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에게 중동은 대개 석유를 수입해 오는 지역이나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 달러를 벌어 들여온 열사의 땅으로 인식되어왔다. 물론 기독교인들에게 예수가 탄생한 이스라엘과 그의 제자들이 전도여행을 다닌 이스라엘 안팎의 순례지역은 특별한 경외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지역 정착 및 건국을 계기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의 고질적 분쟁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미흡해 보인다. 연구의 배경과 목적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테러 공격을 했을 때 한국 언론은 국제사회와 함께 일제히 하마스를 규탄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정당한 목적이라고 해도 그것을 위해 폭력을 써서 민간인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07년 6월 선거로 집권한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통치해 왔지만, 무장노선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추구해 온 급진 정치세력이다. 한국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그 일환으로 중동지역의 평화를 기원한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역사 이해는 필수적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고 그 자리에서 이스라엘을 건국하고 그 직후부터 계속되어 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차별 및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노력에 대한 억압, 그로 인한 이-팔 분쟁의 역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이해를 위해서도 전제할 바이다. 10‧7 테러가 전후 맥락 없이 비이성적인 급진단체가 자행한 우발적 정치폭력이라고만 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러나 10‧7 테러와 그 이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해 한국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이해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보수 언론의 경우 주로 군사기술적 차원에서 전쟁의 양상과 한국의 국익에 주목하고, 진보 언론은 인도주의적 참상에만 주목하는 식으로 이해의 편파성을 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서는 북한의 개입과 한국 방위산업이 얻을 이익에 대한 기대 등으로 많은 언론이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에 비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상대적으로 한국의 ‘국가이익’에 이해관계가 크지 않은 분쟁으로 치부되는 듯하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과 러시아가 중동에 높은 지정학적이고 지경학적인 이해를 투사하는 것과는 크게 달라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면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를 표방하였지만, 중동에 대해서는 원유 보급지역 이상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한국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향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지만, 한국의 제일 동맹국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함으로써 그런 입장은 무색해졌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까지 이스라엘의 주권 운운하면서 가자 지구 공격에 쓰이는 무기를 대량 지원하였다. 뒤이은 트럼프 정부 역시 큰 차이가 없다. 휴전 합의의 이행을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려는 기회로 보려는 움직임이 차이라면 차이다. 국내 시민사회에서는 진보‧보수 진영을 막론하고 이 전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족하였다. 친미‧반북 성향의 보수 집회에 태극기, 성조기와 함께 이스라엘 국기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국내정치적 이슈를 중심으로 벌인 집회의 맥락상 이스라엘의 관련성은 크지 않아 의아해 보였다. 그러나 보수집회에 극우 성향의 교회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미국-이스라엘의 동질성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성경에서의 이스라엘과 전쟁범죄 의혹을 사는 작금의 이스라엘을 왜 구분하지 못하는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에 비해 진보 성향의 집회는 소수의 평화운동 단체가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공격을 비난하는 경우로, 가끔 열렸다. 말하자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 그 연장선상에서 2년차에 들어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참상에 대한 균형적인 여론 형성과 학제간 연구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10‧7 테러 이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관해 국내 작가들이 출간한 단행본은 두 권이 확인되었다. 김종철 감독이 저술한 『10월 7일, 가자 전쟁의 본질과 진실』은 저자의 수많은 현지 취재 경험을 배경으로 이 전쟁을 균형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급하게 쓴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다른 하나 조다윗이 쓴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본 중동 극단주의 흐름』은 제목에서 보듯이 하마스 등 이슬람 세력의 테러리즘에 집중하고 있어 이 책의 문제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은 10‧7 테러를 계기로 전개되어 온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이해한다는 취지를 갖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참여한 학제간 연구의 결과이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필자는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을 만나 구체적인 연구 범위와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다. 목차와 아래에 있는 ‘책의 구성’에서 보듯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실태와 영향은 물론, 그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관계에 관해 정치, 역사, 종교, 국제법, 협상, 교육, 젠더, 생태, 인공지능, 남‧북한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해당 전문가들이 집필에 참여하였다. 이 책은 국제분쟁에 관한 기존의 주류 시각, 즉 국가 중심의 국제관계 논의와 안보 중심의 담론을 넘어 생명, 인권, 평화 등 보편주의적 시각과 젠더, 생태, 현지 주민 등 아래로부터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적인 접근과 학제간 연구는 국제분쟁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인간안보 이슈를 충분히 담아내고 대안을 풍부하게 모색하는 데 유용하다. 이 연구가 한반도 안팎의 평화‧분쟁 이슈를 좀 더 다양하고 실효성 높게 접근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어렵게 만들어낸 지난 1‧15 휴전 합의의 1단계가 지나가고 있지만, 3단계까지 합의 이행을 완료하고 평화 정착으로 가기는 낙관하기 어렵다. 휴전 발효(1.19) 이틀 후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의 범위 밖에 있는 서안지구 공습을 전개하였고, 트럼프 미 행정부는 네타냐후 정부를 전폭 지지하며 가자 지구에 대한 일방적 개발 구상을 밝혔다. 그런 현실 앞에서 이 연구 결과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은커녕 평화구축의 일보를 내딛는 데 일조할지도 의문이다. 연구진은 물론 중동의 평화를 기원하는 모든 이들의 관심과 연구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은 여는말과 맺음말이 있고, 그 사이에 본문을 3개 부(部)로 구성하였고 말미에 부록을 첨부하였다. 본문에서는 열한 가지 주제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배경과 실태, 그 영향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제1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배경과 전쟁이 낳은 복합폭력을 다룬다. 이를 통해 전쟁의 직간접적인 실상과 영향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먼저 1장은 팔레스타인 현지 평화운동가의 글이다. 이 글은 이 책 전체를 대변하는 논조와 범위를 담고 있으면서 이스라엘 및 세계와 소통하는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적 공존을 위해 오랫동안 일해온 필자는 10·7 하마스 테러 이후 가자 및 서안 지구에서 발생한 비인도적 참상에 대해 설명하고, 이러한 참상이 발생한 역사적 연원과 관련 국제정치 현실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전쟁의 반인도주의적 현실을 이해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미래를 전망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2장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복합적 원인을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대안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디아스포라 이후 유대인의 긴 역사를 이-팔 전쟁의 원인(遠因)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비교적 가까운 원인으로서 시온주의자들이 주도한 팔레스타인으로의 이주, 이스라엘의 건국, 그리고 가자의 게토화를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이 두 원인을 관통하는 ‘시온주의’의 개념과 그 현실화 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3장은 젠더폭력의 관점에서 전쟁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여성, 남성, 성소수자와 같이 젠더와 관련된 이유로 가해지는 다양한 종류의 폭력을 다룬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맥락에서 여성과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폭력의 연속이라는 관점을 토대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여성폭력과 전쟁 발발 이전…
목차펼치기접기
여는말 _연구의 배경과 책의 구성 / 서보혁 · 허지영 5 감사의 글 14 제1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낳은 복합폭력 제1장 가자·서안에서의 인도주의적 재앙 23 Ⅰ. 가자와 서안 지구의 참상 24 Ⅱ.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배경과 근본 원인 31 Ⅲ. 가자 지구의 진행형 역사 36 Ⅳ.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과 정착민 식민주의 37 Ⅴ. 국제사회의 이중 잣대와 책임 40 제2장 시온주의, 신화적 정체성, 그리고 가자의 게토화 43 I. 전쟁의 원인, 그 오랜 이야기 44 II. 유대인의 ‘디아스포라’에서 ‘유대인 해방’까지 45 III. 시온주의의 출현과 전개 48 IV. 종교적 제국주의 운동과 아랍민족주의 52 V. 유대 민족의식의 재구성과 이스라엘의 건국 58 VI. 가장 거대한 감옥이 되다, 가자의 게토화 64 VII. 느슨한 국가연합은 가능할까, 하마스의 출현과 팔레스타인의 미래 66 제3장 젠더폭력의 관점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해하기 69 Ⅰ. 여성폭력, 오래됐지만 여전한 폭력 70 Ⅱ. ‘살아 움직이는’ 여성폭력 72 Ⅲ. 여성폭력의 해소 81 Ⅳ. 처벌을 넘어 폭력의 단절을 향해 87 제4장 가자에서의 생태폭력 89 I. 전쟁과 생태폭력 90 II. 가자 생태계 역사와 전쟁의 피해 93 III.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생태폭력 100 IV. 생태폭력의 양상들 103 V. 민주평화를 넘어 생명평화로 110 제5장 전쟁의 참상과 인공지능 113 Ⅰ. 들어가며: 첨단 기술의 실험실이 된 팔레스타인 114 Ⅱ. AI 기반 무기체계란 무엇인가? 116 Ⅲ. AI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119 Ⅳ. 군사용 AI의 복합 영향 123 Ⅴ. 상황을 악화시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밀월 관계 128 Ⅵ. 나가며: AI 워싱, 그리고 요원한 AI 윤리 확립 130 제2부 평화로 가는 험난한 길 제6장 가자 제노사이드에 대한 국제사법기구와 한국 평화운동의 대응 137 I. 학살을 재판한다는 것 138 Ⅱ. 국제사법재판소, 학살을 멈추라고 명령하다 139 Ⅲ. 국제형사재판소, 전쟁범죄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다 147 Ⅳ. 한국 시민운동, 이스라엘 전범을 고발하다 153 Ⅴ. 국제재판소는 학살을 막고, 처벌할 수 있는가 161 제7장 제3자 개입과 ‘중개’ 163 Ⅰ. 전쟁의 끝, 휴전과 종전 164 Ⅱ.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 166 Ⅲ. 이스라엘-하마스 사이의 제3자 172 Ⅳ. 가자의 중개자: 이집트·카타르·미국 177 Ⅴ. 전쟁 종식으로의 타임라인 179 Ⅵ. 가자 평화와 중개 187 제8장 전쟁의 수렁에 평화를 일구는 종교 간 대화 189 Ⅰ. 종교 간 대화, 평화에 이르는 길 190 Ⅱ. 종교 간 대화의 의미와 국내외의 주요 사례 192 Ⅲ.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의 종교 간 대화, 그 가능성과 한계 201 Ⅳ. 평화를 위한 종교 간 대화, 우리 모두의 사명 208 제9장 절멸의 정치 211 Ⅰ. 대(對)팔레스타인 식민주의 지배 전략을 수행하는 국가, 이스라엘 212 Ⅱ. 국가로서의 이스라엘 215 Ⅲ. 이스라엘 국가폭력의 네 층위 217 Ⅳ.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 227 Ⅴ. 나가는 말: 평화 연대와 정치의 중요성 230 제3부 한반도에서 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제10장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여론 235 Ⅰ. 한국 사회의 여론은 어떨까? 236 Ⅱ. 《조선일보》의 논조 239 Ⅲ. 《한겨레》의 논조 245 Ⅳ. 두 신문의 논조 비교와 평가 254 제11장 북한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인식과 한반도 함의 257 Ⅰ. 북한의 입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258 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북한이 바라본 국제 정세는? 260 Ⅲ. 한반도는 괜찮을까 277 맺음말 _약자를 편들며 입체적으로 분석하다 / 이찬수 281 부록 289 1.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2024.06.10) 2. 유엔 총회 결의(2024.09.18) 3.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체결된 인질-휴전 합의(2025.01.15) 4.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주요 일지 참고문헌 294 집필진 소개 308 찾아보기 311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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