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증거기반의학의 증거 위계들은 대부분 무작위 시험에 대한 체계적 고찰을 포함한 비교임상연구를 메커니즘 추론(‘병태생리학적 추론’)과 전문가 판단보다 상층부에 둔다. 비교임상연구 내에서도 무작위 시험이 내놓는 증거는 관찰 연구보다 더 강한 증거로 평가된다. 초창기 증거기반의학 옹호자들은 증거 위계의 ‘하층’에 놓인 증거를 기반으로 널리 쓰이는 다수의 치료법이 무작위 시험으로 평가했을 때는 쓸모없거나 오히려 해롭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상당한 설득력이 있음에도, 증거에 대한 증거기반의학의 철학은 몇 가지 역설을 일으킨다. 아마도 가장 눈에 띄는 역설은, 우리가 그 효력을 가장 신뢰하는 여러 치료들, 다시 말해 증거에 의해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되는 치료 가운데 다수가 어떠한 종류의 무작위 시험에 의해서도 결코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역설이다. 이런 치료 가운데는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기 위한 자동 체외 제세동除細動, defibrillation, 기도를 막은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수행되는 하임릭Heimlich 구명법이 포함된다. 비판자들은 증거기반의학 방법론의 다양한 측면을 공격해왔지만, 몇몇 예외를 빼면 체계 전체가 상세히 검토된 바 없다. 나는 이 역설을 개괄한 다음(1장), 증거기반의학이 대체 무엇인지(2장), 어떤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탐구한다(3장). 그다음 나는 비교임상연구의 상대적 강점을 평가하는 한 가지 방법을 옹호하고(4장), 무작위 시험에 대한 증거기반의학의 입장은 약간 수정하면 유지될 수 있다고 논증할 것이다(5장). 수정의 내용은 이렇다. 무작위 시험을 꼭대기에 놓는 범주적categorical* 위계 관계는 비교임상연구의 효과 크기는 그럴듯한 교란변수의 결합 효과보다 커야 한다는 요건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어지는 세 장에서는 양측 맹검법(6장)이나 플라세보 대조(7장, 8장)가 비교임상연구의 품질을 강화한다는 주장을 평가할 것이다. 이어서 나는, 메커니즘 추론과 전문가 판단에 대한 증거기반의학의 입장을 검토할 것이다(9장~11장). 메커니즘 추론은 흔히 간과되는 문제와 얽혀 있으나, 나는 이 역시 비교임상연구의 증거와 함께 증거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논증할 것이다. 한편 전문가 판단은 증거로서 신빙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증거기반의학의 입장을 옹호하면서도, 전문성은 다른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 사실이 증거기반의학 문헌에서 좀 더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결론(12장)에서 나는 엄격한 위계는 모든 충분한 양질의 증거라면 증거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요건으로 대체되어야 하며, 증거와 무관한 전문가의 다양한 역할 역시 증거기반의학 문헌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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