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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홍혜은 (지은이), 오빛나리, 박소현, 이서영

아토포스·2017-07-31

  • 228쪽
  • 135×210mm
  • 사회과학
  • KDC 3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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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문 지금 거기의 페미니즘에게 여러분이 이 책을 펼칠 순간과 장소를 상상해봅니다. 서점일 수도, 집일 수도, 도서관일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을 펼치기 전 여러분은 뜨거운 햇빛을 뚫고 한참을 걸었을 수도 있고,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불쾌한 시선을 받았을 수도 있고, 인터넷 창에서 모욕적인 욕설을 맞닥뜨렸을 수도 있고, 간신히 잠든 아이를 옆에 두고 한숨 돌리는 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우리가 받았던 이 책의 기획안에는 “지금, 여기, 페미니즘”이라는 가제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 제목에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지금’은 언제이며 ‘여기’는 또 어디일까요. 물론 물리적으로 자신이 어느 공간과 시간에 서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기획안에 있는 ‘지금’과 ‘여기’에는 다른 의미가 부여되어야 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책을 함께 쓴 네 명은 모두 다른 경험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나이도 다르고, 자라난 도시와 환경, 경제적 조건, 종교 및 세계관과 정치적 입장도 모두 다릅니다. 그런 우리 각자가 서 있는 곳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지금’ ‘여기’를 말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네 명의 삶에서조차도 현실은 이토록 다층적인데, 과연 우리에게 현실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지, 우리는 각자의 삶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가부장주의를 다룹니다. 여성 차별과 여성 혐오를 다룹니다. 이 모든 억압이 드러나는 장소는 다름 아닌 여성의 삶입니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은 무엇보다도 여성의 삶을 다루는 이론이며 운동입니다. 여성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어떤 형태로 숭배받고 배제당하는지, 보편적인 여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탐구하는 것만이 ‘페미니스트’의 일은 아닙니다. 여성으로서 페미니스트를 자임하는 건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삶을 증언하는 다른 여성들의 언어에 공감하고 아파하며, 때로 힘을 얻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 역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다른 여성의 삶과 동일한 궤도에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의 언어가 단순히 자신의 경험에만 함몰되어 무언가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많은 고민 끝에 네 명 모두 이 책을 쓰겠다고 결정한 뒤에도, 우리에겐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듣고 읽어나가는 기나긴 과정이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논의를 나누고 나서야 우리는 서로가 서 있는 각기 다른 ‘지금’ ‘여기’가 그 자체로 충분히 유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의 경험이 닮아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분명 서로 다른 자리에 서 있지만, 같은 것을 고민하고 같은 질문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성을 적대하는 자는 바로 같은 여성”이라는 오래된 편견 앞에 섰을 때, 우리가 보게 된 것은 언제나 ‘사적인’ 영역으로 분류되어왔던 여성의 삶이었습니다. 오래도록 공적인 위치를 점유하지 못했고, 그래서 사적인 영역에 남겨진 채 빼앗길 것들을 걱정하며 서로를 견제하도록 위치지어진 삶이었습니다. 여성이 서 있던 영역은 언제나 사적인 것으로 통용되었고 사회는 여성들의 삶을 마치 공적인 룰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인 것처럼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사적인 삶은 어떠했던가요.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지한 게이머’로 취급받지 못하고, 그렇기에 ‘만만하고 사적인’ 존재로 호출당해 책임만을 추궁당합니다. 공적인 존재로 취급받기 위해서 남성의 언어를 가장하거나 성적인 교란을 일으키며 기묘한 교섭을 추구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지한 노동자’로 취급받지 못하고, ‘사적인’ 존재로서 부차적으로 취급되어왔습니다. 삶과 노동의 자리를 위해서 가부장주의와 타협하며 자신의 자리에서조차 우회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연한 듯이 출산과 육아의 영역을 강제당하며, 자신의 모든 삶을 ‘사적 영역’으로 옭아매는 사회적 시선에 자리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삶을 증명할 공적 언어를 찾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고, 보편자로서가 아닌 ‘사적인’ 특수자로서 위치하는 자신의 삶을 매 순간 발견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에 대해서 말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사적인 것들이 어떻게 공적인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을 지나면서 우리는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사적인 삶에 대해 증언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사적인 목소리들은 공적인 영역에 ‘이 목소리의 자리가 있다’고 고무공처럼 튀어 올랐습니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것들, 주어지지 않은 것들, 우리가 삶에서 선택한 것들, 놓친 것들은 모두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성합니다. 어느 방향에서는 한쪽이 홀쭉해 보이기도 하고, 어느 방향에서는 어딘가 비대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시선의 방향은 다층적으로 현실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공적인 것들과 사적인 것들이 교차하는 제각기의 삶을 가운데에 두고, 그 자리에 서서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지금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사적인’ 모든 것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여러분과 함께 묻는 것입니다. 2017년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이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그 시공간, ‘지금’ ‘거기’의 페미니즘에 가닿는 것입니다. 사적인 이야기들이 모여 세상을 향해 함께 물음을 던질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는 지극히 사적인 목소리를 높여 지금 거기의 페미니즘을 여쭙습니다. 홍혜은, 오빛나리, 박소현, 이서영.

목차펼치기

들어가며 지금 거기의 페미니즘에게 7 당신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_홍혜은 13 우리의 인생이 게임이 아니라는 거 확신해요? _오빛나리 63 결혼 후에 오는 것들 _박소현 135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_이서영 187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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