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는 ‘전환’이라는 말이 하나의 슬로건처럼 다가오고 있다. 존재론적 전환(ontological turn), 영성적 전환(spiritual turn), 생태적 전환(ecological turn),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전환 마을(transition town) 등등. 단순한 ‘변화’도 아니고 ‘발전’도 아닌 ‘전환’인 것이다. 이 시대가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러한 사실은 ‘전환’이 ‘위기’와 함께 호출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생태적 위기, 근대의 위기, 기후 위기, 감염병 위기, 지방의 위기, 저출산 위기 등등. 울리히 벡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지금 각종 위기에 직면한 “위험사회”(1986년)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가 ‘혁명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21세기는 가히 ‘전환의 시대’이자 ‘위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위험과 인류에게 요청되는 전환은 그 범위가 ‘국가’가 아니라 ‘지구’적 차원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과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그래서 그것은 ‘지구적 전환’과 ‘지구적 위기’라고 명명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구’는 단순히 ‘글로벌(global)’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지구상에 사는 모든 존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글로벌라이제이션’보다는 ‘지구공동체(Earth community)’에 가깝다. 동아시아적 개념으로 말하면 천하(天下)가 아닌 천지(天地)에 해당한다. 그래서 ‘지구적 전환’은 ‘천하국가에서 천지만물로의 전환’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1990년대에 한국 사회를 강타한 두 가지 큰 흐름은 ‘글로벌라이제이션’과 ‘포스트모더니즘’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관점에서 보면, 양자는 모두 ‘지구적 전환’의 일환으로 수렴된다. ‘모더니즘’이 인간과 국가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본 유럽적 근대의 산물이었다고 한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그것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이러한 지구적 차원의 전환과 위기를 한국인의 관점에서 논한 인문서이다. 그런 점에서 ‘지구한국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바라본 지구인문학”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전반부는 이론적 탐구의 시도에 해당하고, 후반부는 실천적 체험의 서술이다. 그리고 맨 앞과 맨 뒤에 각각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붙어 있다.먼저 〈프롤로그〉에서 조성환은, 한나 아렌트의 ‘지구소외’, 울리히 벡의 ‘지구성’(globality), 스테거의 ‘지구화(globalization)’, 그리고 모시는사람들의 『다시개벽』 창간, 원불교사상연구원의 ‘지구인문학’ 연구 등을 소개하면서 ‘근대성에서 지구성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이어서 제1부 〈가치의 전환〉에서는 인류학, 한국철학, 종교학, 그리고 수양학의 차원에서 전환을 논하고 있다. 먼저 에두아르도 콘의 『숲은 생각한다』의 역자로 유명한 인류학자 차은정은 지구적 위기를 치유할 수 있는 인류학적 사고법으로 샤머니즘과 다자연주의를 제안한다. 이어서 「지구인문학의 관점에서 본 한국종교」(『신종교연구』 43)의 공동저자인 조성환과 허남진은 각각 한국학과 종교학 분야에서 지구적 전환의 사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수련을 병행하고 있는 전희식은 ‘영성적 삶’의 체험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있다.제2부 〈주체의 전환〉에서는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여성과 노인 그리고 동물을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 다루고 있다. 먼저 원불교 성직자이자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인 이주연은 에코페미니즘이나 사이보그페미니즘과 같은 최신 페미니즘 이론을 ‘지구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이어서 최근에 1인출판사 을 차린 청년창업자 김유리는 지구적 위기를 맞아서 인류가 청년의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년철학하기』의 저자이자 동아시아실학연구자인 오하시 겐지는 초고령사회 일본의 사회적 문제들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노년기의 특권은 ‘철학하기’에 있다는 신선한 대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의 저자이자 생태지혜연구소협동조합의 이사장인 신승철은 2020년을 ‘동물권운동 개벽의 해’로 선언하면서,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비인간 존재의 권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개벽의 징후’라고 해석하고 있다.제3부 〈사회의 전환〉에서는 대학, 미래재단, 환경연대, 출판사와 같이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소리를 담았다. 먼저 미디어아티스트인 이현진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교육환경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논한다. 이어서 환경부 산하 사단법인 청미래재단의 임진철 이사장은 동서양의 문명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을공화국 지구연방’ 건설을 제창하면서, 전쟁없 는 지구평화가 단순한 이상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의 유정길 소장은 코로나19의 교훈을 상기하면서, 지구적 전환을 위한 사회운동의 방향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제시해 준다. 마지막으로 모시는사람들의 박길수 대표는 1920년의 『개벽』 창간에서 2020년의 『다시개벽』 창간에 이르는 100년의 역사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서 상세하게 고찰한 뒤에, 『다시개벽』 창간의 의의를 지구적 전환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마지막 제4부 〈마을의 전환〉에서는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전환해야 할지를 ‘마을’의 차원에서 논하고 있다. 먼저 ‘즐거운가’의 대표 이윤복은 2000년대 초반, 송파구 문정동에 있었던 비닐하우스촌(일명 ‘개미마을’)의 ‘청개구리들’이 서로 힘을 합하여 어떻게 자신들의 공간을 만들어 갔는지를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이어서 강화도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의 유상용 대표는 자신의 평생의 염원인 이상적인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원’의 모티브로 풀어낸다. 평화어머니회의 상임대표 고은광순은 ‘행복마을만들기’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을마다 자치권을 갖는 ‘마을공화국’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3·1서울민회의 황선진 의장은 “귀본(歸本)·귀공(歸共)·귀농(歸農)”의 삼귀의를 주창하면서, 대동과 민본의 의미를 지구위기시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에필로그〉는 한국외국어대학 철학과의 박치완 교수가 장식하였다. 이 글에서 박치완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는 ‘지구시민’ 차원에서의 ‘공통선’이 요청되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구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지구적 전환』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이 책을 기획한 지구인문학연구소는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산하의 연구소로, 장차 한국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설립되었다. 수운회관 (삼일대로 157) 13층에 위치해 있고, 『지구적 전환』과 거의 동시에 기획되었다. 연구소 명칭은 ‘지구인문학연구소’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지구학-동양학-한국학’의 세 분야를 넘나들며 이를 개벽학의 측면에서도 조명할 계획이다. ‘한국학의 지구화’와 ‘지구학의 한국화’에 관심 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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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4프롤로그: 근대성에서 지구성으로_ 조성환 / 11제1부 가치의 전환 29지구적 치유를 위한 인류학의 사고법_ 차은정 31지구화시대의 한국철학_ 조성환 47지구를 대하는 태도_ 허남진 67지구위기시대의 삶의 영성화_ 전희식 87제2부 주체의 전환 107지구적 페미니즘을 위하여_ 이주연 109청년기에 접어든 인류_ 김유리 133고령자의 삶의 방식과 존재 의의_ 오하시 겐지(大橋健二) 153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시대_ 신승철 181제3부 사회의 전환 195노멀화되어 가는 뉴노멀_ 이현진 197마을공화국에서 지구연방까지_ 임진철 219사회전환운동, 그리고 운동의 전환_ 유정길 239『개벽』에서 『다시개벽』까지 100년의 미래_ 박길수 283제4부 마을의 전환 303사람의 향기가 나는 ‘즐거운가’_ 이윤복 305일상에서 진리를 사는 원(圓)마을_ 유상용 319웃음이 담을 넘다, 생활의 귀환_ 고은광순 335민본과 대동세상으로 가는 큰 사람, 큰 마을, 새 부족_ 황선진 353에필로그: 팬데믹시대의 글로벌 공공선_ 박치완 / 369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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