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최근 돌봄은 탈성장 전환사회의 마중물로 간주되거나, 거대한 기후위기에 대한 적응과 대응의 방법이거나, 정동을 순환시켜 커뮤니티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활동으로 간주된다. 이렇듯 우리 삶의 주변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돌봄이 순환하고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돌봄부자도 있고, 돌봄의 소외에 직면한 사회적 약자나 시민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돌봄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다. 절대돌봄(유년기) - 자기돌봄(청년기) - 서로돌봄(커플기) - 배치돌봄(장년기) - 절대돌봄(노년기)의 돌봄의 이야기 구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또 다른 궤적을 시간의 수평선 위로 그려낸다. 그러나 그러한 돌봄 이야기는 너무도 인간 존재에 밀착해 있기에 오히려 소홀히 취급되기 쉽고, 공간적으로는 원점 회귀적이어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만 같고, 시각적으로는 비가시적이기 때문에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을 투명인간으로 간주하기 일쑤이다. 그런 굴절되고 왜곡된 인식의 지평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돌봄의 역할과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전통 사회에서 대가족이나 마을 공동체에 분산되었던 돌봄노동이 현대의 핵가족 내지 1인 가구 중심 사회, 게다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첨예한 어젠다로 등장하고 있다. 각각의 2~3인 단위의 돌봄모듈을 형성하고 이것이 벌집구조 유형의 연합과 연결 접속을 거쳐 커뮤니티 돌봄으로 향하게 되는 바를 잘 생각해 보면, 아이, 동물, 노인, 장애인, 소수자들의 자존감과 존재력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돌봄의 사회화가 숨어 있다. 한편, 돌봄은 사회역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각각의 사건에 대해 사회화학적인 협동과 연대를 통해서 기민하게 대응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명의 지속가능성과 대안사회의 구성적인 실천이 바로 돌봄이라는 것에 반론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2020년부터 3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고, 전염병에 의한 위기는 ‘물리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사회역학적인 변화를 만들었는데, 마치 사회화학적인 방법론의 일종인 양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불리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돌봄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대하였지만, 공급망적 관점에서 그것을 수행할 만한 돌봄수행자들의 부족과 공백은 거대한 블랙홀과도 같았다. 팬데믹 시대에 돌봄모듈에서의 강렬한 상호작용(Feedback)이, 돌봄의 사회적인 흐름(Flux)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 급부상되었다. 사랑노동으로서 취약성을 띠거나 동일시·상호의존의 형태에 의존하며, 연대노동으로서 자신과 거리가 먼 곳의 존재에 대해 환대하고 환영하는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돌봄은 우애노동으로서 힘 조절·거리조절·초점조절 등을 통해서 향토성과 토착성, 뿌리내림의 장소성을 넘어선 시민성과 사회성으로 이르는 돌봄의 관계망 형태로 급격히 전환하였다. 어려운 시절을 견디게 하는 것은 친구와 이웃, 가족들과의 거리조절을 통한, 가깝지도 않은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은 돌봄의 사회화의 필요성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이는 현존 문명과 체제가 돌봄의 시장화와 화폐화를 통해서만 돌봄의 사회화를 대체하려고 하는 얄팍하고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방식에 전면적으로 저항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책은 벌집 유형, 모자이크 유형, 스펙트럼 유형이라는 삼차원의 구조를 넘어선 동적 편성 배치에 따라, 개인의 돌봄이 지속가능하게 되는 원천으로서의 활력과 생명에너지로서의 정동(affect)의 흐름, 상호작용, 관계망 등의 새로운 삼차원의 구도를 통해서 돌봄의 작동 방식을 그려낸다. 『돌봄의 인문학 -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의 저자들은 사실은 일면식도 없이도 금방 친해져서 조언하기도 하고, 활력 있게 대화하기도 하고, 함께 웃고 기뻐하면서 정동의 생명력으로 판짜기를 했다. 이를 통해 돌봄을 둘러싼 사회구조, 연령, 젠더, 노동, 가족, 공동체, 지역 등과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하나씩 색깔로 아로새겨지는 사건들을 포착하여 결국 9개의 주제를 통해서 ‘돌봄의 미학화와 사회화의 원천인 정동’을 논의하였다. 돌봄에 연관된 키워드는 다양하지만, 기득권이 없기 때문에 포기자로 살 수밖에 없음에도 자기돌봄을 수행하는 청년을 필두로,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라고 주장하는 영 케어러 청년, 젠더 불평등의 상황에 도전하는 여성, 이제 막 생성된 교차성 돌봄의 주체성이 될 새로운 세대의 남성들, 벌집 유형의 돌봄의 조직화 양식을 통해 커뮤니티 돌봄으로 다중스케일 분석에 나선 연구자들로 이루어졌는데, 서로가 이질적이면서도 낯설었지만 빈틈이나 사이가 생겨 아이디어나 상상력의 창발, 도전적인 사고실험이 가능해졌다. ‘사건, 제도, 관계, 세대, 젠더, 가치, 친구, 지역사회’ 등의 키워드는 하나의 분별과 식별을 만드는 카드놀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고, 이 개념들이 비스듬히 기대어 사람 인(人) 자처럼 상호연결된 돌봄의 관계망을 지도처럼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연결 관계를 방치하면서도 사람들의 호응과 호기심이 인력(引力)이 되어 자신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원자화된 개인들의 디바이스를 이용한 네트워크를 벗어나, 관계가 갖는 여러 의미, 여러 모델, 여러 가치 등을 횡단하면서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으로서의 돌봄을 수행하는 사회혁신가적인 마인드로의 이행을 위해 서로돌봄의 판을 구성했다. 이 또한 대부분 활력과 생명에너지로서의 정동이 일으키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응집된 사건으로서의 돌봄의 현장 이야기들과 기록들을 공생공락(共生共樂)으로 이행시키기 위한 사회혁신가적인 마인드의 산물이었다. 특히 저자들은 돌봄이라는 사건과 마주친 주체성들의 정동 ‘하기’와 정동 ‘되기’의 과정을 기록하고 연구하고 분석하였다. 절대돌봄이 필요한 유년기·노년기의 돌봄에서부터 자기돌봄으로서의 청년기, 서로돌봄으로서의 커플 시기, 배치돌봄으로서의 중장년기까지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폭넓지만, 동시에 돌봄 자체의 풍부한 이야기 구조를 생활 속에서 재발견하기 때문에, 돌봄의 비중과 의미는 크고도 깊다. 결국 『돌봄의 인문학 -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에서는 다양한 관점으로, 우리의 신체에 아로새겨진 돌봄의 기억, 사건, 행위 등을 기록으로 담아내고자 했으며, 또한 이 사회의 청년들의 눈에 비친 돌봄의 이야기를 재발명하고 재발견하였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의 조합원활동가들이며, 연구자들이다. 생태적지혜연구소는 탈성장이라는 슬로건을 활동과 연구의 가장 굵은 뿌리-줄기로 삼고 있다. 탈성장은 GDP(국내총생산) 규모의 감소나 부족, 결핍, 의기소침을 유발하는 수축경제를 의미하는 양적인 역성장으로의 전락이 아니어야 한다. 오히려 탈성장은 행복에 이르는 길, 평등과 정의에 이르는 길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대안사회를 만들 것인가는 여전히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특히 역성장과 달리 수축 부분을 보완하고, 돌봄의 화폐화와 커먼즈경제라는, GDP로 산출되지 않는 두 가지 축의 대안 운동의 주춧돌이 세워질 때 탈성장은 더욱 만발한 꽃이 되어 세상을 감쌀 것이다. 우리는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생태경제, 주류경제학의 생태주의에 대한 수용, 탈성장 전환사회의 이행기의 전략, 대안사회의 이야기 구조 등에 주목하는 연구소이다. 특히 생태적지혜연구소는 일관되게 활력과 생명력으로서의 정동(affect)의 흐름, 상호작용, 순환, 배치 등이 돌봄을 통해 미학화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돌봄 속에서 정동하기/정동되기는 수동과 능동이 아니라, 정동이라는 활력과 상호작용하면서 정동적 평등으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 과정에 대한 모색과 탐색의 결과 중 하나가 이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돌봄의 인문학 - 돌봄에 관한 9가지 정동적 시선』은 여러 개념들을 특이점으로 하여 돌봄에 대한 풍부한 인문학적 설명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사건, 제도, 관계에서의 돌봄’으로 자기돌봄, 노동돌봄, 관계로서의 돌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1장은 사건으로서의 돌봄으로 ‘나’와 ‘나’ 사이에 일어나는 자기돌봄을 살펴보았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청년들이 자기돌봄을 어떻게 인식하고 수행하는지, 인터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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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5 1부 사건, 제도, 관계에서의 돌봄 사건으로서의 돌봄─포기의 가치를 계산하기 _이준용 21 포기의 스펙트럼과 돌봄의 스케일 22 생존주의적 포기자 A 25 달관한 포기자 B 32 출가한 포기자 C 41 연구하는 포기자 D의 결론 47 제도로서의 돌봄─노동과 돌봄 사이에 던지는 질문들 _조기현 51 노동사회에서 초로기 치매 당사자의 경험 55 돌봄노동과 정동적 평등 60 일할 수 없는 몸과 일할 수 있는 몸 65 노동할 권리와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 71 참여소득과 일자리보장제 74 질병권과 아픈 몸 노동권 80 돌봄-노동에서 노동-돌봄으로 85 관계로서의 돌봄─자기돌봄과 서로돌봄의 관계 _신승철 91 돌봄모듈과 탈성장 전환사회 92 관계의 시공간 축으로 본 돌봄 94 관계의 배치로 본 돌봄 98 관계의 체계로 본 돌봄 112 정동적 평등을 위하여 118 2부 세대, 젠더, 가치에서의 돌봄 세대로서의 돌봄─영 케어러의 돌봄과 통계적 접근 _조명아 125 통계로 본 한국의 돌봄 상황 126 청년에서 돌봄자로 136 한국사회의 청년: 청년담론부터 청년돌봄까지 143 영 케어러의 돌봄 147 영 케어러, 청년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152 젠더로서의 돌봄─젠더 불평등과 교차성 돌봄에서의 쟁점들 _조명아 155 누가 돌봄을 수행하는가 156 돌봄의 여성화: 왜 돌봄은 여성이 하게 되었을까 165 돌봄의 교차성 168 돌봄 문제의 새로운 국면을 향하여 180 가치로서의 돌봄─자본주의 가치 법칙으로부터 돌봄 해방시키기 _김미정 183 오늘날 ‘돌봄’의 자리 184 우리의 내밀한 감각 속 돌봄×노동 187 돌봄이 노동이 되기까지 191 3부 지역과 가정, 커먼즈에서의 돌봄 지역과 돌봄─지역과 돌봄 생활 _이무열 213 근대 산업사회 돌봄과 지역 돌봄 생활의 차이 216 호혜적 돌봄의 장(場)이 되는 지역 219 위기 상황에 다시 주목받는 돌봄 221 돌봄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회복 방향 222 돌봄의 특징과 지역에서 돌봄이 작동하는 힘 226 지역 안에서의 관계 돌봄과 포괄적 돌봄 228 커먼즈와 돌봄─생태 위기와 돌봄의 조건 _권범철 233 일을 강제하는 사회 238 돌봄을 전유하는 사회 247 돌봄의 재구성 252 재난 행동주의를 위해 258 가정과 돌봄─아버지를 돌보는 청년의 기록 _전형민 263 예고된 가족돌봄청년, 한부모가족 264 아픈 가족을 돌본다는 것 269 돌봄과 노동의 커리어 277 돌봄과 노동의 위기1 279 돌봄과 노동의 위기2 285 돌봄과 애도 연습 292 위험과 절망 곁에서 서로를 책임지는 돌봄 296 도움받은 책 304 찾아보기 314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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