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머리말 2004년 출간된 『스위트 프랑세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작품으로 쓰인 지 62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이 작품은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인간의 희생과 유대, 그리고 운명을 극적으로 그려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성찰의 계기와 강렬한 감동을 선사했다. 네미로프스키는 이 작품으로 그해 ‘르노도 문학상’을 받았는데, 생존 작가에게만 수상하던 관례가 이때 처음으로 깨졌다. 이렌 네미로프스키는 1903년 유럽에서 손꼽히는 유대인 은행가의 딸로 키예프에서 태어났다. 이렌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사업으로 늘 바쁘고 어머니는 가정에 무관심했기에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렌이 열네 살이 되던 1917년, 러시아에서는 10월 혁명이 일어나 제정이 무너지고 볼셰비키가 집권했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총살당하고 많은 자본가가 몰락의 길을 걸었다. 네미로프스키 집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볼셰비키의 눈을 피해 숨어 살다가 1918년에 핀란드를 거쳐 프랑스 파리로 이주했다. 파리에서 네미로프스키의 아버지는 재산 일부를 되찾을 수 있어 예전처럼 안락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 정착한 이렌 네미로프스키는 소르본 대학에 입학해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스물여섯 살에 발표한 소설 『데이비드 골더David Golder』를 시작으로 그 후 십 년 동안 발표한 열 편의 작품은 문단과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렌의 작품에서는 늘 세상에 내재한 폭력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드러내는 통찰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렌의 열정적 문학적 행보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중단되었다. 병력이 330만 명이나 되었던 연합군은 불과 한 달 만에 독일군에게 패배했고, 프랑스 영토의 5분의 3이 독일에 점령당했으며, 중부와 남부에는 친독 괴뢰정권인 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비시정부는 자발적으로 반유대주의 정책을 펼쳐 유대인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고, 강제 수용소로 압송하기 시작했다. 이렌 네미로프스키와 남편 미셸 엡스타인은 두 딸, 드니스와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부르고뉴의 이시-레베크라는 마을로 피난을 떠났다. 피난길에서 이렌은 자신이 목격한 전쟁의 현실을 다섯 권의 책에 담겠다는 방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채운 가죽 노트에서 제1부 「6월의 폭풍」과 제2부 「돌체」가 두 권의 소설로 탄생했다. 나머지 분량도 제3부 「투옥」, 제4부 「전투」(가제), 제5부 「평화」(가제)로 구성하고,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당시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고자 했다. 이 책 『스위트 프랑세즈』의 저본이 된 제1부 「6월의 폭풍」은 독일군의 파리 입성을 앞두고 피난을 떠나는 프랑스 여러 계층 인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이렌은 ‘전쟁’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소위 ‘부르주아’라는 자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비열하며, 비인간적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렌은 심지어 “지배 계층은 무너진 과거 체제의 잔해 위에 세워질 새로운 체제 역시 단숨에 장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서슬 퍼렇게 기록하고 있다. 제2부 「돌체」는 제1부에 등장하는 한 마을을 배경으로 독일군 장교와 남편이 포로로 잡힌 젊은 프랑스 부인의 미묘한 애증을 그리고 있다. 총칼과 군홧발로 프랑스 인을 억압했으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점령자 독일군의 규율은 엄격했다. 독일군은 피점령자 집주인에게 정중하게 요청해 방을 얻었고, 정당하게 값을 치르고 물건을 샀다. 점령자에게서 차가운 철모 밑에 숨은 따뜻한 인간의 모습을 본 프랑스 인들은 혼란을 느끼고, 급기야 작은 시골 마을이 둘로 갈라져 서로 갈등하게 된다. 1942년 7월 13일 이렌 네미로프스키가 프랑스 헌병에게 체포되면서 후속 작품의 집필은 중단되었다. 만약 원래 계획대로 나머지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전쟁의 참모습을, 그리고 폭력과 광기가 빚어낸 혼란과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실감 나게 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이렌은 안타깝게도 한 달 후에 티푸스로 숨을 거두었다. 아내가 체포되자 미셸 엡스타인은 첫째 딸 드니스에게 어머니의 노트가 들어 있는 빨간 가방을 건네주며 잘 보관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엡스타인 역시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가스실에서 숨을 거두었다. 비시에 남겨진 두 딸은 지하실과 수도원, 가톨릭 학교, 나치에 굴복하지 않은 프랑스 가정을 전전하다가 어머니의 책을 출간한 알뱅 미셸 출판사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반세기 동안 두 딸은 어머니의 노트를 읽기가 두려워 가방을 열어보지조차 못하다가 1980년대 말에야 둘째 딸 엘리자베스가 용기를 내 어머니의 전기 『감시탑Le Mirador』을 썼다. 엘리자베스가 1996년에 암으로 세상을 뜨자 드니스는 파란 잉크 자국이 번진 어머니의 노트를 정리하여 동생이 오랫동안 일했던 드노엘 출판사에 전달했다. 그리고 올리비에 루빈스타인 편집장은 원고를 읽자마자 즉시 출간을 결정했다. 『스위트 프랑세즈』는 전 세계 38개국에서 출간되었고, 미국에서만 1,500만 부가 팔렸다. 2006년에는 『런던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드니스는 2013년 일흔다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어머니 작품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드니스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 이 책, 제1부 「6월의 폭풍」이 그래픽 노블로 탄생했고, 사울 딥 감독은 제2부 「돌체」를 각색해 영화화했다. 안타깝게도 드니스는 이 두 작품을 보지 못했다. 『스위트 프랑세즈』를 지키고, 우리에게 전해준 그녀에게 이 책을 바친다. 편집자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