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은 2016년에 로 선정되면서 이라는 아젠다로 2022년까지 6년간 연구를 수행했다. 그 연구 성과에 따라, 매년 ‘종교와 공공성 총서’ 시리즈로 단행본을 간행해 왔다. 지금까지 『근대한국 개벽종교를 공공하다』(2018)를 비롯하여 『근대한국 개벽사상을 실천하다』(2019),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읽다』(2020), 『근대 한국종교, 세계와 만나다』(2021)를 간행했다. 1단계 3년 동안 근대 한국종교의 공공성을 재구축하는 기초 작업을 수행했다면, 2단계 3년은 한국종교의 공공성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시키고, 이를 토대로 지구적 생태위기 상황에서 한국종교가 추구하는 생명평화사상과 생태공공성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주지하듯이, 서구 근대는 신중심주의에서 인간중심주의로의 전환을 시도한 ‘새로운’ 기획으로 특징지어진다. 그 새로움을 서구에서는 ‘modern’이라고 하였고, 동아시아에서는 그것을 ‘근대’라고 번역하였다. 이 서구 근대 기획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인간 ‘이성’에 대한 강조와 자연과 인간, 자연과 문화를 분리시키는 이분법적인 사유였다. 그로 인해 인간을 제외한 만물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도구적 존재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 결과 문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물음과 함께 지구의 거주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인류세’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인류세는 지금까지 당연시 되었던 사상과 철학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과 사상 운동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에 맞춰 근대 한국종교의 다양한 사상자원을 인류세 철학 내지는 생태사상으로 재해석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과 만물의 조화와 공생을 도모하는 새로운 종교로 탈바꿈[개벽]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현대 한국종교의 ‘생명평화운동’은 개벽사상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이 시대의 개벽운동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서는 ‘평화’라는 말이 하나의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히로시마(廣島)에 세워진 ‘평화의 문(平和の門)’을 비롯해서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평화헌법’을 수호하려는 시민운동, 그리고 학문적으로 평화에 대해 탐구하는 ‘평화학’의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중국학계에서는 ‘생명’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활발하다. 노자의 생명철학, 도교의 생명철학, 왕양명의 생명철학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생명과 평화를 아우른 ‘생명평화’ 담론과 운동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 시작은 1980년대로, 장일순 선생, 김지하 시인을 필두로 한 ‘원주그룹’과 2000년에 불교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생명평화운동이다. 10여 년 뒤에는 그리스도교계에서도 생명평화운동이 전개되었고, 이후로는 한국사회 전반에 ‘생명평화’라는 말이 화두가 되었다. 따라서 생명평화는 근현대 한국종교의 공공성을 드러내는 주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근현대 한국종교의 생태공공성과 지구학적 해석』에서는 본 연구과제의 2단계 2년차 연구 결과를 , , 으로 정리했다. 먼저 에서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의 생명평화 사상과 운동을 살펴본다. 김석근의 「‘생명평화결사’와 『생명평화경』 그리고 ‘생명평화 백대서원 절 명상’ - 불교의 생명평화 사상과 운동」에서는 현대 한국 불교계의 생명평화결사와 『생명평화경』에 초점을 맞추고 불교 교리를 현대적 시각에서 생명평화의 사상으로 다시 읽는 시도를 살펴본다. 허남진은 「통합생태학과 생명평화운동의 접점」에서 통합생태학의 지구적 전개를 추적하기 위해 서구, 남미, 한국에 걸쳐 통합생태학의 흐름과 목적을 고찰한다. 이후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통합생태학과 한국의 생명평화사상의 접점을 밝힌다. 김재명의 「한국개신교의 ‘생명평화’ 운동과 사상 - 한국YMCA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를 중심으로」는 정의·평화·창조보전(JPIC)이라는 공통된 이념에 바탕을 둔 한국 개신교 생명평화운동을 이끌어 온 큰 흐름인 한국YMCA와 기독교환경연대의 운동을 살펴본다. 이어서 에서는 조선시대의 실학, 동학, 원불교의 사상을 지구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그 현대적 의미를 탐색한다. 김봉곤은 「조선후기 실학의 지구학적 해석」에서 18-19세기에 유입된 서양과학의 영향으로 우주와 지구, 재난, 인간관 등이 어떻게 새롭게 모색되었는지 지구학적으로 해석한다. 조성환과 이우진은 「동학사상의 지구민주주의적 해석」에서 김대중의 지구민주주의(global democracy) 사상과 반다나 시바의 지구민주주의(Earth Democracy) 논의에 주목하면서 ‘지구민주주의’ 개념을 중심으로 동학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고찰한다. 구체적으로는 동학이 추구한 생명사상을 ‘토착적 지구성’(Indigenous Globality)으로 자리매김하고, 오늘날의 지구적 위기 시대에 돌아볼 수 있는 한국적 사례로 평가한다. 허남진·조성환은 「원불교 ‘천지론’의 사상적 기원과 지구인문학적 의미」에서 원불교의 천지론의 사상적 기원을 밝히고, 동학과 원불교에 나타난 천지(天地) 사상에 담긴 지구인문학적 의미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개벽사상을 현대적인 ‘지구종교’와 ‘지구윤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사상자원으로 보았다. 마지막으로 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절실히 요청되는 종교생태사상을 모색한다. 이주연·허남진은 「기후위기시대 원불교사상의 생태학적 재해석」에서 생태운동에서의 토착 지식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토착 지식에 바탕을 둔 생태운동을 ‘토착적 생태운동’으로 개념화하고, 한국의 사례로서 원불교사상을 인류세 철학으로 재해석하기를 시도한다. 야규 마코토의 「기후위기시대 모노(モノ)철학의 생태학적 재해석」은 최근 서구에서 활발하게 담론화 되고 있는 신애니미즘에 착안하여, 일본의 모노철학을 생태학적으로 재해석한다. 일본의 모노철학은 사물과 사람과 영성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태학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원영상은 「기후위기시대 원불교의 역할 - 생명·생태·환경 보전의 관점에서」에서 기후문제는 종교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다고 주장하면서,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철학적 사유로서 지구 내 모든 존재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원불교의 사은(四恩) 사상이 원불교 기후·환경 운동의 사상적 근거이자 실천임을 밝혔다. 이 책 『근현대 한국종교의 생태공공성과 지구학적 해석』은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종교적 공공성을 모색하고자 한 연구진들의 학문적 고민과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렇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해 준 연구진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김석근, 원영상, 조성환, 김재명 공동연구원, 김봉곤, 야규 마코토, 허남진 전임연구원 그리고 황명희, 송지용 보조연구원, 김태훈 행정실장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또한 지금까지 함께 연구에 참여하며 그 결과를 실어주신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주연, 공주교육대학교 이우진 교수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동안 총서 발간을 맡아주신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의 박길수 대표를 비롯한 출판사 가족 모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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