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작가의 말 소중한 인연으로 닿은 벗님들께 누군가 제게 왜 소설을 쓰냐고 묻는다면, 저는 대답 대신 제 시작의 원점(原點)을 가만히 반추해 볼 것 같습니다. 그것은 “너는 왜 태어났니?”라는 물음만큼이나 명쾌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 물음 앞에 서면 저는 늘 ‘인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씨앗(因)과 햇빛, 물, 흙(緣)이 만나 기어이 꽃을 피워내듯, 수많은 원인과 조건이 모여 비로소 하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경이로운 일. 제가 글을 쓰게 된 것도, 그리고 이 글이 당신의 손에 닿게 된 것도 모두 그런 귀한 인연이라 믿습니다. 제가 생애 처음으로 쓴 글은 편지였습니다.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6월, 중학교 2학년이던 저는 선생님의 권유로 월남전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던 군인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출석부 명단으로 받은 친구 이름들, 무려 예순 통의 편지. 저는 친구들의 이름을 빌려 한 달에 한 번씩 정성스레 편지를 띄웠습니다. “국군 아저씨께.” 그렇게 시작된 편지에는 아카시아 꽃향기와 교실 창가의 평화로운 풍경이 담겼고, 어린 마음으로는 다 이해할 수 없었던 전쟁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도 스며 있었을 것입니다. 다정하게 답장을 보내온 이도 있었고, 끝내 아무런 기척이 없던 이도 있었습니다. 그중 누군가는 저 먼 타국의 밤하늘에서 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저는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자랐습니다. 그 뒤로 글을 쓸 때마다 제 펜 끝의 출발점은 늘 ‘왜’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왜 우리는 만났고, 왜 사랑했으며, 왜 떠나야 했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온전히 행복하지 못한지. 그 끈질긴 질문들이 인물을 빚어냈고 이야기를 직조해 냈습니다. 이 책에 묶인 단편들 또한 제가 통과해 온 그 ‘왜’의 시간들이 남긴 무늬입니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느끼던 투박한 따스함, 민달팽이처럼 느릿하게 생을 견디던 이들의 발자취, 떠나간 이들에 대한 저릿한 그리움과 염원. 제 글은 결코 완전하지도, 매끈하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들쭉날쭉하고 모난 구석이 그대로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멈추지 않고 흘러온 순간들의 정직한 기록이며, 절대 잊지 않으려 애썼던 마음의 지극한 흔적입니다. 이 글들이 처음의 바람처럼 누군가에게 닿아 작은 숨구멍이 되고, 나직한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 위로를 기꺼이 사랑으로 받아 주실 벗이 있다면 더없이 감사하겠지요. 사랑합니다. 그 깊은 마음을 담아, 인연의 벗님들께 이 글을 드립니다. 2026년 봄, 안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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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작가의 말 런던의 두 퀸 친구 밥상 쉿, 비밀이야 워리 비 해피 손의 기억 아스팔트 위의 민달팽이 그들의 이소(離巢) 무대가 열리고 불이 들어오면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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