 九)」를 감상해 보기로 한다. ‘문류십구’란 유씨 집안의 19번째에 서열에 해당 하는 사람을 초청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시인의 친한 친구였던 모양이다. 친한 친 구에게 술 한 잔 하자는 단순한 말도, 한시라는 형식을 이용하면 이처럼 아취 있 게 나타낼 수 있다. 綠蟻新?酒(녹의신배주), 紅泥小火爐(홍니소화로). 晩來天欲雪(만래천욕설), 能飮一杯無(능음일배무). 개미 기어가는 모습으로 익은 새 술 걸러놓고, 붉은 진흙으로 만든 화로 피워놓았네. 저녁 되어 눈이라도 올 듯하니, 한잔 할 수 있을까를 물어보네. 이러한 형식을 오언절구(五言絶句)라고 한다.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사람이라 면 이러한 정도의 표현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심감이 당연히 들 것이다. 그 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만한 일은 아니다. 내용은 제쳐두고서라도 2구의 로(爐)와 4구의 무(無)에 주목하기 바란다. 이 글자들은 모두 사람으로 치면 친 척에 해당하는 글자이며, 2구에 로(爐)를 쓴 이상, 4구에서는 반드시 로(爐)와 관련이 있는 운자를 안배해야 한다. 로(爐)와 관련이 있는 운자는 무(無), 우(虞), 우(愚), 오(娛), 무(巫), 부(夫), 부(膚)... 등을 들 수 있다. 즉 제아무리 좋은 표 현이 떠 올랐다할지라도, 아무 운자를 쓰거나 같은 운자를 중복해서도 안 된다. 한시의 창작에는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이러한 원칙을 ‘압운(押 韻)’이라고 한다. 한시를 이해하거나 창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압운에 대한 이해 가 필수적이다. 과거시험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율시(律詩) 창작은 고래로 문사들의 꿈이었 다. 한 수의 훌륭한 율시는 천고의 절창으로 전해지며, 시대를 초월하여 인구에 회자되기도 한다.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작품인 「등고(登高)」를 감상해 보기 로 한다. 「등고(登高)」는 칠언율시(七言律詩)의 모든 조건을 완벽할 만큼 갖춘 시라고 할 수 있다. 등고(登高) 높은 곳에 올라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바람 급하고 하늘 높고 원숭이 울음소리 애절하며, 渚淸沙白鳥飛回(저청사백조비회). 물 맑고, 모래 희고, 새는 날아 선회하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 끝없는 낙목의 쓸쓸한 풍경아래,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다함없는 장강은 곤곤히 흘러오네. 万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 리에 걸친 슬픈 가을은 항상 객을 만드니,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한평생 병 많은 몸으로 홀로 누대를 오르네. 艱難苦恨繁霜?(간난고한번상빈), 고통의 세월은 서리 같은 귀밑머리 늘게 하고, ?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쇠약해진 몸 때문에 다시 탁주잔 멈추었네. 우리말 번역만 살펴보면, 누구라도 쓸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한 수의 작품에는 단순히 한자만 많이 익힌다고 해서 쓸 수 없는 고도의 장치가 마 련되어 있다. 제1구의 마지막에 압운 자인 애(哀)가 안배되었다. 애(哀)가 안배된 이상 2/4/6/8구의 마지막 운자는 반드시 애(哀)와 관련된 운자를 안배해야 한다. 제3구의 첫 부분에는 無邊(무변)으로 안배했다. 無(무)를 쓴 이상 반드시 不(불) 이나, 유(有), 소(少), 극(?)등 지극히 제한된 운자만 대응시킬 수 있다. 또한 첩 어인 소소(蕭蕭)에 역시 첩어인 곤곤(滾滾)으로 대응했다. 첩어에는 첩어로 대응 해야 한다. 下(하)에는 來(래)로 대응했다. 위치를 나타내는 운자에는 위치로 대 응해야 한다. 이 또한 상용의 대응이다. 제5구의 첫 부분인 만리(万里)에는 백년 (百年)으로 대응했다. 万(만)과 百(백)처럼 숫자에는 숫자로 대응해야 한다. 이와 같은 몇 가지 까다로운 제약조차도 부분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한 수의 율시에는 이외에도 많은 제약조건이 따르므로, 옛 선비들은 좋은 작품은 차치하고서라도 평범한 작품을 구성하는 능력을 기르는데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형 설지공(螢雪之功)이란 성어의 뜻이 꼭 들어맞는 분야가 바로 한시의 창작일 것이 다. 지성(智性)과 감성(感性)의 응집은 말할 것도 없고, 미풍양속(美風良俗)의 선 양과 때로는 서릿발 같은 선비정신으로 국가의 위난을 노래한 형식이 바로 한시 라는 문학양식이다. 아쉽게도 우리 사천지방은 고대에는 그다지 문화가 융성하거나 뛰어난 문사 가 배출된 지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조선 중기에 들어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처음 이자 마지막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문사 한분이 탄생하셨으니, 이분이 바 로 구암(龜巖, 1512 ~ 1571)선생이다. 벼슬의 고하는 차치하고서라도 문장으로 크나큰 족적을 남긴 분이다. 12살 때 영남지방의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뽑힌 「홍문연도부(鴻門宴圖賦)」는 한국한문문학사에도 길이 남을 명작(名作)이라 할 수 있다. 오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남명(南冥), 퇴계(退溪), 율곡(栗谷) 선생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어도 이분들과 비견될 수 있는 선생의 위업(偉業)이 우리 지 역사회에서 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다행이도 사천향교(泗川鄕校)를 중심으로 뜻있는 지역인사들이 힘을 모아 구암 선생의 업적을 받들고자 구암한시동호회(龜巖漢詩同好會)를 발족했다. 본서는 첫 결과물이다. 비록 내용과 형식에 빈약함을 엿보았더라도 제현(諸賢)들의 너그러 운 이해와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을 빌어주시기를 간청한다. 단순히 구암 선생 선 생의 뜻을 기리고자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태평양을 향해 비상하는 항공 산업과 더불어, 고급문화의 보존과 창달(暢達)이야말로 자랑스러운 사천시 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동시에, 이 지역을 발전시키고 빛내줄 인재의 탄 생에 작은 디딤돌이나마 되고자하는 열망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