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지역역사문화사전’이라는 지금까지 학계에서 별로 시도하지 않았던 작업의 결과물이다. 필자들이 생각한 ‘지역역사문화사전’ 편찬은 한 지역에 대한 지금까 지의 연구 성과를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그 결과물은 연구자에 게는 연구지침서로, 일반인에게는 그 지역을 이해하는 수준 높은 안내서로 활용될 수 있 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필자들이 ‘지역역사문화사전’의 대상으로 지리산을 선정한 것은 이 산이 지닌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지리산은 자연환경적 측면에서 주변의 평지와 구분되는 하나의 등질지역 을 이루고 있다. 지리산은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군(山群)으로 이루어 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지형·기후·토양·식생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 지역이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는 토대로 작용한 동시에, 지역 연구의 중요한 단위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지리산은 한반도 문화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높고 험한 산이 지역과 지역을 가르는 장벽 역할을 했던 것과는 달리, 지리산은 주변의 문화를 끌어들이 고 융합시킨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삼국 시대 이전 이 지역은 산·악산신 신앙의 산실이었고, 불교의 전래 이후에는 교종과 선종이 융합한 불교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 조선 시대의 지리산은 경상우도 남명학파의 본산이었을 뿐만 아니라, 호남과 영남의 학 문이 활발하게 교류하던 장이었다. 지리산은 우리 역사의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였다. 삼한 시대에는 마한·진한·변한, 삼 국 시대에는 신라와 백제의 경계로서, 국가 간의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외적의 침입에 맞서 힘과 지혜를 결집시키는 단결과 화합의 공간이었다. 근대 에 들어서는 동학농민전쟁과 항일의병의 근거지였으며, 현대에는 빨치산의 활동 무대이 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지리산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던 다른 산과 달리, 지리산에는 일찍부터 주민들이 정착하여 다양한 생업을 영위하며 살아왔다 . 특히 오랜 세월에 걸쳐 산지의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발전시켜 온 나름의 생활 양식은 우리 민족의 공간적 점유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끝으로 지리산은 인문학의 보고이다. 이 지역에는 문학·역사·철학적 사유에 의해 창 조된 다양한 인문학 자료들이 존재한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고대의 지리산은 산신·성 모 신앙 등 설화와 전설의 고향이었다. 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지리산은 불교문화 의 중심지였고, 청학동으로 상징되는 이상향이기도 하였다. 지리산은 문학적 소재로도 사 용되어 왔다. 고전 문학 분야에서는 다양한 구비 전승뿐 아니라, 수많은 유산기(遊山記)와 유산시(遊山詩)를 낳았다. 현대 문학 분야에서는 『토지』·『태백산맥』·『지리산』 등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지리산의 특성을 종합해 볼 때, 필자들은 지리산이 지역사전 편찬의 대상 지역 으로서 매력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와 필자 들의 능력 부족으로 이 책에 지리산의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하였다. 다만 지리산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선정된 273개의 표제어를 통해 지리산의 지역성과 역사성을 조금이나 마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 책의 집필에는 지리학, 역사학, 문학 등 전공을 달리하는6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였 으며, 약 1년에 걸쳐 기초 조사, 항목 선정, 원고 집필 등을 진행하였다. 기초 조사는 지리 산의 역사문화에 관한 기존의 자료를 조사·수집·검토한 작업으로, 이를 통해 사전 편찬 의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 사전에 담을 내용의 범위를 결정하였다. 항목 선정은 기초 조사 의 성과를 토대로, 책에 담을 항목을 고르는 작업으로, 보편성과 특수성을 중요 원칙으로 삼았다. 원고 집필은 항목의 성격이나 중요도에 따라 분량을 달리하여 집필하였다. 또한 수차례의 현지답사를 통해 집필 내용을 확인하고 책에 넣을 사진도 촬영하였다. 이 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과제의 결과물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깔끔하게 책을 만들어 주신 연구원 출판부 관 계자들께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이 책이 담고 있는 한계와 오류는 전적으로 필자들의 책 임임을 밝혀 두며, 이 책이 지리산과 이 산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 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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