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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바이블: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는 모든 것

집짓기 바이블: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가 털어놓는 모든 것

조남호 (지은이), 문훈 (지은이), 김창균 (지은이), 문성광 (지은이), 송형국 (지은이), 정재식 (지은이), 문병호 (지은이)

마티·2017-04-17

  • 500쪽
  • 예술
  • KDC 549.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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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익숙함과 낯섦 사이 몇 해 전 건축학자들과 도쿄 인근으로 목조주택 관련 답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전통으로부터 온 구법을 현대의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유형으로 발전시켜온 일본 단독주택의 기술체계와 생산과정을 소상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각종 기술기준을 만드는 협회와 내진, 내화 시험을 하는 연구소, 목재가공회사, 대규모 조립식 패널과 프리컷 공장, 그리고 디자인과 시공을 통합한 소규모 디자인빌더회사 등이 대상이었다. 맞춤복 같은 고가의 주택에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품질 좋은 기성복 같은 대량생산주택에 이르기까지, 오랜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다양한 형식의 주택들을 볼 수 있었다. 주택시장의 전반을 이해하는 유익한 여행이었는데, 특별히 좋은 인상으로 남은 곳은 작은 소도시에서 만난 다이화 공무점이라는 소규모 목조주택회사였다. 선대로부터 120년을 이어온 이 회사는 디자인과 시공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었다. 다이화공무점은 건축주 입장에서 집짓기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워크북을 제공하고 있었고, ‘Communication’이라는 A3 용지를 반으로 접은 크기의 소식지를 격주로 발간해 지역주민들에게 보내주고 있었다. 이 소식지에는 계절별로 주택을 관리하는 포인트 뿐만 아니라 조경 관리에 대한 소소한 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도시단독주택은 물론, 시골 오지의 집들도 높은 수준의 주거문화를 이루고 있는 배경을 알 듯 하였다. 이렇듯 건축은 간단한 차원에서도 사회와 문화의 산물임을 증거하고 있었다. 건축가들에게 집을 설계하는 일은 가히 시작과 끝이라고 할만하다. 첫 작업은 가슴 설레는 일이고, 원숙한 건축가가 되어서도 여전히 쉽지 않은 영역이다. 삶의 모습은 다양하고 그것을 담는 집의 형상도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집짓는 과정을 통일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고, 가능하다 해도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짓기 안내서를 가볍게 다루면 의미를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고, 진지하게 쓰면 난해해지기 마련이다. 『집짓기 바이블』을 집을 짓는 과정의 세 주체(건축주, 건축가, 시공사), 일곱 명이 함께 모여 나누는 집담회 형식으로 구상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대화하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거나 차이를 드러내는 상황조차도 독자로 하여금 집짓기의 다양한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 하도록 도와준다. 건축용어가 낯선 집짓기 입문자라면 우선 대화 부분만 읽기를 권한다. 건축주의 입장에서 집을 짓는 절차나 기술에 대해 많이 아는 것보다 흐름을 이해하는 균형 감각이 더 중요하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려운 용어가 나오더라도 건너뛰며 전체적인 맥락에 충실해 읽는다면, 손쉽게 목적에 이를 수 있겠다. 집짓기 안내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집담회 중 나오는 전문용어에 대한 해설과 집짓기 공정이 정리되어 실렸다. 기술적인 내용에 까지 관심을 갖는 독자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문영역 이다보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은 집담회 멤버들에게 과제로 남아 있었다. 증보판을 낸 지 또 다시 삼 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 사회에 재난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킨 경주 지진이 있었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뒤덮는 미세먼지는 편안하게 숨 쉬는 일상의 고마움을 알게 해주었고, 정부고시의 단열기준은 더욱 강화되었다.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건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새로운 증보판 준비하게 되었다. 집짓기 바이블은 좋은 안내서라는 과분한 칭찬을 듣고 있지만, 한편 집담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용어들을 해설하다 보니 일반 독자가 알 필요가 없는 전문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다소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증보판을 내면서 집짓기 과정을 전문가의 해설이 아닌 건축주 입장에서 보는 워크북 형식의 ‘집짓기 노트’를 별책으로 기획하게 된 이유다. 다이어리 형식의 노트에는 예산수립과 절차 해설, 그리고 단계별 체크리스트를 두어 점검하게 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예시했다. 노트 형식의 빈칸을 간단한 글과 그림으로 채워 가는 것만으로도 집짓기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집짓기 노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전체적인 집짓기 흐름’으로 시작된다.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정표와 땅을 찾고 구매하는 단계에서부터 설계, 건축허가 시공 입주에 이르는 과정을 요약해 두었다. 두 번째는 ‘집짓기 예산 수립과 단계별 지출계획’이다. 세금을 포함한 제경비와 설계감리비, 공사비의 세부 항목을 나누어 표로 만들었다. 그리고 시공사와의 계약 내용 중 하자보수이행기간도 예시해 두었다. 세 번째는 날짜가 표기되지 않은 다이어리 형식의 월 단위 일정표를 두어 집짓기 과정의 생생한 기록장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네 번째는 ‘단계별 체크리스트’의 작성이다. 매 단계마다 점검 항목을 두었고, 복수의 대안이 있을 경우 선택지를 예시해 두었다. 메모하거나 직접 공간을 구성해 보는데도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양식의 빈 노트도 포함했다. 체크리스트의 마지막 단계는 유지 보수이다. ‘집짓기 노트’는 집을 짓는 전 과정을 포괄하면서도 압축된 구성으로 되어 있다. 매 단계별로 점검 항목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집짓기 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게 도와준다. 그러나 요약된 항목들에 대해 경직되게 적용하기보다는 열려 있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활용하기를 권한다. 공학적 과정의 결과물로서 건설은 매뉴얼화가 유용하지만 문화적인 산물로서의 건축은 통일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과정의 산물이다. 그 과정 전체를 포섭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포함하는 방대한 양의 사례집에 가까운 책이 적당할지도 모른다. 건축가의 특성에 따라서 설계의 진행 과정과 기간도 다양하다. 공사과정에서도 시공사에 따라서 또는 집이 지어지는 환경에 따라서 진행과정마다의 고유함이 있다. 그 과정에 경직된 표준의 잣대를 적용한다면 건축가나 시공사의 작업의 고유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합리적인 기준과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다면 창의성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집짓는 과정이 순탄하기만을 기대하지만 역량 있는 시공자가 공사하는 현장도 문제점이 상존하게 마련이다. 집은 반복 생산하는 표준화된 제품하고는 달리 새로운 장소에 새로운 형태로 처음 지어지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고, 그것이 건축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집은 익숙함과 낮섬 사이에 있다고 했다. 집짓기 바이블 서문에서도 썼듯이 가장 중요한 결정은 신뢰할 수 있는 건축가와 시공사를 선정해 함께 하는 것이다. 모든 건축주가 집짓기 과정의 체계와 기술을 이해하고, 의심의 눈으로 과정을 감시해야 한다면 집짓기 과정 자체가 괴로운 일이 된다. 결과적으로 좋은 집이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안좋은 기억으로 남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집짓기 노트가 제 역할을 다 한다면 건축주, 건축가, 시공자 삼자 간의 합리적인 의사소통의 매개 장치가 됨으로서 효율은 높여주고, 불필요한 오해는 줄여줄 것이다. 이로 인해 생겨난 여유로움으로 서로를 배려하는 행복한 집짓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솔토지빈건축 건축가 조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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