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머리말 이 대본에서 노파, 소위, 남자, 어린이들로 표시된 대사(그리고? 침묵을 위한 대사라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말로 표현하는 데로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또한, 침묵 상태에 있다고 해도 내적으로도 반드시 그러한 상태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말하자면 현실에서도 우리들은 오히려 이런 모순적인 언어적 상태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연출의 말 원작의 모든 말은 침묵에서 해방시킨다. 침묵보다, 관객에게 말을 통한 구체적 상상의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노파의 대사는 책 읽는 여자(젊은 코마치의 말) 혹은 늙은 코마코의 대사로 나눈다. ※ 본문에서 책 읽는 여자(젊은 코마치의 말)는 ■로, 늙은 코마코의 대사는 □로 표기했다. 그리고 삭제된 부분에는 빨간색 줄을, 변경 첨가된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노파의 상상 속 대사인 로 표기된 대사는 역할 분담을 나누었다. 1 너덜너덜한 십이단의十二?衣를 걸친 노파가 홀로 떠도는 바람의 거처를 찾아다니는 것처럼, 또는 느슨한 바람에 몸을 맡긴 듯 나타난다. 멈춰 선 노파는, 스치던 바람을 옷겹에 채우고 너울거리고 있다. 옷은 세월에 표백되어 허옇다. 노파 ■ ……밤이…내 갑옷이 벗겨지는 시간이야…새벽이 가장 춥지. 어둠이…내 방패가 녹아 들어 간다구. 꿈이, 내 창이…… 저건……별……이지. 안 가고 있네, 아직 하나. 나도 참, 멀리 있는 별은 저리도 잘 보이나, 지 코앞에 있는 건 뵈지도 않는 주제에. ……끝서부터 첫번째 별. 남아버린 별 하나, 아침나절에. ……미련이야, 사라져, 어여 가. ……후우~ 불어도…사라지진 않아…… □ 나는 알고 있어. 나는 꿈과 현실의 중간에 있어, 그런 거야. 나는 이럴 때가 좋아, 이런 애매한 곳에서 떠돌고 있는 게. 그래, 좀 더, 이대로 이렇게…… 노파 ■ ……무슨 그런 꿈이 다 있나. ……꿈속에서 이러는거야……꿈 속에…내가 둘이 있더라. 한쪽의 난…잠들어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지, 그리고 악몽에 시달리는 나를 또 하나의 내가 열심히 흔들어 깨우고 있는 거야. ……그런 꿈을 꾸었어. 흔들려서 깨어난 나는 일어나서 날 흔들어 깨운 내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어. □ ■ □ ■ 나와 나는, 누가 간지럼을 태운 것처럼 크크크크하고 서로 웃었어. 마치 젊은 처녀 같았지. 흔들려서 깬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웃던 얼굴을 점점 찌푸리고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어. 꿈속에서 날 보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던 거야, 분명히. 그리고, 어쩔건가 보고 있으려니까 나를 향해 참회를 시작하더라구…마치 신을 우러러보는 것 같은 눈을 하고. □ □ 이봐, 나 가. 좀 갔다 와도 되지, 화장실. 그 얘기, 길어질 것 같아. ■ □ 이봐, 제 입 좀 막아. 이제 못 참겠다. 나 간다. ■ □ ……이제 됐지, 끝났지, 포기한거지. 에이, 나쁜 꿈에 시달리는 바람에 꿈자락이 갈기갈기 찢겼네. ……멀다, 화장실 가는 길이. 담에 이사할 땐 내 꼭 화장실이 달린 방으로 갈테야. 2(※주1) ■ 바람인가……누구야……뭐야……유리문이네, 유리문이 미끄러져 오네. 밥상이 땅바닥을 기어서……행렬이야. 언제나, 언제나 행렬, 꿈의 끝자락에는……세상이 말야, 이쪽으로 오고 있어. 여러 사람들. 맞아, 여러 사람들이 다가 와, 그리고 사라져. 장롱이 흔들려, 허공에서…… □ 뭐야, 오가와씨 아냐, 3호실의. 장롱을 지고 걸어 오네. ■ ……이건, 무슨 피리지, 피리 소리가 들려. □ ……저긴 집주인 부부네. 부인이 이불을 질질 끌고……남편은, 저건 뭐지, 방망이잖아, 야구방망이. 무슨 일이지 저런 걸 들고……여자가 꾸는 꿈 속에 방망이란……문짝이야. 내 방 문짝을 들쳐 매고, 저 사람, 누구지, 어디선가 본 사람인데. ……문종이가 저렇게 찢어져 있었나, 문짝. 심하다 좀, 이렇게 보니까. ……새로 바를까……에이, 됐다, 됐어. 저 찢어지고 얼룩진 게 꿈의 입구가 되는 거야. 그게 중요하지. 그래, 저렇게 놔 두자. 어, 의사선생이네, 돌팔이 온다. 흥, 저런 돌팔이 말에 내가 눈이나 꿈쩍할 줄 알고. ……사람 몸 들쑤셔 놓고, 그딴 소리나 해대고, 저 돌팔이. ……그래도, 꿈에서 만날 걸 다행으로 알어, 당신. 왜냐면, 지금 내가 아주 관대하거든. 여러 사람들, 조용해. ……후후후, 여럿이라고 해봤자 비슷비슷하네, 다들. 그래, 나이를 먹을수록 왜 이렇게 사람들이 다 똑같애 보이누. 그렇지 뭐, 세상에 나서, 다 그냥, 이래저래 살다, 어찌어찌 되고, 다들……그치, 그런 거야. 노파 □……가만 있어봐, 나 오줌 눴던가……. ■ 어쩜…조용한 행렬……. 다들 어쩐지 정말 불쌍해, 그런 느낌이야. 저 여자, 모피 걸친 얼굴로 걷고 있지만……달랑 속치마 하나야, 이 양반아……알긴 아나. 노파 □ 그렇지, 꿈에선 괜찮아. 뭐든지 잘 어울려. ……후후후, 요앞에 꾼 꿈에, 삿짱 말야, 삿짱. 나이 먹고 울기는. 그게 이상하더라구. 요만한 애처럼, 기모노를 걷어 올려서 끝자락으로 눈물을 닦더라고. 덕분에 배가 훤히 보이고, 싹 다 보이지 뭐야. 후후후후, 시커먼 털까지 다 내놓고 우는 거야. 근데 배가 귀여워. 볼록한 게, 쓰다듬고 싶은 걸 참고 있던 기억이 나. ……그렇게 나이 먹은 할머니가, 그렇게 귀여운 배를 하고 있어도 하나도 안 이상하더라구, 꿈에선 조금도. 다시 그 꿈 한번 꿔볼까……. 사라져 가……그런 거야 사라져 가는 거지, 다. ……안녕, 잘가……. 조용한 행렬이 노파 주위에서 얽혀가는 가운데 문짝과 가구 등, 자잘한 생활 도구가 바람에 날려오듯 쌓인다. 노파가 그 안에 앉자, 노파의 방이 된다. 음악소리, 노파의 숨에 맞추어 사라져간다. 노파 □ 내 방……돌아온 거군, 다시 여기로……아침인거야……그렇군. ……옷장……고리짝……밥상……찬장……어머나, 만질 수 있어……라고 해도, 그게 뭔가를 증명하는 건 아니지만. ……세숫대야……세숫대야. 그래, 얼굴 씻을까. 맞아, 아침이니까……그치. 아침이여, 세숫대야 속의 당신. 3 노파 ■ 혼자군.……멍청이, 당연한 걸 왜 매일 아침마다 일부러 생각하는 건지. □ 음…아아, 물 좋다……기분 좋다. 세숫대야가 좀 더 컸으면, 이 안에 둥둥 떠서, 멍하게 하늘이라도 볼 수 있을 텐데……. 어, 저건 뭔고. 처마 밑에서 얼굴을 내미는 건. 그래가지고 해님인가, 그걸로 체면이 서? 밤새도록 널려 있던 바지 가랑이 밑에서 뭐하니, 얼굴은 반쪽을 해가지고. 지조가 있지. 아무리 삼십층짜리 건물이라도 딱반반씩 두쪽으로 나와야지. 그게 당신 지조라는 거야. 지조가 녹슬어버린 태양이라니……. 따뜻한 거라도 먹어 볼까. 꿈에서 깨면 배가 고파. ……맛있는 거 먹고 싶다. 4 □ 내가 들고 있는 건, 냄비……그래, 다른 걸 생각하고 있어도, 알아, 그 정도는. 나, 생각하고 있어, 다른 걸……. 노파 (웨이터) □ 누구, 누구야, 나를 사모님이라고. ……아아, 나보다도, 내 추억이 더 빨리 지껄이고 있군. (소위) (웨이터) □ □ 이건, 전열기. 노파 (소위) (웨이터) (소위) □ (웨이터) □물이 필요해, 주전자 어디다 뒀더라. 노파 (소위) (웨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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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지 2. 공연대본수록 3. 오타 쇼고 소개 4. 오타 쇼고 활동 연혁 5. 공연 연출자의 말 이윤택 6. 오타 미쓰코 7. 김성희 8. 김세일 9. 코마치후덴 공연연보 및 배우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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