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들어가는 말 어떤 학문이든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두 가지다. 명확해야 한다는 것과 뻔한 소리가 아니어야 한다는 것. 진정한 지식이라면 반드시 남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말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그 지식을 알고 나면 반드시 뭔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전에는 모르던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학은 이 두 가지 방면에서 모두 평판이 나쁜 편이다. 우선 추상적인 전문용어들로 악명이 높다. 이런 특징이 특히 심하게 드러난 사회학 문헌은 사실상 이해불능으로 간주된다. 설사 추상적인 사고와 전문용어의 벽을 마침내 돌파한 독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글에 이렇다 할 알맹이가 별로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학자들은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세상에 뻔히 드러나 있는 사실들을 기록하고, 이미 친숙한 것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일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사회학자들로서는 자기들이 만들어낸 특수한 용어들 뒤에 몸을 숨기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만약 그들이 글에서 늘어놓은 이야기를 평범하고 쉬운 언어로 바꿔서 말한다면 아무런 내용이 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사회학자들은 때로 쓸데없이 우둔하게 굴며, 다소 공허한 주장을 펼칠 때가 많다. 사회학은 철학에서부터 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용어들에 계속 손을 뻗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과연 그들의 이야기에 뭔가 알맹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일 뿐이다. 여기에는 심지어 일부 사회학자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나는 사회학이 지나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학이 이런 상황을 상당 부분 자초한 것일 수도 있다. 갖가지 개념과 정의, 철학적 논쟁과 지나치게 확장된 방법론이 중요한 사실 하나를 연막처럼 뒤덮고 있다.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견들을 이룩한 진정한 고갱이가 사회학에 있다는 사실 말이다. 사회학은 확실히 세상이 돌아가는 중요한 원칙들을 몇 가지 알고 있다. 이 원칙들은 단순히 개념과 정의의 문제가 아니다. 이 원칙들은 세상사가 지금의 이 방식대로 풀려나가는 이유를 우리에게 가르쳐주며, 일상적인 믿음의 표면을 뚫고 심층을 파헤친다. 이 원칙들은 과거의 중요한 사상가들을 포함해 전문적인 학자들만이 발견할 수 있었으므로, 결코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이 원칙들을 추상적 개념과 전문용어로 치장할 이유가 없다. 난해한 전문용어로 에워싸든 명확하고 쉬운 말로 표현하든 이 원칙들은 똑같이 인상적이다. 지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 여부는 진정한 지식인지를 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처음 두 장에 들어 있다. 먼저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들 중 좀더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대다수의 다른 학문들과 사회학적 분석을 갈라놓는 핵심적인 문제를 다룬다. 합리성의 한계라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는 뻔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결론으로 이어진다. 인간이 지닌 추론능력의 기초는 비합리적이며, 인간 사회를 유지해주는 것은 합리적인 합의가 아니라 더 심층에 자리 잡은 감정적 과정이라는 결론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감정적 과정은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사회는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집단들은 자주 갈등을 빚는다. 그런데 각각의 집단은 먼저 자신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어야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범한 감정과 이상을 만들어내는 비합리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연대감을 만들어내는 이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2장에서는 이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사회학이 밝혀낸 뜻밖의 사실 중 하나인 종교의 본질과 관련된 연구성과를 살펴본다. 종교는 특정한 형태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집단을 하나로 묶어주는 감정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다. 우리는 여기서 종교가 사람들의 삶에서 실제로 지니고 있는 의미를 일부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좀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 사실도 알아냈다. 여기에 제시된 종교 이론은 사회적 의례ritual에 대한 일반이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적 의례는 사회학의 많은 부분에서 핵심적인 기초가 된다. 이런 의례들이 집단을 만들어내고, 감정적으로 의미 있는 사회적 상징들과 집단을 하나로 묶어주는 작은 사회적 장치기 때문이다. 2장 이후의 네 장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사실들을 도구로 삼아, 다양한 주제에 사회학적 분석을 적용한다. 권력과 범죄는 사람들이 평범하고 합리적인 계산을 통해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비합리적인 과정들이 상당히 명확한 제한을 가하는 분야다. 그런데도 권력과 범죄 모두 역설적인 패턴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뻔하지 않은 사회학의 관점에서 그 패턴들을 이해할 수 있다. 5장은 섹스, 사랑, 여성의 사회적 지위라는 상호 연결된 주제들을 다룬다. 여기서도 역시 표면에서는 사회적 상징들이, 심층에서는 역설적인 구조가 발견된다. 뻔하지 않은 사회학의 통찰력을 통해 우리 시대에 패턴들이 변화하는 방향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도 4장과 같다. 마지막 장은 사회학을 우주시대와 연결시킨다. 만약 우리가 인간의 지능을 지닌 컴퓨터를 만들고자 한다면, 반드시 사회학자가 프로그래밍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이 장의 주장이다. 인간의 창의성을 지닌 진정한 인공지능이라면 반드시 인간의 감정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마지막 장은 우리가 맨 처음에 다뤘던 합리성과 의례의 이론으로 우리를 다시 데려간다. 인간의 합리성이 사회적 의례라는 비합리적인 기초에 근거하고 있다면, 컴퓨터 역시 의례를 통한 상호작용에 참여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인간처럼 상징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다음에 나오는 것은 정말로 알맹이가 있는 학문으로서 사회학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나는 에밀 뒤르켐과 어빙 고프먼, 해럴드 가핑클과 맨슈어 올슨, 카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의 가장 중요한 주장들 중 일부뿐만 아니라 대화와 감정에 관한 현대 사회학의 주장들도 간략히 설명했다. 사회학은 지적인 모험을 추구하면서 상식으로 밝혀낼 수 있는 범위 너머 먼 곳까지 다다랐다. 사회학은 틀림없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즐겁게 확장시켜준 학문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나는 실용적 측면에서 사회학이 가져다줄 결과도 몇 가지 제안해놓았다. 여기에는 조직적인 권력, 범죄, 성차별이라는 문제들과 관련해서 사회학이 가리키는 비교적 정교한 대처방안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물론 사회학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사회학 이론들이 모두 완전하게 증명된 것도 아니고, 의견이 심하게 엇갈리는 부분도 상당히 많아서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이 책에서 사회학 분야의 모든 주제와 시각을 다루려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양하게 뻗어나간 이론들이 여기저기에 언급되어 있기는 하다. 나는 또한 이 책에서 특정한 일파의 주장만 자세히 설명하지도 않았다. 대신 사회학의 가장 흥미롭고 멋진 주장 가운데 일부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 책이 사회학에 대한 식욕을 더욱 자극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1991년 8월, 캘리포니아 주 리버사이드에서 R. C.
목차펼치기접기
들어가는 말 1장 합리성의 비합리적 기초 계약의 바탕이 되는 계약 이전의 사실들 무임승차자 문제 계약사회의 등장 권력과 유대 2장 신의 사회학 종교의 공통적 기반 사람들에게 도덕감정이 있는 이유 사회적 의례의 일반 모델 신의 유형과 사회 유형이 상응한다 개인 자아의 등장 일상생활 속의 상호작용 의례 사회적 의례의 세계 3장 권력의 역설 세 가지 전략: 돈, 힘, 유대감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의 중요성 최적화 대 최소만족 불확실성의 힘 4장 범죄의 정상성 범죄에 관한 보수적 설명 자유주의적 설명 범죄에 대한 급진주의적 설명 범죄의 사회적 필요성 범죄의 한계 5장 사랑과 소유권 성애적 소유권 세대적 소유권 가정 소유권 성性시장의 등장과 사랑의 혁명 가정의 미래 6장 사회학이 인공지능을 창조해낼 수 있을까? 전문가 시스템과 컴퓨터의 한계 진정한 인간적 지능에 사회학이 기여할 수 있는 것 대화를 프로그램하는 법 흐름을 유지하며 번갈아 말하기 컴퓨터가 대화를 따라갈 수 있게 만들기 문화적 자본 획득하기 대화를 하겠다는 의욕: 감정 에너지를 찾아서 소시오가 혼자 있을 때 생각하게 만들기 미리 계획하기 창의적인 생각 프로그래밍 미래를 향해 나가는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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