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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면의 바다

두 면의 바다

Area Park

이안북스·2015-06-30

  • 예술
  • KDC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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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두 면의 바다, 두 면의 사진 바다, 생명의 근원이자 죽음의 지대다. 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이 다시는 시골로 돌아갈 수 없듯이, 먼 옛날 원생생물 시절 바다에서 생겨난 우리는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없다. 그나마 바다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 강한 사람은 선원이나 낚시꾼 같이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 직업을 갖는다. 그러나 바다는 냉정하고 사나운 어머니 같이, 자신에게 돌아온 자식을 품어주기는커녕 차갑게 익사시켜 버린다. 들어가 누울 수 있는 산과 달리, 바다는 사람을 품어주지 않는다. 그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 인간은 또 바다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 익사한다. 그렇게 인간은 바다로 귀환한다. 죽어서도 되돌아가는 그 반복강박 속에 바닷사람의 삶이 있다. 그들은 살면서 죽는다. 혹은 죽으면서 산다. 그것은 육지에서 손 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사는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축축하고 차갑고 거친 삶이다. 「6시 내 고향」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바다를 풍요롭고 푸근한 삶의 터전으로 그린다. 하지만 그게 허위라는 사실은 대기업을 잘 다니던 딸이 갑자기 고깃배를 타겠다고 하면 주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해병대를 나왔고 바다낚시를 진지한 취미로 삼는 사진가 박진영은 바다에 계속해서 이끌린다. 그에게는 바다란 돌아가고 싶은 터전이자 다뤄야 할 문제다. 어머니를 사진의 소재로 삼는 사진가가 어머니에게 투정 부리면서도 사진적으로 다뤄야 하듯이, 박진영도 바다에 투정 부리면서 사진으로 다루고자 애쓰고 있다. 뭐든 프레임으로 잘라서 가둬야 직성이 풀리는 사진이라는 행위에 비하면 바다라는 공간은 무한히 자유로워 보인다. 우선 바닷물에는 경계가 없다. 자유롭게 섞이는 물에 경계가 있을 리 없다. 기껏 있다고 해봐야 수온이나 염도, 물의 밀도 차에 따라 약간 구획이 되는 정도다. 그래서 바다에 떠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해류나 조류를 타고 둥둥 떠서 어디든 갈 수 있다. 지구를 한 바퀴 돌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무한대의 자유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바다에 경계를 그어 함부로 넘는 사람을 처벌도 하고, 넘어오면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위협도 한다. 주름 없는 공간인 바다에 주름을 그어 놓고 그걸 절대화하는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그러므로 바다는 자유가 아니다. 거대한 물이 만유인력과 바람과 합세하여 만들어내는 운동에너지는 무엇이든 파괴한다. 그 틈바구니에서 노동하거나 탐험하는 자들은 계속해서 죽어 나간다. 해수욕장에서 바닷물에 몸을 살짝 담그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는다면 바다는 당신에게 파멸을 선사할 것이다. 넓은 바다가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오로지 눈속임일 뿐이다. 사진가 박진영은 그 눈속임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 바다에 금을 그어 어디부터 어디까지 한국이고 일본이고 중국이고 하는 째째한 놀음에 비하면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그 주름 없는 공간을 훑는 것은 대지를 숨 쉬는 거인의 자세다. 그러나 바다에는 다시 주름이 잡히고 경계가 생기고 인간의 흔적이 남겨진다. 그 주름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을까? 사진가는 장면을 찍지만 거기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초월적인 존재다. 박진영은 사진 찍기를 통해 눈앞에 벌어진 장면의 문제들과 고통들을 초월하려 한다. 물론 그 초월이 완전히 다른 세계로 넘어가 버리는 차원은 아니다. 사진을 통한 초월이란 사태를 다른 측면에서 보는 것이다. 박진영에게 바다는 어머니이자 놀이터이기 때문에 완전히 초월해 버릴 수 없고, 언젠가는 되돌아가야 할 사태이다. 결국 문제는 그의 카메라눈이 바다라는 사태를 얼마나 다르게 볼 수 두 면의 바다, 두 면의 사진 있게 하느냐이다. 즉 우리는 카메라의 기록력이 아니라 번역력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번역을 하려면 번역할 말과 결과로 나타난 말을 다 잘 알아야 한다. 박진영은 번역할 말, 즉 눈앞에 펼쳐진 광경과 결과로 나타난 말, 즉 사진을 모두 잘 알고 있는가? 누가 그 어려운 대상 둘을 다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천변만화하는 이 세계의 힘의 일부인 사진과 그 대상을 말이다. 다만 잘 알려고 애쓸 뿐이다. 3.11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은 바다에 재앙의 원천이라는 또 다른 차원을 부여했다. 사실 바다는 원래부터 재앙의 원천이었는데 두 가지 큰 사태가 그런 점을 새롭게 부각시킨 것이다. 3.11 쓰나미에는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어차피 우리는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큰 사건이나 재앙을 영상으로 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영상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재앙을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3.11 쓰나미는 HD로 찍힌 최초의 재앙이다. 그 덕에 우리는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장면을 놀라움을 가지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은 HD 화질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시커먼 바닷물이 밀려오자 도망갈 곳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강아지가 마침내는 그 바닷물에 집어삼켜지는 장면도 HD로 볼 수 있었다. 걸프전이 최초로 영상으로 생중계된 전쟁이었다면 3.11 쓰나미는 최초로 HD로 전달된 자연재해였다. HD로 생생하게 찍혀서 전달됐기 때문에 살아남아서 그걸 목도한 우리들은 더 미안해진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한데 해 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박진영은 쓰나미 현장에서 잔해들을 사진 찍다 사진 앨범을 하나 발견한다. 앨범의 주인공은 ‘카네코 마리’라는 여성이다. 사진을 진지한 취미로 삼았던 것 같은 아버지가 찍어준 것으로 보이는 흑백 아날로그 사진 속에는 카네코 마리가 어릴 적 시골집에서 자라는 모습에서부터 성년이 된 모습까지 일대기가 담겨져 있다. 그 앨범을 들여다 보면 카네코 마리를 잘 아는 듯한 착각이 든다. 사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사진 앨범으로 훑어봤으면 잘 알게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통성명만 해도 아는 사이가 되는데 사진이라는 풍부한 정보 매체를 통해 보는 것은 더 잘 아는 것 아닌가. 그래서인지 박진영은 헤어진 가족을 찾듯 카네코 마리를 애타게 찾는다. (앨범의 주인공이 남자였다면 왠지 어색했을 것 같다. 남자가 남자를 찾는 것 보다 여자를 찾는 것이 왠지 더 그럴싸해 보인다) 그는 카네코 마리를 찾으려고 광고까지 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은 정말로 카네코 마리를 찾으려는 행위였다기 보다는 왠지 사죄하는 것 같이 보였다. 어차피 쓰나미는 인간의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사죄할 필요가 없었고, HD 화질로 스포츠 중계를 보듯 즐긴 태도에 대해 사죄하는 듯 보였다. 그것은 오늘날은 불가능한 사죄다. 어차피 영상의 추세는 핸드폰 카메라도 HD 화질로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S사의 스마트폰은 UHD로도 찍을 수 있다) 따라서 쓰나미를 HD로 보는 것은 짧지만 긴 사진 역사의 한 과정일 뿐이다. 그 끝에 카네코 마리가 있었을 뿐이다. 어차피 찾으리라고 기대를 하지도 않았겠지만 설사 카네코 마리를 찾았다 해도 뭘 할 수 있었을까. 앨범을 되돌려 주는 것 이상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살아남은 것을 축복해 줄 수 있었겠지만 이미 수많은 가족, 친척들과 이웃들이 희생된 이후다. 따라서 카네코 마리 찾기는 일종의 리추얼ritual이었다. 앨범 속의 사진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이루어졌던 감정이입을 차단하고 체념 속에 거리를 두고자 하는 리추얼 말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후쿠시마가 남겨 놓은 방사능이라는 또 다른 사태가 박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쫓아 사진 찍으러 다녔다. 쓰나미는 잔해라도 남겨 놨지만 방사능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후쿠시마 앞 바다의 방사능 수치가 몇 베크렐Bq이라더라’ 하는 추상적인 수치 정도였을 뿐이다. 방사능은 포토제닉한 대상이 아니었기에 사진 찍기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박진영이 볼 수 있었던 것은 방사능이라는 사태의 결과로 빚어진 텅 빈 풍경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대피하고 난 인적 없는 길거리들을 사진 찍었다. 사람들이 살며 구획을 짓고 구조물을 세워서 주름진 공간이 됐던 도시는 쓰나미로 말미암아 다시 바다같이 주름 없는 공간이 돼버렸다. 분명히 길거리인데 아무도 살지 않으므로 더 이상 길거리가 아닌 그 기이한 상태가 사진 속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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