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호들갑 떨 것 하나 없다. 내 이름 석자가 뭐라고” 1세대 신여성이자 당대 스캔들 메이커 '김일엽' 아들을 사칭하고, 버젓이 가짜 자서전이 날개 돋힌 듯 팔렸다. 세간의 소문과 가십이 난무했다. 제자들은 억울하고 안타까워 손이 떨렸다. 스님은 한치의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었다. ----- 당대 김일엽은 누구인가 1896년생. 1세대 신여성이자 문인, 동아일보 최초 여성 기자, 최초 여성잡지 창간, 그리고 자유연애, 당대 스캔들 메이커 ‘김일엽’ 1920년대 당시 이슈 메이커이자 셀럽으로 주목받던 38년 김일엽 인생에서 불교계로 전향한다. ------- 누가 김일엽을 ‘스캔들 메이커’로 만들었나 일엽스님의 친모 이마대 여사는 외동딸 김원주를 고분고분한 여자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자라고 종노릇만 하란 법이 있소.” 고분고분하게 키우라는 친척들에게 항변했다. 호락호락한 길은 아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김원주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차별에 의구심을 품는 것은 당연했다. 여느 여성보다 학문의 기회가 주어졌고 유학길에 올라 성과를 이뤘다. 주장과 생각을 피력할 글쓰기 실력도 남달랐다. 일엽 김원주는 문인으로, 여성해방운동가로 사회에서 명성을 쌓아갔다. 창간, ‘신여성 1세대’라는 ‘걸출한 여걸’로 사회적 이슈를 주도했고, 때론 자유연애주의를 몸소 실천하며 염문을 뿌렸다. -------- 시대 여성상의 선구적 모델 김일엽, 돌연 출가 선구자로서 찬사도 있었지만 가십과 루머의 주인공으로 편견과 선입견의 시선에 비난과 모멸을 동시에 받았다. 이혼녀와 폐간, 스캔들로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갖은 소문이 떠돌았다. 그랬던 김일엽은 돌연 불교계로 전향했다. 재혼과 이혼 끝에 출가한다. 김일엽에서 일엽스님으로, 인생의 변곡점을 만든 이들이 있었다. 불교 입문으로 이끌었던 스승이자 연인 백성욱 박사, 출가 결심과 ‘백련도엽비구니’로 이끈 스승 만공스님, 그리고 스승 일엽스님을 도와 문중을 일구고, 세상에 베스트셀러 역작을 내보낸 제자들. ------------------------ 스승 만공스님, 14년의 절필에서 백련도엽(白蓮道葉)으로 스승의 당부가 담긴 게송에는 “일엽이 백련처럼 성품이 바뀐 후에 세상에 나서라.” 그리고 14년의 절필. 스승 만공스님은 일엽스님에게 절필을 권한다. “그대는 세속에서 여류 시인이라는 말을 들었다는데 지금까지 쓰던 시는 새 울음소리이고 사람의 시는 사람이 되어 쓰는 것이다. 그래도 시를 쓰면서 문학적 수양을 하게 될 것이다. 그 방면의 연습을 다생에 거쳐 했을 터이니 그 업을 녹이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글 쓸 생각, 글 볼 생각을 아주 단념할 수가 있겠는가? 그릇에 다른 것이 담겼으면 정작 담아야 할 것을 담을 수 없지 않는가?” 일엽스님은 유일한 직책이었던 견성암에서 입승직을 한다. 비구니 스님들 사이에서 사회에서 명성을 쌓고, 결혼했던 일엽스님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일엽스님은 참고 견디는 인욕 수행으로 여기며 태연하게 시선을 받아냈다. 출가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오히려 수행의 동력으로 삼았다.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스님의 이름이 ‘입승스님’인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 “자유연애, 수덕사의 여승, 아들 …” 제자들은 왜 침묵을 택했나 생전에도 스님의 가짜 자서전이 버젓이 서점에서 인기를 끌었고, 스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온갖 소문들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스님은 맞서지 않고, 다투지 않고, 해명하지도 않으셨다. "일엽스님과 함께 글을 정리하며 출간을 도왔던 월송스님은 원고를 다듬으며 책을 만드는 내내 이를 염려했다. 정작 일엽스님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일엽스님이 에서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은 이유는 감정의 희노애락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내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사랑 이야기는 방편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리는 것이 본론인 셈이었다." --------------- ‘이제야 인정하네’ 가 출간된 후, 일엽스님을 만나기 위해 수덕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마치 물길처럼 이어지기 시작했다. 30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단 하나, 김일엽의 연애사였다. 월송스님은 이 시절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일엽 노스님을 뵙기 위해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람들이 궁금한 건 다른 게 아니야. 춘원 이광수하고 연애하다가 실연해서 입산했는지, 그게 궁금해서 그저 호기심으로 오는 거야. 법문을 들으러 오는 것도 아니야. 몇 날 며칠, 몇 달을 계속해서 사람들이 똑같은 질문을 하니까 우리 스님이 지겹고 귀찮아서 그냥, 그렇다고 했대. 그랬더니 내려가면서 대단한 것이라도 알아낸 양 의기양양하게 그러더래. ‘이제야 인정하네’ -------------- “호들갑 떨 것 하나 없다” 과 가 출간된 후, 아들을 사칭해 책을 팔고, 가짜 자서전이 불티나게 팔렸다. 스님의 이름을 거짓으로 파는 이들에 제자들은 스승 일엽스님의 명성에 흠집과 얼룩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화를 참을 수가 없어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렸지만 일엽스님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노스님 큰일 났어요! 웬 남자가 노스님을 빙자하고 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자기가 스님의 사생아라고 하며 책을 팔고 다닙니다. 이 노릇을 어쩌면 좋아요.” “이것 좀 보세요! 제대로 된 책도 아니에요. 게다가 들고나온 건 이미 덤핑된 책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노스님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는 이가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울함을 견딜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 손상좌들을 본 일엽스님은 말했다. “호들갑 떨 것 하나 없다.” 스님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저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정진스님과 월송스님은 눈물 젖은 얼굴로 스님을 보았다. 이렇게 큰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호들갑 떨 것 없다니 무슨 말씀이실까. “김일엽이라는 이름 석 자가 뭐라고? 그 이름이 대체 뭐길래? 그 이름 가치가 얼마나 된다더냐? 나를 빙자하여 한 사람이 이 힘든 생을 버티고 한 남자가 장사하고 돈을 벌어 그걸로 생활을 할 수 있으면 내가 한 사람을 구제한 것이 아니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남자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려고 자신이 일엽스님의 아들이자 사생아라며 스님의 이름을 팔고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데, 스님은 그가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을 하게 되면 한 사람을 구제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없는 말을 지어내고, 새빨간 거짓말을 만들어, 소문을 부채질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을 넘어 연민과 자비의 마음으로 오히려 그들을 살피는 일엽스님을 정진스님과 월송스님은 이해할 수 없었다. --------------- 소문은 여전히 떠돈다 일엽스님이 입적하신지 반세기가 지났다. 여전히 스님의 소문은 전설처럼 구전되고 있다. 작가의 글 일부분이다. 환희대를 세 번째 방문하던 날이었다. 출입을 금하는 줄을 걸어놓은 곳까지 한 남자가 걸어왔다. 그러더니 함께 걷던 경완스님을 붙잡고 물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비구니 스님이 있던 곳 맞죠?” “네, 거사님. 일엽스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맞습니다.” “지금도 계신가요?” “오래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스님한테 아들도 있다고 하던데, 맞나요?” “…….” 등산복을 입은 남자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이내 남자에게 ‘아직도 그런 소문을 믿고 스님께 질문을 하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원하는 답을 정해놓고 던지는 질문이 그토록 무섭다는 것을, ‘소문의 힘’이 참으로 강력하다는 것을, 그때 온몸으로 느꼈다. 이 일화만 봐도 생전에는 일엽스님의 소문과 가십의 파급력이 어땠을까. 소문과 가십의 주인공이며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당시 세간의 시선, 편견, 모멸을 어떻게 견뎌내었는지, 어떻게 극복해서 주변을 감화시킬 수 있는지 그 생생한 목격담이라 할 수 있다. 김일엽의 변화를 이끈 것은 스승과 불교 그리고 제자들이었다. 일엽스님의 이름에는 승화된 백련도엽의 향기가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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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간사 경완스님(김일엽문화재단 부이사장) ◼ 추천사 주경스님(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 작가의 말 어느 날의 농담 혹은 선문답 禪問答 ◼ 프롤로그 “봐라, 스님께서는 자유자재하셨다. 조사열반하셨구나!” 1부 일엽 김원주 소녀 시절 / 여자라고 종노릇만 해야 하오? / 천지에 외톨이 되다 / 아버지의 재혼과 죽음 / 결혼 그리고 ‘일엽一葉’ / 최초의 여성잡지 그리고 이혼 / ‘참 다행한 일’ / 운명처럼 나타난 ‘B’ / 여자 김원주에서 인간 김일엽으로 2부 비구니 일엽 내가 나의 주인이 되어라! / 금강산 마하연에서 / 다투지 않고, 변명하지 않는다 / 기쁨의 노래 / 불도佛道를 닦으며 3부 일엽스님과 제자들 만공스님이 맺어준 인연, 경희스님 / 정진스님의 인욕바라밀 / 집을 떠나다, 월송스님의 출가/ 올깎이와 늦깎이 / 환희대, 휘영청 달빛이 좋고도 좋도다! / 월송月松, 소나무에 달이 뜨면 금상첨화지! 4부 인연 글을 아주 단념할 수가 있겠는가? / ‘입승스님, 입승스님’ / 낡은 보따리 속 종이 뭉치 / 일엽스님의 편지 1 / 백성욱 박사의 전생 이야기 / 출가를 꿈꾸던 여고생 / 승복을 입은 대학생 5부 소문과 거짓말 이제야 인정하네! / 일엽스님의 편지 2 / 일엽스님의 편지 3 / 호들갑 떨 것 하나 없다 / 수덕사의 여승 / 유전자 검사를 해보시지요! /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사랑, 그리움–175 6부 견성암 불사 이야기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 포교 법극 / 신라 최초의 순교자, 이차돈 / 월송스님은 신라 화랑의 후신 / 수덕사의 통알 7부 열반을 향하여 일엽스님의 초상화 이야기 / 완전한 열반 / 한 줌의 유골 / 최초의 비구니 선사 / 미래세를 위한 김일엽문화재단의 설립 8부 영화 월송스님과 배우 김지미의 인연 / 반세기가 지나서야 / 일타스님의 중재, 극적인 화해와 화합 / 천하의 몹쓸 비구니 ◼ 에필로그 나의 스승 일엽스님 ◼ 새 문집을 펴내며 후기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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