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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말을 버린다

이민용 (지은이)

모시는사람들·2023-05-31

  • 399쪽
  • 140×210mm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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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미친 자 널뛰듯 한다는 전래의 말이 생각난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난 80년을 말 그대로 천방지축 널뛰듯 산 느낌이 든다. 백면서생적 학자의 삶을 인생의 목표로 세웠으나 여의치 못했고, 엉뚱하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한국 학자들의 패턴인 외국 유학을 계기로 외국에서 산 것이 아니고 인생 설계가 좌초된 신분의 변화였다. 내 땅에서 진로를 바꾼 것이 아니라 아예 한국을 잊기 위해 떠나 버린 것이다. 이민자들의 사연은 구체적이고 절실하다. 이들의 구구한 변(辯)은 다채로워 이민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천차만별의 사연이 깃들어 있다. 나에게도 이민의 변이 있다. 이민자의 다채로운 사연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말을 생각해 보니 ‘다르다’는 말이 이들이 겪는 공통의 체험이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다름’이란 의식을 지니고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 우선 떠나기 전과는 다른 생활을 선택해야 했기에 직업은 물론 종전의 모든 것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새롭게 처한 일상의 환경은 물론 시시각각으로 달리 느껴지는 나의 의식의 차이를 뼈저리게 각인시키며 살아왔다. 이민자들은 어쩌다 귀국하여 “그곳과는 달라, 뭐 이래, 아직도 똑같아!”라는 말로 시작하여 “한국의 발전은 놀라워,” “그러나 돌아와 살기는 힘들어”라는 세 가지 상반된 말을 쉽게 내뱉곤 한다. 이 모든 언표가 “다름”을 전제로 한 촌평이자 의식의 차이를 전제로 한 발설이다. 나는 이민자로서 “차이”를 느끼고 “다름의 의식”을 지니고 살았다. 물건이 눈앞에 너무 가까우면 잘 보이지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사물이 잘 드러나고 분명해진다. 나는 한국(인)이란 나의 실존, 그리고 문화적 정신적으로 한국과는 너무 친숙하고 가까운 불교학·종교학이란 전문 분야에 몸담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민자란 간격과 거리감은 이런 나의 가까움을 떼어 놓을 수가 있었다. 비로소 나는 사물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거리감을 얻은 셈이다. 이 차이와 다름을 고백한 것이 이 수필집에 실린 글들이라 생각한다. 글 쓸 당시만 해도 미주 이민자의 전달 매체 수준이 요즘만큼 높지 않았다. (요즘에는 IT매체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마감이 임박한 한인회보의 빈칸 메우기나, 약속한 글이 제 시간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에 대필을 하기도 하였다. 소위 즉설적 현장의 촌평이다. 현장 리포트이니 전후 사정을 연결하지 않으면 이해가 힘든 글이 많다. 나 자신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나 자신의 문화적 맥락과 격리된 또 다른 현장에 대한 설명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를 고심했다. V.S. 나이폴에 관한 글이며 자신의 뿌리 뽑힌 정황들, 한국과도 다르고 이주한 땅과도 밀착될 수 없는, 그 어떤 정황과도 비슷하지 않은, 이 모순에 가득 찬 이민 생활 리포트는 그렇게 작성되었다. 다시 때늦게 복귀한 학문의 입지를 설명하려고도 했다. 그래서 내 스승인 이기영 교수가 설립했던 한국불교연구원을 책임지며 과거와는 달리 불교 현장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시도하고 싶었다. 그러나 공연히 말로만 내뱉는 느낌이 들어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의 ‘인언견언’(因言遣言), 말을 발설하지만 없던 일로 해달라고 변명하는 불교 현장 비판의 글을 썼다. 무엇보다도 미주 생활을 하며 기독교 천국인 한인사회에서 불자인 것이 곤혹스러웠고, 오히려 서양 불자 혹은 불교학자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들의 불교 신행 행태는 새롭게 비쳤고 한국 불자/학자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불자상(佛子像)이 될 것 같아 ‘재가 불자’(Lay Buddhist)의 입장에서 종교 논평을 썼다. 불교를 달리 접근하고 싶어 소개한 글이다. 새로운 서양 불교에 대한 관찰기인 셈이다. 그렇지만 애매하게 ‘거리를 둔 관찰자’의 주장으로 그치고 말았다. 아마 그것이 종교학적 입장에서 서술된 불교론이 될는지는 모를 일이다. 종교학적 관점이란 고유한 영역의 설정이기보다 “종교학자의 상상에서 창안되는 창안물”(조너선 스미스)임을 공감하며 나는 종교학과 불교학을 함께 추구했다. 그리고 미주 생활과 학문적 추구를 병행한 내 입지를 친구들에게 이렇게 농담했는데, 그것이 결국 나에 대한 적확한 매김이 되고 말았다. “내 인생을 금강경(金剛經)을 천착하는 것으로 보내려 했으나 결국 금강석(金剛石) 다루는 일로 끝마치게 됐다. (I tried to study the Diamondsutra for my profession but I am ended up to deal with the diamond itself.)”라는 말이다. 아직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과 학문적 태도를 견지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모두(冒頭)에서 말한 “미친 자 널뛰듯 한다”는 표현밖에는 요약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요즘 유행어처럼 되어있는 “찾아 헤매는 사람, Seeker(추구자)”라는 말이 합당할지도 모르겠다. 이 일기체의 글을 읽으며 독자들이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나로서는 더없는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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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4 1부 회상 재수하는 학문과 삶 13 나의 학문, 나의 부러진 인생 55 떠도는 삶들을 생각한다 62 2부 불교 리뷰 69 불교는 배반했는가? 71 불교는 종교이어야만 하는가? 76 종교가 담기는 그릇 79 달마가 서쪽에서 온 또 다른 까닭 82 종교가 문제다 85 한국의 불교는 지금 어디 있는가? 88 어떤 티베트를 말하고 있는가? 91 수입 불교, 수출 불교, 수하물 불교 95 한국 불교의 성공적 수출을 위한 조언 107 한국 불교의 국제회의 울렁증 110 스님과 절만이 불교는 아니다 113 원효에 대한 금기 116 기상의 질문과 천외의 답변 123 불교계의 인기 스타 154 조사(弔辭) 160 3부 단상 가짜 종교, 가짜 불교, 가짜 기독교 169 코로나 질병에 대한 잔상 174 요주의! 신비주의 178 말을 함으로 말을 버린다 181 시작을 다시 생각한다 185 미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 190 새해 원단에 우리의 현실과 함석헌 선생을 생각한다 193 간디 다시 읽기 202 창(唱)과 무가가 어우러져 한판 206 둔황, 환상을 여행하다 212 4부 이민자의 눈으로 본 세상 만학의 왕, 만학의 졸 255 1불짜리 한국 259 말의 반란 265 보스턴의 삼각지 268 조감도 271 해외 독립선언 275 펜은 칼보다 무섭다 279 장사의 해석학 283 젊은 늙은이 286 신호등과 기계격 290 부고란 293 대통령 접견기 297 어떤 은퇴 301 상처받은 치료인, 보살 304 옥타비오 파즈와 인도 대사 308 졸업식과 명연설 311 Wrong Time at Wrong Place 314 워렌 비티의 정치 317 불온서적과 자유를 달라 321 비폭력과 핵무장 324 조깅 만세 329 동양의 건축 333 극서 지향론 336 염색된 국토 339 그 집 앞 342 우물가 346 침묵의 소리 348 Where am I? 351 ‘KOREANNESS’ 1 354 ‘KOREANNESS’ 2 358 1회 거른 변명 362 사인방과 ‘떠들기’ 365 나의 어머니와 페미니즘 369 감자 바위 373 시대정신 376 메아 쿨파 / 투아 쿨파 379 헌 천 년, 새 천 년 382 호모 하이어라키쿠스 385 한국 방문기 388 잔디 깎기 392 후기 395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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