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대지는 우리 자신에 대해 세상의 모든 책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이는 대지가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장애물과 겨룰 때 비로소 자신을 발견한다.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 자유롭다는 것. 그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BIM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하는 말로 자유로움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컴퓨터와 네트워크,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변화는 우리를 더 자유롭게 이끌어가고 있다. BIM이 컴퓨터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라면, 설계과정에서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건축의 설계에 자유로움을 더하지 못한다면 BIM은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BIM이 3차원적인 곡면설계를 더 쉽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래서 BIM이 만들기 어려웠던 건축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BIM을 사용하는 의의가 될 수 있다. 반면 BIM이 설계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면,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 BIM을 쓸 이유는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BIM은 그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크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도 아니다. 최소한 설계의 부분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더 큰 가능성을 보아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BIM의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 변화를 거스르기 어렵다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BIM 도구가 아니라, 컴퓨터를 설계에 도입하는 더 넓은 생각으로 BIM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BIM은 흔히 데이터를 집적하는 것이라 한다. 건축의 설계와 시공, 이후의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집적해서, 그 속에서 부가적인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 방법으로 BIM은 3차원 모델을 바탕으로 건축의 제 과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 내용을 담는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BIM의 핵심이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넣어서, 시공에 들어가기 전 미리 컴퓨터 속에서 건물을 지어보고, 시공 상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지금 BIM을 활용하는 방법의 주된 예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더 큰 가치를 발굴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컴퓨터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고, 특히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유의 문제, 데이터의 문제와 더불어 이것이 건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흔히 비정형 건축이라 말하는, 건축의 자유로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컴퓨터에서 시작하여 건축으로 나아가면서, 무엇보다도 건축의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한다. BIM을 통해서 우리가 건축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왜 건축에서 비정형의 요구가 나타났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많은 것이 변화했다. 이제 스마트폰이 그 축으로 넘어가면서 일상 자체가 크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전에는 찾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과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그런 변화가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공유’이다. SNS에서 다른 사람의 글과 사진을 퍼나르는 수많은 행동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고, 그러한 공유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 공유라는 것을 천천히 생각해보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으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있다. 건축에서도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있다. 그런데 공유는 사적이지도 않고 공적이지도 않다. 사람들은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하면서 공유를 매일 실천한다. 이때 공유되는 것은 공적인 것이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어느 쪽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나의 생각이나 내가 만들어낸 것들은 사적인 것이다. 이것을 공유한다고 해서 쉽게 공적인 것이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나의 생각이며,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어떤 지점을 넘어 공유되면 공적인 것으로 바뀌게 될 수도 있다. 대단히 광범위하게 소개되고, 저작권에 대해 적절히 조치한다면 말이다. 한편 공유되는 것이 꼭 내 것일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결과물도, 저작권이나 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쉽게 공유할 수 있다. SNS는 이미 그런 방법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이런 공유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양식과 생각을 바꾼다. 그리고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넘어서는 공유는 우리의 행동에 자유를 주기 때문에, 그런 자유로움을 다른 곳에서도 찾게 된다. 말하자면, 건축에서 딱딱하게 나누어져 있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또 다른 방식을 요구하게 된다. BIM에서 공유라고 하면, 패밀리나 라이브러리의 공유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문제보다 BIM 도구를 통해서 데이터를 집적할 때, 그래서 건축의 여러 공간이 데이터로 표현될 때, 우리가 이 데이터를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 볼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방법을 실질적으로 접근한 예로 MVRDV의 function mixer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능상의 연결점들을 다른 방식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서로 만나서 이야기할 때와 SNS를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눌 때 다른 상황이 발생하는 것처럼, 건축이 컴퓨터 기술로 표현될 때, 우리는 그 데이터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한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법이 BIM의 parametric 도구 속에 포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건축은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기술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내적인 발전을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지붕은 당시의 기술로 풀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고, 시공상의 문제도 많았다. 장대한 모형과 당시의 기술을 총 동원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다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지붕이 100만장에 달하는 거대한 타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단히 크고 무거운 타일을 만들어 지붕에 설치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모든 타일의 세부를 그려내는 일 또한 “가혹한 일”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곡면을 성형할 수 있는 기술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금은 플라스틱과 금속을 사용해서 훨씬 가볍고 튼튼한 곡면 지붕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그러한 재료와 공법이 가능해진 것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그 이전부터 콘크리트를 활용해 곡면을 만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BIM과 같은 도구가 만들어진 것은 물론 다른 공업 분야의 기술에서 영향을 받은 점도 크지만, 건축에서 새로운 형태와 공간을 만들려 하는 열망에 기인한 점도 작지 않다. 따라서 BIM을 생각할 때, 건축가들이 무엇을 만들어내려 했는지 생각해보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컴퓨터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고, 건축에 그 가능성을 어떻게 부여해야 하는가. 건축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하길 원하고, 기술은 어떻게 그에 부합할 수 있는가. 그래서 BIM이라는 도구를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활용해야 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은 어떻게 우리 삶을 자유롭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속도’의 관점에서 본 현대건축」이라는 논문을 바탕으로, 컴퓨터와 미디어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고 내용을 다시 다듬어 정리한 것이다. 논문의 내용인 자유로움을 오늘날의 기술의 문제와 이어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글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기와 꿈』에서 시작하여,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까지, 수많은 책이 담고 있는 자유와 해방에 대한 책에서 시작되었음을 알려두고 싶다.
목차펼치기접기
공유, 데이터, 융합, 그리고 비정형 건축 목차 들어가며 건축과 기술 기술 인공지능 인간 건축의 자유로움 속도와 공간 객관적 공간과 주관적 공간 무한한 공간 속도 건축의 탈장소화 물질의 이미지 물질의 이미지와 건축 실재적 운동과 물질적 공간 건축과 물질적 공간 건축의 역동성 고전적인 것과 바로크적인 것 건축의 체계와 비체계 비체계적 형태와 공간 틀과 표면의 문제 새로운 표면 탈형식적 형태와 물질적 공간 역동성 속에서의 조화 체계와 비체계의 조화 체계와 비체계의 조화로서 역동적 표현 가상의 의미 건축의 삶과 죽음 공기의 물질성과 새로운 반복 결론 참고문헌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
리뷰 남기기
로그인하면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리뷰 0개
아직 리뷰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