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글을 먼저 읽으신다면 마틴 어스본 2007년 여름, 한낮. 이스트런던의 내 사진 스튜디오에서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그가 있었다.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훨씬 큰 사이즈의 블레이즈를 벗어 어깨에 걸친 채, 천천히 발을 끌며 혹스턴 광장으로 걸어가서는, 네온 색 옷을 입고 햇볕을 쬐며 빈둥거리는 젊은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광장의 사람들 속에서 대번에 눈에 띄어서, 나는 그가 길을 잃었나, 홈리스인가, 아니면 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가 싶었다. 저 비닐봉지에는 분명 술이 들어 있겠지? 나는 카메라를 들고 얼른 내려갔다. 그의 사진을 찍으면 공모전에 낼 수 있겠다는 심산으로.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이 노인은 우리 젊은 뜨내기들보다 이 지역에 더 깊게 뿌리를 두고 있었고, 우리 모두보다 더 멀쩡했다. 그는 80년 동안, 우리는 상상이나 해봤을 법한 문화적 격변기를 목격해왔다. 그가 아는 작은 가구점이 있던 곳에 우리가 아는 칵테일바가 있고, 그가 자주 가던 뮤직홀이 있던 곳에 우리가 지나치는 커피숍이 있다. 그의 비닐봉지에는 그가 늘 가지고 다니던 것들이 들어 있었다. 오렌지주스 작은 팩 한 개. 나는 그가 광장에 서 있는 사진을 찍었다. 좋은 컷은 아니었다. 그는 나무토막처럼 경직되어서는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걸로는 공모전에서 절대로 상을 받을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조지프 마코비치였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러고 나서 몇 달 동안, 나는 여러 번 그와 마주쳤는데, 그는 친절하게도 거리에서 그리고 자기 집에서 자기 사진을 찍게 해주었다. 나는 이스트런던 주변의 부유하고 독특한 지역의 역사에 관한 책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지프는 액션 영화, 키 큰 북유럽 여자들, 니컬러스 케이지, 가슴이 막히는 카타르염, 그리고 과학기술이 어떻게 세상을 날려버릴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영국을 떠난 적이 없지만 그의 활발한 상상력 덕분에 ―해크니 도서관의 여러 방에 꽂혀 있는 책과 잡지 들의 도움을 받아―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나 유명인들의 사생활이라는 어두운 정글 속으로 쏘다닐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거의 숨도 안 쉬고 이야기했고, 나는 그의 모습뿐 아니라 그의 말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우리 우정의 터닝포인트이자 이 책이 기획된 순간은 내가 스튜디오 근처에서 조지프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지나가면서 나에게 소리쳤을 때였다. “사기꾼! 저래놓고 저 사람한테 돈 한 푼 안 줄 거지?”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이 여자 말이 맞나? 내가 찍은 이 사진들은 조지프를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 것인가? 그 순간, 내 사진에서 힘이 빠졌다. 나는 완벽한 컷을 찾기보다 조지프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더 좋은 사진을 찍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아주 개인적인 어떤 것을 발견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조지프의 사진 속에는 내 외로움의 일부가 들어 있다. 나는 그때 싱글이었고, 도움이 될 인맥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좋은 초상 사진은 언제나 두 사람을 포착한다. 사진 찍히는 사람과 사진 찍는 사람. 이 책의 전신은 조지프에 관한 전시에 쓰려고 만든 팸플릿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팸플릿은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그 책의 개정판들―페이퍼백, 반양장본, 아주 조금 더 두꺼운 양장본 순으로 나왔는데, 점점 더 구성이 복잡해졌다―이 돈을 좀 벌어주어서, 조지프에게 전화기 두 대, DVD 플레이어, 새 디지털 TV, 디지털 라디오, 코트 두 벌, 속옷 한 묶음, 겨울 양말 몇 켤레, 새 벨트,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이스트런던을 오래 걸을 수 있게 해준 클라크 신발 몇 켤레를 사줄 수 있게 되었다. 조지프는 책에도, 사람들이 도쿄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책을 산다는 사실에도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래요, 마틴, 책은 괜찮아요, 괜찮아. 그런데 브릭레인에 새 커피숍이 문 연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새 벨트, 그리고 특히 전화기에 흥분했다. 나는 영광스럽게 그의 단축번호 1번으로 등록되었고, 해외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 어쩌다 그의 주머니가 걸어온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제5판이고, 이전 판에는 볼 수 없던 인용문과 사진들이 좀 더 추가되었다. 책이 인쇄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조지프의 보정 전 사진들과 우리의 길었던 대화 녹취록을 다시 꺼내보면서 독자들과 함께하고 싶은 순간들을 발견하곤 한다. 이 책을 만들며 느낀 즐거움 덕에 혹스턴 미니 프레스라는 작은 출판사를 열게 되었고, 지금은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조지프와 처음 만난 혹스턴 광장의 바로 그 지점에서 몇 년 뒤 아내를 만났다.) 조지프와 이 책은 우리가 하는 많은 일에 영감을 주었다. 고마워요, 조지프. 사랑을 담아, 마틴 어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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