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는 최소한 무엇인가를 사랑하며 살고 있다. 자연이나 제도적 이성, 세계와 인류, 가족과 이성적 대상, 명품 자동차나 도자기, 혹은 학문이나 예술 등등 사람은 사랑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것은 개인이 존재하기 위한 본능이면서 스스로에게 부과한 의무이며 행복이다. 사랑을 통하여 강인하면서도 세밀한 경험을 안고 삶의 모순과 기나긴 꿈을 온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현재는 언제나 고달프고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좋든 싫든 나름의 역할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부과하는 격률의 중심에서 몸부림치며 자신을 갱신해 나가게 된다. 우리가 선택하고 가꾸어 나가는 세상의 효율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과 그로 인한 상처들을 껴안아야 할 때 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가끔 살아가는 자들 모두가 악덕의 근본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면 잘못 없는 잘못을 반성하게 된다. 순간과 순간이 만나서 우연한 속삭임도, 의도하지 않은 미움도, 치열한 경쟁도 생성되지만 인간은 사랑을 지키는 것이 먼저이고 그 개인적 우선순위 때문에 갈등이 있다. 인간의 삶은 자기가 꿈꾸는 사랑의 일부를 경험하게 되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그 경계에 변화도 자주 찾아온다. 그것은 언젠가 그 모든 사랑이 한 곳에 모이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물론 이 세계가 치유가 가능한 그 어떤 지점 이후의 세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서둘러야 할 일들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 삶을 버티게 하듯이 공허감을 메우기 위해 시에 매달리다 보면 또 일정 시간을 견뎌낼 수 있게 된다. 시작(詩作)은 공허의 사막 속에서 나무를 심고 개울을 만들고 집을 짓는 행위이다. 모든 게 말라버리기 전에 계속 움직여야 한다.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애쓴 시간들이 허탈해지기 시작할 때 원래부터 자유로웠던 것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꼭 필요한 부분에서의 자유가 헛되지 않기 위해 뱉어낸 말을 확인하다가 길고 외롭던 날들의 침묵이 울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나의 왜소한 자유를 탓하지 않기로 했다. 2018년 6월 홍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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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창고에서 │ 12 배드민턴 │ 13 사랑이 지나갔으므로 할 일이 많아졌다 │ 14 염지의 부작용 │ 16 귀항지에서 │ 18 빛을 삼킨 바위 │ 20 정리의 시간 │ 22 창고 │ 23 아버지의 밤 │ 24 평균적인 점 │ 26 고장 난 송신기 │ 28 감꽃비 │ 29 기억의 안쪽 │ 30 흙의 노래 │ 32 날개 달린 씨들에 대하여 │ 35 어느 빛나는 날의 권태 │ 36 제2부, 바람의 상처 │ 40 죽녹원에서 │ 42 잠의 증명 │ 43 박제된 꽃 앞에서 │ 45 돌의 기억 │ 46 창고의 안과 밖 │ 47 피곤한 엘리베이터는 Z층으로 간다 │ 49 한강 둔치에서 │ 52 안성배와 김천자두 │ 53 얼음눈 │ 55 처마 │ 56 어떤 개인전 │ 57 창고를 비우며 │ 59 지하철에서 │ 60 자작나무 숲에서 │ 61 고속도로 │ 62 제3부, 호미 │ 64 두 사람 │ 65 하산下山 길에서 │ 67 쌍화차에는 없는 것 │ 68 알들의 침묵 │ 69 외롭게 죽음 혹은 죽고 나서 외로움 │ 70 오래된 먼지를 생각함 │ 72 머리와 꼬리 │ 74 정직한 꽃 │ 75 길꽃 │ 76 남이섬에서 │ 77 가벼운 사랑 │ 79 현고학생부군顯考學生府君 │ 80 큐브 │ 82 면벽面壁 │ 84 빛이 매달려 있다 │ 87 제4부, 이별의 양식樣式 │ 90 허기虛飢 │ 91 투명인간 │ 92 귀휴歸休 │ 94 자각몽自覺夢 │ 96 무연고 │ 98 그리움의 이해 │ 101 골목에서 │ 103 이사 가는 날 │ 104 망각의 도시 │ 106 젊음의 변명 │ 108 낙하 │ 110 메타세콰이어 │ 111 세상 밖의 세상 │ 113 야간산행 │ 114 깊은 우물 │ 116 시 해설 │ 118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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